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친구는 아주 고운 소리가 나는 테너였다.


같은 학교 같은 과였기 때문에, 내가 반주를 해주곤 했었는데, 심심하면 연습실에서 함께 이 곡 저 곡 함께 연주하며 놀았던 기억이 난다. 사실 말이지, 정말 목소리는 좋았다. (지극히 주관적인 입장에서 생각되는 것인지는 몰라도...) 지금 생각해도, 그 당시, 아마도 그 친구의 목소리에 반했던 게 아닐까 생각이 된다.


수요일은, 아이들에게 들려줄 곡을 찾다가 헨델의 오페라 <세르세>중 Largo라고 써있길래 무슨 곡인가 하고 틀어보았더니, 바로 그 곡이었다.  그 유명한 Ombra mai fu... 학교에서 함께 연주했었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마침 바로크 시대의 곡들을 듣는 시간인데다가 헨델의 곡을 공부할 차례여서 그 곡을 하루에 5번인가 들은 것 같다.


들을 때 마다.. 생각이 나는 걸 어쩔수가 없었다.


Ombra mai fu.. 이 노래를 공부할 때 그 소리가 얼마나 듣기 좋던지... 정말로 그 때는 그런 시간이 계속될 것으로만 생각했지, 이렇게 헤어지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것 같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을까?? ^^)  이렇게 Ombra mai fu를 들으니 함께 연주하고 놀곤 했었던 이러저러한 곡들이 떠올랐다.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했던 곡은, "그대 있음에.." 정말 절절한 가사와 가슴아프게 저며오는 멜로디에 녹아내리지 않을 강심장은 없을꺼다.


지금은 이렇게 헤어지게 되었고, 다시 만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그렇지만 함께 했던 좋은 기억들이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떠오르는 것 같아서 마음 한 쪽이 따듯해 지는 느낌이었다.


누구나 다 있지 않은가. 대학 시절의 로맨스. ^^


음악과 함께 한 시간들이었고, 또 즐겁고 재미있는 일들이 많았던 시간들로 남아 있다는 게 참 소중하게 느껴지는 하루였다.


음악과 함께 어떤 사람을, 어떤 장소를, 혹은 어떤 사건을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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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4-11-25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훌륭한 테너 Ian Bostridge의 노래를 진심으로 즐길 수 없는 이유죠. =)

Hanna 2004-11-26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추억을 즐기면 노래도 즐길 수 있을 꺼에요. (이게 남자와 여자의 차이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