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작년이 되었군.
호주에는 목요일은 shopping day, 금요일이 movie day라고 했던가? 그래서 목요일은 사람들이 주로 큰 쇼핑 센터에 가서 쇼핑을 하기도 하고, 금요일은 영화표도 싸고,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러 간다고 했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난 어제 lesson day였다. 새해를 맞아, 나에게 레슨 받는 아이들을 위해서 또, 앞으로 레슨 받을 아이들을 위해서, 그리고 더욱 tension하기 위해서 레슨 노트를 쓰기로 했다. 앞으로 음악을 계속 한다고 해도, 레슨은 끊임없이 해야할 것만 같다는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
2005년 1월 10일 월요일 그야말로 Lesson-day
오전 10시 : 조00씨 30대 후반, 두 아이의 엄마. 전화를 안 받으시는 바람에 cancel되었다. 수요일날 하기로...
오후 1시 : 1학년 준하, 이번 달 부터 나에게 레슨 받기로 한 첫 학생이다. 1학년인데다가 남자아이인데도 집에서 어머니와 hard training을 해와서 악보도 잘 읽고, 손 모양도 좋은 편이다. 체르니 30번을 치고 있는데 음악적인 흥미도가 굉장히 높은 편이다. 하농을 연습할 때 5번(새끼손가락)손가락을 과감히 세워서 아픔을 감수하고 치도록 지도했다. 그렇지 않으면 고른 소리를 낼 수가 없다.
1시 40분: 윤성, 역시 남자아이. 체르니 40번 과정 이번에 들어감. 손모양이 불안정하지만 처음 날 만났을 때 보단 많이 좋아졌고, 4학년치고는 독보력이 뛰어난 편이어서 레슨하기가 수월하다. 요즘들어 고집을 피워서 아직 어렵지만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를 연습하고 어려운데도 악보도 잘 읽고 행복한듯이 매일 연습하는 모습이 귀엽다. 오늘은 짧은 이음줄의 아티큘레이션을 다루는 법을 가르쳤는데 건반을 손목을 이용해 깊이 누르다가 손목을 살짝 들어 끝을 피아노(여리게)로 마무리하는 연습을 했다. 아직은 잘 못 알아듣는 것 같아서 약간 답답했다. 다음주에 한 번 더 해야지. ㅡㅡ;
2시20분: 혜진, 역시 4학년. 이번엔 여자아이. 작은 몸집에 빠른 손놀림과 또렷한 소리, 살아있는 눈빛으로 최근들어 나의 총애를 받고 있는 학생. 나에게 레슨을 받기 시작한 것은 오래 되지 않았는데, 이 아이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손목이다. 손목을 과도하게 흔들며 치는 습관 때문에 레가토도, 프레이징도 전혀 되질 않는다. 오늘은 좀 큰 소리를 내며 가르쳤는데, 스케일을 연주할 때 손목을 고정하고 연주하는 연습을 했다. 처음엔 힘들어하더니 곧 적응을 하더라. 그런데 또 모른다.. 과연 1주일 안에 어떻게 연습을 해 올지.. 아이들은 늘 반복해서 가르쳐야 한다. (하긴, 나도 그렇지만! ^^;)
오후 3시 오늘은 아이들이 시간을 칼같이 잘도 지켜서 온다. 이쁜것들!
:민정, 역시 4학년. 체르니 40번. 음.. 몰랐는데, 주로 4학년들이군. 민정이도 몸집은 작지만 피아노만큼은 잘 친다. 터치가 너무 가벼운 단점이 있긴 하지만, 가르쳐주지 않아도 relax해서 치는 습관은 참 좋은 것 같다. 거기다가 조금만 더 무게를 실어서 친다면 완벽할 텐데.. 민정이는 많이 좋아졌다. 지난 12월 30일 연주회 이후 첫 레슨인데 역시 연주회를 통해서 음악성이 한 부분이 터득된 것 같다.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을 한 번 더 깨달았다. 어색했던 모차르트 소나타의 노래가 전보다 많이 자연스러워지고 miss-touch도 많이 없어졌다. 칭찬을 많이 해줬다. 자신감이 없어해서 걱정이 된다. 아이들은 칭찬을 많이 해줘야 한다...
잠시 쉬었다가..
오후 5시: 혜민, 중3 여학생. 나의 폭탄이다. 혜민이는 연습도 많이 안 해 오고 아직도 박자,음표,리듬의 체계가 서 있질 않아서 매번 나는 내가 폭발하지 않기를 기도한다. 그런데 오늘은 과도한 레슨때문인지 악보를 못 읽고 헤매는데 그만 또 폭발해버렸다. ㅡㅡ; 미안하다 혜민아. 그런데.. 8분음표가 8박자라니..! 말이 되느냐....ㅡㅜ 정말 울고 싶었다.
저녁 6시30분: 방문레슨, 윤아 5살의 꼬마숙년 어찌나 피아노를 예쁘게 치는지 앙증맞은 손이 아까울 정도다. 그런데 오늘은 이 아가씨도 악보를 못 읽어서 엄청 헤매더라. 아직 5살인지라 악보를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모양이다. 한 손씩은 그나마 잘 따라하는데, 양손으로 들어가면 악보를 잘 못 읽는다. 언제한번 날을 잡아서 악보 읽는 법을 다시 한번 제대로 가르쳐야겠다. 아직은 멀고도 먼 길이다. ㅡㅡ; 항상 처음에 잘못 이해를 해 버리면 앞으로 내내 고생하므로.. 내가 잘 잡아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느껴진다.
앞으로도 열심히 써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