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처음으로 눈이 왔다.


학원 안에서 눈을 바라보며.. 그냥 왠지 기분이 좋았다.


비록 쌓이진 않았지만...


벌써 눈이 오는 계절이 왔다니.. 올 한해가 허무하고도 허무하다.


내 20살 겨울에는 정동극장에서 <닥터 지바고>를 재상영했었다.


하나도 커트하지 않고 보여준다기에 너무나 너무나 보고 싶었다.


왠지 그런 옛 사랑 이야기는 가슴 설레고.. 무엇보다도 그.. 기차에서 서로 만나지 못 하고 끝내 어긋나고 마는 두 사람의 애절한 사랑의 끝 장면이, 추운 겨울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지 않나 말이다.


그 당시 나는 처음 들어간 학교에서 또.. 같은 과 같은 동기 남학생과 어울려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동갑인데다가 성격도 안 맞아 어찌나 싸워댔던지..


그리고 이 녀석이 어찌나 제 멋대로 인지.. 내가 보고 싶지만, 자기가 보기 싫은 영화라면 절대 볼 수 없다를 고수하는 아주 아주 괴상한 친구였다.


엄마가 신문을 보시다가.. "야, 닥터 지바고 한대. 정동극장은 화면도 크고 좋겠다.. XX랑 보러가라~"


"어~ 정말이야~?? 그래야지, 그래야지~(흥분하면 말을 2번 이상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 따르르르릉...


"어, 야, 난데 닥터 지바고 보러 가자."


"#$%^^%#&#$%&(#?"


"뭐?? 싫다고~?? 왜!! 안돼 꼭 보러 가야돼."


"#$%^$%&*$#$^*^&*$...."


"쳇"


...


"왜... 싫대?"


".. 멀라!  우씨..."


ㅋㄷㅋㄷ 방으로 들어가는 내 뒤통수에다 대고 우리 엄마, 내 동생에게 "쟨 왜 동갑내기를 사귀어 가지고~ 원~참. 영화를 왜 안 보러가???"


..ㅋㅋ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그 땐 정말 화가 났던 것 같다.


사실, 지금도 이해할 수가 없다. 왜 여자친구가 보고 싶어하는 영화를 .. 아무리 싫어도 그렇지.. 2시간만 참으면 되는데... ㅋㅋㅋ 게다가 전화 내용을 엄마와 동생까지 다 듣고 있어서 그 무안함은 ... 하늘을 찔렀다. 그 당시 혼자라도 가서 보고 싶었으나.. 괜히 신경질 내면서 "드럽구 치사해서 안 간다." ㅋㅋ 그러면서 끝내 그 영화 못 보고 넘어갔다. 아직도 다시 상영한다면 꼭 가서 보고 싶은데..^^;(사람의 집착이란...)


 그 때 어찌나 약이 올랐던지 헤어진지 벌써 몇 년이 지난 요즘도.. 찬바람이 불면 가끔씩 생각이 난다. 



여자친구가 보고 싶다고 하는 영화는 꼭 보여줘야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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