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l Czerny 체르니
지난 번 쇼팽의 에튀드 이야기에 이어서 계속해서 연습곡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
피아노를 시작하면서 가장 익숙한 이름은, 아마 바이엘과 체르니일 것이다. 사실, 바이엘이나 체르니가 책 이름이 아닌 작곡가의 이름이라는 것을 알기까지, 나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바이엘이 작곡가라던가, 체르니가 이 곡을 왜 지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학원에는 아직도 바이엘이나 체르니가 사람이름이 아닌 책 이름인 줄 아는 꼬맹이들도 여전히 있다. 사람 이름이란 이야기를 해주면 아마 깜짝 놀랄 거다.
체르니는 초급 수준을 지나서, 이제 중급 정도의 실력을 갖추게 될 예비 연주자들을 위해서 연습곡을 만들었다. 그는 베토벤의 제자로서 베토벤의 조카를 가르치기도 했었는데, 일찌감치 음악 교육으로 방향을 전환하여서 그의 진로를 굳혀 나갔던 것 같다. 그 당시 모든 선생님들은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이자 선생님이었으며, 지금처럼 다양한 교재도, 다양한 출판사도 없었기 때문에 스승은 제자를 위해 제자에게 필요한 연습곡을 만들어서 연습을 시킬 수 밖에 없었다.
체르니는 당시 유명한 선생님이었던 것 같고, 그의 다양한 제자들을 위해서 곡을 만들다보니, 그것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안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대체로 많은 제자들이 어려워하는 테크닉의 극복을 위해 연습곡을 지었는데, 그 수준에 따라 처음엔 100곡, 30곡, 40곡, 50곡의 순서로 지었고, 그것이 오늘날의 "체르니100번", "체르니30번" 식으로 일컬어지는 연습곡들이다.
체르니의 연습곡의 최종목표는 베토벤 소나타를 멋지게 치기 위함이다. 그가 베토벤의 제자였기 때문에 아마 당연한 목표였을 것이다. 베토벤선생은 아마 그의 괴팍한 성격과 나중에 찾아온 청각 장애때문에 레슨을 많이 하진 못했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의 소나타와 피아노 곡들을 가르쳐야만 했고, 가장 잘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은 역시 베토벤의 제자, 체르니였던 것이다.
나는 체르니의 연습곡들이 테크닉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의 연습곡을 완벽하게 연습한다면, 프레이즈 공부와 악곡의 형식 공부, 날렵한 손놀림과 유연한 팔목을 갖게 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하루에 30분 연습하기도 벅차하는 우리의 꼬마들을 볼 적에, 체르니를 완벽하게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소질이 있는 몇몇에 불과하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체르니에 큰 중점을 두지는 않고 레슨을 한다. 하지만 체르니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역시 중급 교재 중에 체르니에 버금가는 교재가 아직까지도 이렇다할 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체르니 연습곡을 모두 한 번쯤 연습을 한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의 테크닉과 독보력, 음악을 소화하는 능력에는 참 많은 차이가 있다. 물론 모든 사람이 전공하는 것처럼 피아노를 잘 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제대로된 음악과 그렇지 않은 음악은 구별할 수 있는 정도의 고급스런 귀를 갖게 해 줄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음악은 듣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런 귀를 갖게 하려면 그런 곡을 스스로 잘 연주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하는 것이다.
잘 연주한다는 것에는 많은 의미가 포함되지만 그 중에서도 바른 자세와 호흡으로, 정확하게 악보를 보고 편안한 손의 위치로 부담없이 그 곡을 연주할 수 있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과제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테크닉의 연구가 필요하며, 좋은 교재로 꾸준히 연습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아마도 그래서 2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람들은 체르니를 연습하고, 가르치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