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서 크리스마스 트리에 아이들과 함께 장식을 했다. 각자 한가지씩 꾸밀 것과 카드를 적어오기로 했는데, 물론 안 가져온 아이들도 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꾸며놓고 나니, 즐거운 마음이 들었다.
내년엔 더 열심히 피아노 연습하겠다는 말을 서슴없이 믿어도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
오늘 오후에는 우리 학원에 다니는, 한 자매님..(?) -나이는 약 30대 초반이지만,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함께 배우며 즐겁게 연습하고 계시는 분. 빨리빨리 나가는 진도에 기뻐하고 있다.- 이 나 들으라고, 김대진씨의 녹턴 CD와 릭워렌 목사님의 ' 목적이 이끄는 삶'을 갖다 주셨다. 이 책은 읽은 거라고 했더니..도로 가져가시면서 언제 한 번 집에 놀러와서 책을 빌려 가라신다. 많다고..^^ 어찌나 감동적이던지...
꼭 가르치고 배우고, 수강료를 내고, 받고 하는 계산적인 관계이기보다, 만나는 동안 개인적인 관계를 맺고, 서로에 대해서 알아간다는 것은 참 기분좋은 일인 것 같다.
그 때까지만 해도 참 기분이 좋았는데, 오후 4시가 넘어가면서 부터 기분이 엉망이 되기 시작했다. 한 꼬마 녀석은 내가 오늘은 힘들었냐고 3번이나 물어봤는데도 불구하고 못 들은척하고 (정말이지 100% 순수 오리지날 개 무시의 현장이었다.) 집에 가려길래 방에 불러다 놓고 혼내줬고... (평소에도 항상 태도가 나쁜 녀석이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잘못했다고 하긴 했는데... 진심인지는 모르겠다. 아이들 머릿속에 과연 무엇이 들어있는지 누가 정확히 알 수 있을까!
바이올린 레슨을 받으려고 개인레슨하는 녀석에게 시간 맞춰서 일찍 오라고 했건만 30분이나 지각하는데다가 연습도 안해오는 바람에 바이올린 레슨은 날라갔고, 레슨을 하는 사이사이 유치원 꼬마들이 피아노 책을 들고 들락날락하면서 귀찮게 해댔다. 일주일동안 집에서 연습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실토하는 녀석을 정말 미친듯이 화를 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노처녀히스테리라고 할까봐 꾹 참았다. 아마 혈압이 좀 올라갔을꺼다...ㅡㅡ;
오늘 만나기로 약속했던 후배녀석은 온다간다 말이 없어서 전화를 걸어봤는데, 헉. 다음주인줄 알았다는 엄한 소리에 다시한 번 나의 혈압은 최고조에 올랐다. 진짜 내 동생만 같았으면 신경질 버럭! 내는 건데.. 또 꾸우우욱 참았다. 워낙에 바쁘신 몸들이라 또 새로 약속 잡느라 전화로 이리저리 날짜 맞추다 보니 오늘 낮에 먹은 점심이 꺼꾸로 올라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우씨.. 나는 오늘 모처럼 일산에서 만난다고 계획짜고.. 어디 갈지 .. 뭐 먹을지.. 다 생각하고 있었건만.. 누가 후배고 누가 선밴지 모르겠다.
이렇게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는 사이.. 저녁이 되었고..
이제 또 난 혼자 남았다.
과연 이런 게 삶이라면... 이렇게 줄의 저쪽 끝에서 이쪽 끝까지 왔다갔다하는 것이 정녕 삶이라면... 정말이지 필요하다. 나를 가운데서 잘 지탱하도록 붙들어 줄 뭔가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