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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군대에 간 학교 후배 녀석에게서 전화가 왔다. 해군 군악대에 들어간지 꽤 됐는데(7월에 제대란다), 팔자도 좋게 3주만에 휴가가 있다니... 얼마나 군 생활이 하기 싫을까.

  군대에 가면 그렇게 옛날 친구들이나 만나서 놀던 사람들이 생각나다던데, 아마 그랬는지, 여태 연락 한번 없더니만 이번엔 내 생각도 났나부다.

  암튼 저녁먹고 같이 Hollys가서 차 마시며 수다 떨다가 영화 이야기가 나와서 영화나 보러가자며 극장에 들어갔다. 사실.. 볼 게 없더라. <하울..>이나 한 번 더 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은.. 내가 아마 미래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면, 절대 <하울..>을 선택했을 꺼다. 이거볼까 저거 볼까 하다가 동생이 이 영화가 무슨 2차 대전을 다른 시각으로 본 거라나.. 어디서 헛소문을 듣고 와서는..ㅡㅡ;

  내가 아무리 만화 영화나, 상상력이 넘치는 내용을 좋아한다지만, 이건 아니었다. 황당하게 생긴 복고풍 로봇들과 딱달라붙는 치마에 높이가 10cm는 족히 넘어 보이는 하이힐을 신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여기자. 엄청 구리구리하게 생긴 비행기를 타고 다니면서 엄청 미래적으로 생긴 비행기들을 따돌리는 그 이름도 찬란한 Sky Captain. (생기긴 잘생겼더라.)

  아무때고, 어디서건 나타나는 숨어있는 조력자들의 몫도 무시할 수 없다. 그들은 무전도 안 통하는데 어디서 슝 나타나서 단번에 명령을 취소하는가 하면 다른 군인들은 다 죽는데 그들은 살아남아 '스카이 캡틴'에게 힌트를 준다. 모든 비행기는 물 속에서도 잠수함처럼 살아남는다. 모든 출연진은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공중에서 아무리 빙빙 돌아도, 절대 토악질을 해대지 않는다. 아무도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아. 우리의 스카이 캡틴은 작은 양주 잔에 하얀 위장약을 따라 마시더라. 웩)

  모든 문제는 어이없이 싱겁게 풀리고, 놀래주기 위해 꾸민듯한 모든 설정은 어설프도 하나도 놀랍지 않다. 다만 한 박자 뒤에 느낄 수 있을 뿐이다. "ㅋㄷㅋㄷ 아마도 이 장면에서 놀래켜 주고 싶었던 모양이긴 한데.."

고3때 수능이 끝나고 정말이지 시간이 500배 쯤으로 늘어난 것처럼 안 가는 듯 느껴질 때, 학교에서는 한 술 더 떠서 여기저기, 이것저것 시시하고 재미없는 이벤트를 꾸며댄다. 단체로 영화를 보러 간다거나, 롯데월드에 그 많은 고3학생들을 데려가 출석체크를 해대며 몰아 넣는 식의 이벤트말이다.  그때, 이 비슷한 분위기의 영화를 본 적이 있으니 바로 그 영화의 제목은 <스타쉽 트루퍼스> 같지도 않은 로봇들과 얼토당토 않은 로맨스. 바보 같은 외계인들과 시시하기 짝이 없는 스토리. 이게 끝이야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결말.

왜. 왜. 왜.

왜 이런 영화를 만드는 건지.. 이런 건 민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의 충격을 정화하기 위해 동생이랑 차후에 <하울..>을 한 번 더 보기로 약속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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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 2005-01-21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가 그렇게 충격적이었군요. 기네스 펠트로 좋아하는 배우인데 조금 더 멋진 영화에서 만나고 싶어서 이 영화는 안 봤어요. 님, 오랜만에 서재에 왔어요. 그 동안 정신없이 바쁘고 일도 많아서요. 주말은 조금 여유 있게 보내려고 해요. 님도 편안한 주말 되세요.

Hanna 2005-01-22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밀밭님 정말 오랜만에 발걸음을 해주셨네요! 감사합니다. ^^ 이 영화.. 맞아요. 좀 충격적이죠. 저도 기네스 펠트로 좋아하는데.. 사실 예쁘긴 예뻐요. 그리고 어떤 특수 처리를 했는지 화면이 굉장히 부드러워보이면서 펠트로의 빨간 입술이 정말 예쁘게 보이지요. 하지만.. 무슨 영화를 .. 여배우 입술 보려고 볼 순 없잖아요. 그쵸? 보지 마세요. ㅡㅡ^
편안하고 즐거운 주말 보내고 계신지 모르겠네요. ^^ 박카스가 힘이 되어 드리고 싶은 마음, 텔레파시로 전해 졌나요? 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