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카페 musipia / 민들레님의 글.
오늘 우연히 저녁식사를 하면서 켠 텔레비전에서
랑랑과 BBC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며칠전 수영장에서 만난 한 독일 음악가로부터 이번주에 3sat방송 채널에서
랑랑의 연주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를 듣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그분도 정확한 시간은 알지 못했고 그 이야기를 들은 후에도
랑랑의 연주가 오늘 있을것이라고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운좋게도 시작하기 직전에 딱 맞추어서 텔레비전을 켰기 때문에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연주를 감상하게 되었답니다.
그의 쇼팽 피아노 콘체르토 1번은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따뜻한 소리로 가득하고, 다양한 소리 색깔을 표현할수 있는
그의 터치는 너무나도 대단했습니다.
쇼팽의 피아노 콘체르토 1번을 또 누가 그렇게 연주할수 있을지...
청중의 마음을 요동치게 하는 그의 연주가 진정한 음악이라는 것.....
물고기가 물을 만나 헤엄을 치듯, 자연스러운 연주...
그는 긴장감보다는 "음악이 정말 좋아서" 라는 행복한 표정으로
따뜻하고 감질맛나게 피아노 소리를 스스로 느끼고 즐기는 것 같았습니다.
연주자 스스로 느끼고 즐길 때 듣는 청중들도 함께 음악속에 들어갈 수 있고
그 매력에 사로잡힐수 있는 것입니다.
랑랑은 "음악이란 바로 이런 것이야..."하고 알려주는 것 같았습니다.
음식을 아주 맛있게 먹는 것처럼, 피아노를 아주 맛있게 연주합니다.
그의 음 하나하나에는 모두 생명력이 따라 올라옵니다.
앵콜 곡으로는 슈만의 어린이 정경중 트로이메라이를 연주했습니다.
그는 피아노와 아주 순수한 사랑에 빠진 듯 합니다.
특이한 터치를 사용하면서도 어떻게 그런 포근한 음색을 자아낼수 있는지....
이런 천재의 선생님은 누구일까? 하는 생각이 저절로 떠오를때,
다니엘 바렌보임이 인터뷰를 나누는 장면이 나옵니다.
다정하게 바렌보임과 함께 랑랑이 자신의 연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보이고...
또 보통의 피아니스트와 다른 인간적인 면모를 볼수 있는 부분도 나오더군요.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들이 모여있는 장소에 가서 피아노 연주를 해주고,
그 아이들 중 피아노를 치는 아이들 몇명을 불러내서 함께 연주도 하고....
그 정도의 명성을 가진 피아니스트라면 누가 그렇게 쉽게 보통의 어린이들을 위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
그는 아이들과 함께 연주하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주 즐겁다고 하더군요.
그가 어렸을 때, 그의 집안이 그다지 넉넉하게 살지는 못했어도 피아노에 대한 열정만은
대단하여 집에 피아노가 있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연습중에 피아노의 줄을 자꾸 끊게 되어, 결국에는 88개의 건반중 30개의 음이
소리가 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는 88개의 피아노 음이 자신의 머릿속에 모두 있었기 때문에
소리가 나지 않는 건반이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습할수 있었다고 합니다.
소리가 나지 않는 건반에서도 그는 음악에 대한 열정을 계속해서 키워나갔던 것입니다.
또한 그는 동양인의 피아니스트이면서도, 서양의 음악을 배우지만
근본적인 뿌리를 부인하지 않고 중국의 전통음악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자신의 아버지가 중국의 전통악기를 연주하는데, 그가 피아노로 반주를 하고 함께
무대 위에서 연주하던 장면은 얼마나 큰 감동이 벅차오르던지요..
그가 음악 속에서 스스로 즐길 수 있는 것도 그의 아버지에게서 배운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의 아버지의 음악도 역시 스스로 신명이 나고 즐거워서 저절로 나오는 음악이었습니다.
전통음악을 연주하는 아버지에 맞추어서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그에게서 앞으로도 더욱 인간적이고 따스한 감성과 실력을 겸비한 진정한 음악인의 모습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