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렇게 소원하던 음악을 하게 되었다. 대학에 드디어 들어간 것이다. 학교에 처음 들어갔을 때 아침 일찍 나가서 수업듣고 밤 늦게까지 연습하고 집에 들어오는 생활의 연속이었다. 삶은 항상 어떤 '일'과 가끔 있는 '만남'으로 꽉 차 있었고, 그런 생활은 4학년 졸업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2학년이 되어서부터는 공부 이외에 일산 곳곳에 있는 '알바'로 더욱 나의 생활은 정신없이 바쁜 나날의 연속이었다.

난 정말 쉬고 싶었다.

이렇게 살면 안된다고, 쉼에 대한 강박관념을 가지고, 일부러 시간을 내서 연습도 제끼고 집에서 뒹굴뒹굴 재즈나 들으면서, 커피나 홀짝 거리면서, 또 매력적인 여러 게임들(이를테면 나를 자극하는 게임들은 대체로 시뮬레이션게임으로 롤러코스터 타이쿤이랄지, pm3랄지, Sims 랄지 하는 것들이다. It's TIME SUCK! ) 을 하면서 괜시리 시간을 보낸다. '쉰다'고 생각하며.. 연습에대한 불안감, 혹은 다른 핑계로 땡땡이친 알바(레슨)의 다음 보충에 대한 부담감을 잔뜩 안고...

꺼림칙하다. 당/연/히

나의 그런 삶은 대학 4학년때 그 절정에 이르렀으니, 그도 그럴만 한 것이, 졸업연주 준비, 공부, 교생실습, 게다가 그 당시 나의 학생들은 무려 10명이기까지 했으며 짬짬이 교회일도 해야만 했던 것이다. 난 학교가 멀어서 그런 것이라고,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며 휴학에 대한 생각을 매학기 개강할 때마다 반복해서 하면서 겨우겨우 학교를 졸업했다.

졸업을 하고 호주로 여행을 다녀왔다. 정말 여유로왔던 시간이었다. 내 생애에서 가장.

그 한달간의 여행후, 난 한국에 돌아와서 거의 모든 일이 없어진 거나 다름없었다. 그 허전함과 두려움과 무료함이란.. 난 닥치는 대로 일을 벌리기 시작했고, 지금 나의 삶은 또다시 대학 시절보다 배는 더 신경쓰이고 배는 더 꽉 짜인 스케줄로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감탄할 정도로 바빠져버렸다.

하지만, 대학때와는 달리 나는 조금씩 여가에 대한 생각을 다르게 하게 되었다.

없는 시간을 쪼개서 억지로 놀러가는 것, 의무감에 차서 쉬는 것, 보상심리로 하루를 보내 버리는 것. 그러면서 꺼림칙해 하는 것. 그건 진정한 여가나 쉼의 개념이 아니었다.

나는 요즘 하루를 보내면서 가장 바쁜 3-4시 이후 중간 스케줄 점검(이렇게 말하니까 무척 거창하다! 다이어리를 한 번 더 보는 것 뿐이다)을 하면서 마음의 평안을 느낀다. 그래, 이런 모든 일은 나에게 주어진 일이고, 난 성공과 실패-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그저 내가 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 될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당장 눈앞에 닥친 스트레스 거리들이 별일 아닌 것처럼 느껴지면서 나는 올라갔던 불쾌지수가 한 순간 가라앉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그건 일부러 쉬기 위해 시간을 내어 무언가를 했을 때 느끼는 꺼림칙한 빈둥거림과는 다른 것이다. 나는 일을 하면서 정말 평안한 마음을 느꼈던 것이다. 일하면서 쉬는 것.

그러고 있는 나를 보면서 음, 그래도 그 사이에 좀 자랐구나! 하는 기특한 마음도 들었고, 한편으로는 그래, 쉰다는 것은 일을 안한다는 소극적인 의미만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일이라는 것이 아무리 힘들고 하기 싫어도 일을 하지 않고는 살 수가 없다.  하지만 그런 일에 대해서 조금만 내 욕심을 버리고,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각자의 방식으로(나는 주로 기도를 한다!) 그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Mind-Control을 한다면 어떨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호밀밭 2004-07-12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가 시간을 잘 보내는 사람이 시간에 끌려다니지 않고 자신의 인생을 잘 꾸려나가는 사람일 거예요. 하루하루 스케줄 점검하는 거 잘하시는 거예요. 저는 순간순간 메모도 하고, 일기도 써야지 하지만 결국은 그냥 그때뿐이에요. 일이라는 게 늘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지만 일을 하면서 그 일을 받아들인다고 생각하면서 하면 그렇게 어렵지도 않은 것 같아요. 저도 이번 주 시작과 함께 일을 조금 더 즐겁게 해 보아야겠다는 정말 오랜만에 긍정적인 생각을 했는데 잘 될지는 모르겠어요. 좋은 한 주 보내시고, 스트레스 받는 일 없는 한 주 되세요.

Hanna 2004-07-12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이번주도 우리 힘차게 보내고, 힘들고 지치는 일이 많지만.. 진지하게 살아가보아요~ 삶이란 솔직하게 보면, 즐겁고 재미있게 보내는 것이기 보다는 진지하게 지내야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지 않아요? 님이 주시는 멘트에 항상 마음이 따듯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