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간을 내내 퍼 잤다.

피곤하긴 했나보다.. 어제 레슨도 충격적이었고.. 하루종일 머리 속에서 아무 생각도 나질 않았다.

머릿속에 든생각들을 모두 어딘가에 질질질 흘리고 다니는 느낌이다.

컴퓨터안에 흘려놓은 생각들도 많다.

생각나는 대부분의 것들은 나의 하드디스크 속으로, 혹은 알라딘 서재 속으로, 또는 다음 카페로 쫄쫄쫄 흘러들어가 내 머릿속에 남은 것은 거의 없는 느낌이다.

예전보다 정리가 되어 언제든 열어볼 수 있다는 장점은 있으나, 내 머릿속은 왜 이렇게 메말랐다는 느낌이 드는 걸까? 이젠 더 생각할 거리가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머리가 텅 비어 있는 것 같다.

자우림의 '벌레'라는 노래가 생각난다.

나의 맘속엔 나를 먹는 벌레가 살아.
녀석은 나의 뇌 속에 처음 둥지를 틀고 이제는 나의 세포 모두에 자리를 잡아가.
그래서 말이지만, 내가 벌렌지, 벌레가 난지.

나의 뱃속엔 나를 먹는 벌레가 살아.
녀석은 나의 위 속을 맘에 들어했지. 이 것 봐, 내가 삼킨 것을 모두 삼켜.
그래서 말이지만, 내가 벌렌지, 벌레가 난지.

모두들 벌레같이 살지 말래. 모두들 벌레 같은 눈을 하고. 모두들 벌레같이 굴지 말래.
모두들 벌레 같은 배를 하고. 반짝이는 뱃두덩이.
단출하게 층진 더듬이, 뜨고도 감은 그 두 눈엔 무엇이 비치나.

나의 눈 속엔 나를 먹는 벌레가 살아.
녀석은 순한 짓으로 나를 농락하고, 양 같은 표정으로 기회를 기다려.
그래서 말이지만, 내가 벌렌지, 벌레가 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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