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생은 아름다워'류의 영화에 깊은 감동을 받는다. 그저 비판이라고는 잘 모르는 순진한 시골 아낙네처럼 주는 데로 받아먹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것이 또 나의 장점이기도 하려니 생각하며 나는 그런 류의 영화를 지금도 사랑한다.

'인생은 아름다워'의 매력은 바로 호텔의 웨이터로 나오는 '귀도'총각이다. 총각이라기엔 머리숱도 별로 없고 마른데다가 키도 크지않은 그의 모습이 사실 원빈이나 장동건, 뭐.. 니콜라스케이지(?)마냥 매력적이진 않다. 그렇지만 그는 인생을 즐겁게 살아갈 줄 알았고, 모든 일에 순발력과 재치로 신나고, 마법같은 삶을 찾아내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고 난 생각한다.

그 영화를 본 이후 난 '귀도'와 사랑에 빠지는 그 초등학교 선생님처럼. 모든 것을 버리고라도 마음을 활짝 열고 사랑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만큼, 영화를 본 지는 오래 되었으나 아직도 난 '귀도'를 잊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나의 이런 생각이 환상이라는 것은 알지만. 때론 어떤가? 즐거우면 된 것을. ^^

그런데, 귀도 같이 배려를 잘 해주는 사람을 찾아내었으니, 바로 우리 집 앞, La Festa 에 있는 타이 레스토랑 <Aloi>의 매니져님이다. 늘 월남국수를 즐겨드시는 우리 김여사의 뜻에 따라 그 날도 늘 가듯이 3층에 있는 월남국수집을 가려는데, 오늘 따라 좀 새로운게 먹고 싶던 차에, 새로 생긴 타이 음식점의 메뉴판이 눈에 들어왔다. 호기심에 들어간 우리는, 음식도 맛있었지만, 웃으면서 자세히 설명해 주고 서비스해주는 매니져님을 알게 된 것이다.

귀도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 분은 젊고 누가 봐도 훤~한 미남이라는 것. 또. .꽃미남을 밝히는 우리 김여사께서는 그 음식점에 누구보다도 자주가게 되었고, 나도 거의 2,3일에 한 번은 그 식당에 가게 되었다. (로맨스는 아니오니.. 기대하지 마시길..^^;) 그렇게 얼굴을 서로 익히게 되었고, 우리는 많은 메뉴 중에서 새로운 것을 시켜먹는 재미에 더욱 자주 가게 되었다.

먹고 나면 요즘들어 부쩍 말씀이 많아지신 우리 김여사, 항상 이렇게 하면 좋겠다. 저렇게 하면 좋겠다는 조언을 하기도 하고, 농담도 주고 받았는데, 조언한 부분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일 부분에 대해서는 받아들여 적용하는 부분이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뭐.. 이를테면 볶음밥에는 국물을 주면 좋겠다고 했더니 다음에 가니 국물을 함께 내 왔다던가, 코스 요리는 이런 순서가 좋겠다고 하고 다음에 가보면 코스 메뉴가 조금 수정이 되었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지난 12월 30일 학원 음악회가 끝나고, 수고한 우리 사랑하는 선생님들과, 우리 김여사님을 모시고, 또 나는 타이 레스토랑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늦게 도착해서 마감을 하려고 하는데, 주방에서 날 알아보는 주방장(태국사람)님이 들어오라고 하셔서 아무도 없는 식당에 우리만 들어갔다. 조금 미안했다.

우리는 총 5명이었는데, 잘 아는 메뉴 1가지와 메뉴 이름이 태국어라서 엄청 어려운데, 암튼 바질로 볶은 새우 밥 1개와 커리양념으로 조리한 새우 국수3개를 시켰는데, 이 메뉴는 처음 시켜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처음 2가지는 성공한 반면,  커리 양념 새우 국수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거다.

결국엔 그 잘생긴 매니져님이 오더니, 같은 양념에 국수도 되고 밥도 되는데 뭘로 하겠느냐 그래서 우리는 모두 국수로 하겠다고 그랬다. 잠시 후 밥이 어떻고 국수가 어떻고 하더니, 매니져님이 와서는, 우리도 메뉴에 적긴 했지만, 처음해 보는 요리인데, 맛이 없으면 돈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거다. 배는 고프고.. 그래도 먹긴 먹어야 겠어서 알겠다고 했다.  어떻게 어떻게 우와좌왕하더니 마침내는 요리가 나오긴 나왔는데, 욱! 맛이 정말 이상한거다. 모양부터가 ... 이상하게 생겼고...

그래서 이상하다고, 맛이 정말 없어요. 했더니. 3개를 모두 새로 해주겠단다. 그런데 사실 그 요리가 우리가 상상하던 그 맛도 아니고 해서 나는 우리 김여사가 시켰던 바질로 볶은 새우 요리 3개로 주시면 안 되겠냐고 했고, 매니져님은 그러마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맛있게 식사를 끝낸 우리는 - 사실 나는 늦게 가서 그 요란을 피운게 좀 미안하기도 했다. 계산을 하려니 모모해서.. 그냥 뭐 한 20%정도만 Discount해달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그 매니져님 말씀이 요리 2개 값만 받겠다는 거다.  !!!

그렇게까진 할 거 없대도 돈은 받을 수가 없단다. 평소에 자주 오시기도 했는데 그 정도는 자기가 서비스로 해 드릴 수도 있다는 말도 굉장히 배려받는 기분이 들고 좋았다. 히...^^ 그 말에 우리 5명의 여자들.. 모두 감동 그대로 받고... 거기다가 매니져님이 한장 씩 주신 15% 할인쿠폰까지 들고 '오~~ 너무 감동적이다'를 연발하며 식당을 나온거다.

사실 뭐.. 써 놓고 나니 별 일이 아닌 듯도 하지만, 요즘엔 불경기라 그런지 식당들도 불친절하거나 장사가 안되면 안 되서, 혹은 잘 되면 잘 되서 손님을 소 닭 보듯 하는 식당들도 많은데, 그렇게 대우를 잘 해 주니 기분도 좋고, 감사한 마음이 절로 나왔다.

그 곳에 가면 그냥 일반 식당임에도 불구하고, 그 매니져님의 서비스때문에 마치 호텔 식당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기까지 하니, 그 충분히 나의 요구가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느낌에 그 곳의 음식 맛도 맛이지만, 그 곳에 더 자주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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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na 2005-01-05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요? 저도 사실은 좀 놀랐답니다. 사장님이라면 이해를 하겠는데.. 그렇지도 않고.. 남의 가게를 그렇게 열심히 정성껏 봐 준다는 게.. 사실 쉽지 않잖아요? ^^ 보기 좋은 젊은이라는 생각이.. 흐흣.. (나도 젊지만..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