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국행 짐을 싸면서 없으면 동생 거 빌리면 되지 싶어 대충 쌌다. 하지만 전기 코드는 220v가 맞지 않으니 110/220을 공용으로 쓸 수 있는 멀티탭은 신경 써서 챙겼다. 엄마 집에 오자마자 배터리가 다 되어가는 전화기와 노트북을 충전하기 위해 멀티탭을 꺼냈는데 아이고 앞에 끼는 돼지코를 안 가져왔네!! 동생이 다음 날 여행용으로 가지고 있던 돼지코를 가져올 때까지 배터리 다 될까 봐 얼마나 아슬아슬했던지.
며칠 후 우연히 책상 서랍을 열었는데 거기 돼지코가 딱 있는게 아닌가!! 내가 작년에 앞으로 오면 쓰려고 두고 갔던 걸 까먹고 혹시 집에 있나 온갖 곳을 다 뒤지면서도 책상 서랍만 안 열어봤네. 여기에 써 두었으니 앞으로는 안 까먹겠지.
2.
집에 와서 삼시 세끼를 밥으로 먹으니 소화가 잘 안 된다. 이럴 땐 활명수가 딱 이지! 하며 집을 나섰는데 길로 나가서야 일요일에는 당번약국 한 군데만 연다는 게 생각났다. 나는 무료 데이타를 쓰기 때문에 바깥에서는 카톡 이외엔 잘 되지 않아 어디가 여는지 찾아보지 못하고 동네 약국을 일일이 다 찾아다녔다.
꽤 멀리까지 돌아다녔는데도 당번약국을 찾지 못해서 다시 집으로 돌아오며 남편과 톡을 했는데 남편 말이 어쩌면 편의점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네? 의심하며 아파트 단지 앞 편의점에 갔는데 거기 있었다!! (편의점 활명수와 약국의 활명수는 성분이 좀 다르다고 한다) 아니 한국에서 언제부터 편의점에서 이런 걸 팔았지? 이걸 몰라 집 앞에 있는 걸 두고 온 동네를 찾아다녔네.
동네를 한참 돌아다녔더니 소화가 다 되어 속이 더부룩한 게 싹 없어졌지만 기념으로 하나 따서 마셨다. 그래 이 맛이야!
3.
해외 백신 등록을 해 준다고 해서 보건소에 갔다. 입구에서부터 용건을 이야기하고 들어가서 담당자에세 말하고 그러는데 소리가 이상하게 들리는 거다. 뭐랄까 멍하니 소리가 멀게 들리고 내 목소리도 이상하고...
전날 분명 코로나 음성 받았는데 왜 이렇지? 나 어디 아픈가? 하면서 머리를 귀 뒤로 넘기는 순간 손에 닿는 블루투스 이어폰!!! 보건소까지 걸어가는 동안 신나게 듣다가 들어가면서 음악만 끄고는 이어폰 끼고 있다는 걸 까먹었다. 양쪽 귓구멍을 이어폰으로 막고 있으니 소리가 당연히 이상하게 들릴 수밖에...
설마 내 소리 잘 안 들린다고 엄청 큰 소리로 말한 건 아니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