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오 영감 열린책들 세계문학 41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임희근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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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크는 프랑스 작가라는 사실을 가끔 잊곤 한다.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물론 나의 지적 능력이 낮다는 것에서 주요한 근거를 찾을 수 있겠고 그 다음으로는 발자크의 사실주의적 소설이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과 닮아있는 점이 많다는 것이다.
막대한 부를 축적했던 고리오 영감이 두 딸에 대한 빗나간 부성애로 인하여 파멸로 치닫는 이야기가 그려져 있다. 방향을 잃은 것들 그리고 균형이 결여된 것들은 본질이 아무리 숭고한 것일지라도 위험한 무엇인가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어디로 무엇을 향하는가는 그래서 늘 중요한 일에 속한다.
자신의 딸들을 제대로 만날수조차 없는 처지에 놓인 그는....그리고 차마 숙소라고조차 부를 수 없는 곳에서 하루하루 견디는 그 생활을 왜 고리오는 기꺼이 감수했단 말인가....남편을 두고 바람둥이 정부의 아이를 몇이나 낳고도 도대체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큰 딸의 죄악과 돈이 좋아 은행가와 결혼하였지만 단돈 몇 푼도 융통하기 힘든 생활을 해가는 델핀의 생활은 고리오 영감의 이그러진 판단력과 그 맥을 같이 한다.
읽는 내내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어가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발자크는.....오노레 드 발자크는....정말이지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할수만 있다면 살아생전의 그를....빚쟁이들에게 채무이행을 하기 위해 한자한자 써나갔다고 고백한 그를 마주하고서 이야기 해보고 싶다. 당신의 글쓰기의 원천은 무엇이냐고...어떤식의 생활과 사고와 사유를 거쳐야 당신과 같은 글을 쓸 수 있는지 제발 진지하게 생각하고 구체적으로 서술해줄 수 있겠느냐고....단 하루만이라도 당신처럼 글을 쓰고 싶다고...그렇게 미친사람처럼 고백을 하고 싶다.
고리오 영감이 죽어가던 그 순간 그 방을 지키던 두 청년에게는 축복이 있으라....
죄수들의 낙원을 꿈꾸며 보트랭으로 불사신이 되었던 그에게도 절반의 축복이 있으라....
상류층의 이중적 생활을 이토록 실랄하게 저주하게끔 만드는 소설은 아마도 없을 듯 하다. 발자크의 소설이여 영원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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