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독일문화원에 갔다가 정연/민행언니(그곳에서 친구를 사귀었다!! 유쾌한 친구들!)랑 점심먹고.. 교보에 갔었다. CD를 보면 안되는데...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Hot Tracks에 가서 CD를 보고야 말았다. 마침 지금 공부하고 있는 베토벤 소나타와 쇼팽 스케르초 CD가 없던차에 박하우스의 베토벤 소나타와 마르타 아르게리히의 쇼팽 앨범을 찾아냈다.

으흑! 이번 달은 마이너스인지라.. 정말 안사려고 했건만.. 한번잡은 CD는 내 손을 떠날 줄을 몰랐다. 하도 오랫동안 망설이고 고르다가 30분도 더 머뭇머뭇... ㅡㅜ 같이 간 친구들한테 쫌 미안했다. 그래도 다리아팠을텐데 잘 참아줬다. 난중에 맛난거라도.. ^^

CD를 너무 오래 골라서 결국 레슨에 늦고 말았다. 너무 급하게 종종거리면서 갔더니 아침부터도 시원찮았던 몸이 완전 녹초가 됐다. 그래도 이번 레슨에서는 선생님께 칭찬을 들었다.  일주일 동안 연습한 것이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니까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날아가는 것 같았다.

집에와서 너무 피곤해서 쉬려고 앉았는데, 아까 산 CD가 생각났다. 박하우스의 연주는.. 사실 생각했던 것 만큼 빈틈없이 치밀하기 보다는 좀 뭐랄까.. 경륜이 묻어나는 연주라고 할까? 젊고 힘이 넘치는 터치는 아니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내 스타일은 아닌 듯했다. (박하우스의 연주를 좋아하는 사람은 세계어디든 무척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의 이름을 건 콩쿨도 있을 정도이니..)

그러나

아르게리히.

그녀의 연주는 정말 꽉 차고 열정적이며 힘이 넘쳤다. 살아 움직이며 생동감있게 음악을 만들어내는 그녀의 연주는 여자의 힘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힘과, 카리스마를 지닌 동시에 또한 여성으로서 만들어낼 수 있는 부드러움과 따듯함까지 있었다. 감동적이다. 맑고 깨끗한 음색. 처음 한 음만 들어도 알 수가 있었다. 내가 원하던 진짜 소리라는 것을..

좀더 많이 느끼고, 좀더 많이 생각해야겠다.

요즘 들어서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굉장히 다운되었었는데.. 조금씩 회복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가장 좋을 때, 가장 평범할 때 예고없이 찾아오는 슬럼프는 모든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고 생각한다. 그 슬럼프를 지혜롭게, 인내심을 가지고 잘 넘겨야 내가 사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 일'을 끝까지 지킬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음악에 한 번 정말, 빠져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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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4-07-16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핫, 안녕하세요. "그녀"이야기가 나와 반가워서 고개 비죽 내밀어 봅니다. 매너라고 합니다.^_^o-

마르타 아르헤리치. 제가 가장 좋아하는 피아니스트입니다. 말씀대로, 여자라고 생각하기 힘든 힘과 열정, 그러면서도 섬세함과 매끄러움을 놓치지 않는 피아니스트라서요. 가장 최근에 산 CD의 슈만 협주곡도 숨막히는 연주더군요(환갑 넘은 할마시의 연주가 세상에!). 그저 오래오래 살아서, 한국에 한 번만 더 와주길 빌고 있습니다(94년인가, 기돈 크레머랑 같이 와서, 피아노 현 끊어먹고 갔다죠. 아마 -_-;;;; 흑. 일본은 작년에도 왔던데요T_T). 제가 두번째로 좋아하는 "그녀"사진 붙여봅니다.

 

아, 그리고 박하우스. 제가 들은 게 베토벤 피협밖에 없어 잘은 모르겠지만, 템포 하나는 일관되게, 귀신같이 지키지 않나요? 자의적으로 자신의 개성을 강하게 드러내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거든요. 아마도, 입시용(?)에 맞는 연주자일지도 모르겠다는 짐작을 했는데. 대강 맞을지 모르겠네요. =)


Hanna 2004-07-16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움.. 아르게리히의 팬이 또 한 명 있었네요! ^^ '그녀'라고 해서 놀랐음.. 정말 완벽하게 치밀하면서 완벽하게 따뜻하면서 풍부하고도 꽉찬 연주. 언제들어도 감동적이에요. 게다가 얼굴도.. 예쁘고...^^; 분위기도 넘 멋지잖아요. 님이 올려주신 사진도 넘 멋져요! 굉장히 젊었을 때 사진인듯 합니다만은.. 암튼 반갑네요 '그녀'의 연주를 아는 사람이 또 있었다니.
박하우스는.. 정말 정통파의 연주이죠. 님이 말씀하신 대로 교과서적인(?) 연주를 듣고 싶다면.. 담백하고 일관성있는 박하우스의 연주가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뭔가 젊은 사람들의 새로운 해석이라던가 시도를 초월해서 그저 '음악이란 이런 것이다' 이렇게 담담하게 고백하는 듯한 연주이지요. 듣다 보면 감상하기 보다는 배우는 자세가 되는 것 같아요. '네.. 선생님, 이 곡은 이렇게 연주하는 것이군요.. ' ^^ 달관한 듯한 연주 아니던가요? 저도 그저 느낌대로 .. 적어봅니다.

tarsta 2004-07-19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나님 안녕하세요, 피아노를 치시는 분인가 봐요. '자기 발견을 위한 피아노 연습' 리뷰보고 았습니다. (매너님도 계시네요! ^^)
'그녀'가 94년에 왔었나봐요! 오호.. 그때는 피아노음악을 전혀 모르던때라..
누군가가 아르헤리치와 묘한 3각관계로 이어진 여인이 한국인이라 한국에는 절대 안온다고 한다는 말이 있던데요(믿거나 말거나), 그래도 죽기전에 아르헤리치 연주 한번 들어봤으면 좋겠습니다.
'이 곡은 이렇게 연주하는 것이군요..'라니 듣고나니 정말 그런것 같습니다. ^^
한나님 만나서 반가와요.

Hanna 2004-07-19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arsta님 안녕하세요? 이렇게 글을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르게리히의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나요? 몰랐어요! ^^ 저도 '그녀'가 한국에 나와서 연주한다면... 가서 듣고 싶어요. 그런데 .. 직접 가서 듣는 것도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유럽여행가서.. 아르게리히의 연주를 듣는다면.. ㅡㅜ 얼마나 좋을까요. 우잉~ 열심히 벌어야겠다. ^^;
님의 사진.. 참 특이해요! 직접 그리신... 건... 아니겠지요? 저도 반가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