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급한 부모를 둔 아이라면 세상에 나오기 전 엄마뱃속에서부터 구경할 수 있는 곳이 제주도일진대. 나는 마흔 둘이 되어서야 드디어 제주도를 구경하게 되었다. 나의 작은 언니는 나보다 더하여 쉰다섯이 되어서야 제주 땅을 밟았다.

 

늦은 감이 있으나, 늦은 만큼, 오래 기다린 만큼 만족도는 배가 됨에랴. 내 또래의 경우 주변을 둘러보면 제주도 못가 본 사람은 언제나 나 혼자였다. 많이는 신혼여행으로 혹은 친구들과 혹은 가족여행 등 다들 늦어도 마흔 전에는 제주도를 졸업하는 분위기였는데 나만 사십이 넘도록 늘 상상으로만 제주도를 만났다.

 

그 실물을 알 수 없기에 제주도 갔다 온 사람들에게 늘 묻곤 하였다.

 

"정말, 제주도는 우리나라 땅이 아닌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한 그런 곳이야?"

"가로수부터 다르고 남태평양 어느 섬의 느낌이 난다 메?"

"귤 밭에서 귤을 따면 정말 재미있겠네?"

"올레는 정말 입소문처럼 매혹적이야?"

 

그러면 다들 고개를 끄덕 끄덕했다. 정말 제주도는 한번 가볼 만하다면서. 4박 5일 아니면 넉넉하게 한 일주일 정도 말미라면 제주도를 두루두루 답사할 수 있다기에. 그렇구나, 나도 언젠가는, 했었는데 그 날이 바로 이번 10월이 된 것이었다.(16~18일)

 







  
백록담은 물이 말라 익숙하던 사진과는 너무 달라....
 
백록담











  
백록담 정상에 선 사람들
 
백록담 정상





사실 남들 다 가본 제주도를 그동안 안가고도 별 답답함 없이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아껴두고 뜸을 좀 들여서 보고 싶은 것도 있었지만 나름의 속사정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비행기에 대한 무서움 때문이었다.

 

이젠 까마득한 추억이 돼버린 10년도 더 지난 일인데, 1995년 여행 차 부모님 몰래 비행기를 한 번 탔고 다음해 역시 부모님 몰래 일어 공부 차 일본에 가서 생활했던 것이 내게는  군대기억처럼 이따금 일 년에 한번 이상 악몽으로 떠오르곤 하였다.

 

흔히 제대 군인들이 자신은 분명 제대를 했는데 어느 날 꿈속에 입영통지서가 날아와서, '도대체 뭐가 잘못되었기에 이런 게 또 날아 와? 아니 내가 정말 군대 안간 게 아닐까? 군대 안간 게 진짜고 군대 간 건 꿈이 아닐까. 아니, 아니야, 갔다 왔잖아. 왜 하필 나에게 이런 행정착오가 나서 두 번 군대 가야 되는 거야? 행정 착오건 뭐건 군이 명령하면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 아냐? 으앙~~' 하며 가위 눌리는 것처럼 나는 공항에서 비행기 표를 분실하는 꿈과 도쿄에서 방 못 구하는 꿈을 교대로 꾸곤 하였다.

 

꿈에서 깨고 나면 제대군인들이 그런 것처럼, '꿈이라서 정말 다행이야.' 안도하며 대신 군대에서 끊임없이 나오던 배추국과 미역국을 싫어하듯이 나는 앞으로 오래도록 비행기를 타지 않음으로서 악몽을 떨치려 하였다. 그랬는데 그것도 한 10년을 넘어가니 공포는 사라지고 역으로 비행기 한번 타보는 것이 소원이 되었겠다.(ㅎㅎ) 

 

한라산도 지금 단풍 절정

 

이즈음 저녁 뉴스를 보면 계절이 계절이니 만큼 단풍에 대한 소식을 꼭 전하는데 그럴 때 마다 그것을 보도하는 기자는 며칠은 어디가 단풍이 절정이고 또 그 다음은 어디하며 읊어 주기에 그런가 보다 했다. 제대로 가을 단풍을 보려면 신문이나 방송의 단풍뉴스를 놓치지 말아야겠구나 생각했다.

 

그러하기에 이번 제주도 여행에서 단풍을 보리란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 신문에서 본 단풍 절정예상일에 한라산은 아예 예상 물망에도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함께 갈 언니도 좀 더 있다 단풍이 절정이다 할 때 가면 어떨까 하였다. 그러나 그때는 항공권 예약이 이미 다 차서 자리가 없으니까 단풍 꿈은 접고 그냥 제주도 간다는데 의의를 두고 가자며 나선 것이었다.

 







  
멀리 보이는 단풍 능선
 
단풍





 











  
우리도 이렇게 아름답게 최후를 맞을수는 없을까.
 
단풍





그런데 웬걸? 한라산도 이미 단풍이 절정이었다. 한라산 꼭대기에는 단풍은 벌써 지고 단풍나무들은 저마다 월동준비를 끝내고 겨울눈만 발갛게 내놓고 있었다. 즉, 한라산 정상은 이미 매서운 바람으로 나뭇잎이 붙어있을 수가 없었고 그보다 고도가 조금 아래인 곳부터 한라산의 반절은 온통 단풍 천지였다.

 

우리 자매가 그랬듯이 한라산을 오른 등산객들 중 많은 사람들이, '단풍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어쩜!'하며 감탄사를 늘어놓았다. 아무렴, 아침에 한라산을 오르기 시작할 때만 해도 단풍은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한라산 기슭은 여전히 녹색이 창창했고 무성한 잎들이 만들어 준 그늘로 인해 산은 보다 그윽하고 고요한 느낌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단풍뉴스에서 말하는 단풍의 절정이 단풍이 산기슭까지 완전히 내려온 때를 말한다면 한라산 단풍은 아직 절정이 아니겠으나. 산기슭까지 다 내려온 때를 절정이라 말한다면 그때는 아마 1500미터 이상 고도에서는 단풍이 모두 지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며칠은 어느 산의 단풍이 절정이네 하는 보도는 수정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즉, 10월이라면 어느 산을 가든 정상을 오르는 사람이라면 다 단풍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정상에 오르지 않고 조금 오르다 말 사람들은 동네 야산이 혹은 도시의 가로수가 조금씩 물들면 그 때 산엘 가면 기슭까지 내려온 단풍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단풍길, 한라산엔 여느산에 비해 산죽이 특히 많았다
 
단풍나무 숲길





마치며...

 

하여간, 지난주에도 한라산 중턱과 그 이상의 고도에서는 단풍이 한창이었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은 그 단풍이 좀 더 밑으로 내려왔을 것이다. 그 내려온 만큼 위쪽의 단풍잎들은 떨어져 내려 이제는 뭇 등산객들의 발길에 머물 것이다. 2박 3일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울긋불긋 단풍이 있었기에 충만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한라산의 산세가 온화해서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고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지리산 외에는 그런 생각 안 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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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시절>. 첫 느낌으로 딱 드는 생각이 '제목 참 좋구나, 너무 좋네!'였다. 제목만 구워삶아 먹어도 본전은 뽑겠구나 싶었다. 허진호 감독의 다섯 번째 사랑영화. 이미 네 번을 곱씹고 또 다시 사랑을 속삭이려니 그 창작이 얼마나 고되었을까.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번엔 또 무슨 '야그'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을까 호기심이 갔다.

 

 

 

지난해 봄인가. 가을인가. 오십 중반 오빠에게 당송 시선집을 선물하면서 나도 한권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 선물하기 전에 미리 한번 펼쳐 봤지만 내가 찾던 그 어떤 빛깔의 시들이 보이지 않아 나는 다른 시집을 사야지 마음 먹고서는 차일피일했는데 이 영화를 보자 그 숙제를 할 때가 지금이구나 싶었다.

아마 이 영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학창시절 교과서 속에서 잠자던 두보를 불러내게 하지 않을까 싶다. 나 또한 고문시간 이후로, 한문시간 이후로 참으로 오랜만에 '두보'를 접했다.  이 영화에 두보가 없었더라면? 아예 영화 자체를 상상할 수가 없다. 두보가 말년에 머물렀다는 대숲이 울울한 초당에서 주인공들은 재회를 하는데, '대숲'과 '메이'와 '동하'는 삼합도 그런 삼합이 없으렸다. 

두보초당에서 관광객들에게 통역을 하고 있던 여주인공 메이(고원원분)는 중국 출장길에 그곳을 찾은 중장비회사 팀장인 동하(정우성분)와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미 유학시절 상대의 진심을 긴가 민가 저울질 하다 귀국하는 바람에 이별 아닌 이별을 했었는데 자신의 일터에서 다시 만나게 된 것이었다. 

서울에서 김 서방은 만날 수 있어도 원수를 외나무다리에서  만날 수는 있어도 사랑을 숨겼던 상대를 고색창연한 시성의 초당에서 만나기란 전생에 5만 번 스쳐도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영화라는 매개가 있어 감독이 그런 전능을 발휘 할 수 있으니 이 아니 좋을소냐.  

아름다웠다. 이름만큼이나 청초한 메이와 '어머나, 내게 사랑이 오고 있는 거야? 그런 거야?' 설렘이 느껴지던 동하의 눈빛은 대숲에 서걱이던 바람소리와 봄밤 거리를, 유리창을 적시던 비와 함께 묘한 동경을 주었다. 

이야기가 잠시 옆길로 새자면, 내 많은 조카들 중 나보다 먼저 결혼을 하여 중학생 아들을 둔 서열 1번 조카 왈.

"가만 보면 한국 여자들 남편을 너무 못살게 구는 것 같아(물론 반대의 경우도). 난 둘 중 하나는 외국여자와 결혼할 것을 한번 권장해 볼 참이야. 후후~"

"정말? 나도 그런 생각 한 적 있는데... 인생사 한번 사는 것 꼭 한국여자랑 결혼하란 법이 있니. 가능하면 다른 나라 여성이랑 결혼 해 다른 문화를 접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만약 그런 인연이 생겨서 한다고 하면 안 말릴 거야."

"나는 봐 가며... 후훗~"

그러나, 영화 속 중국 지 사장(김상호 분)은 동하의 흔들리는 마음을 읽으며 말하였다. "사랑에는 국경이 있습디다." 하먼이라. 특히 한중일의 경우 각자 나름의 존심들이 있어 살다보면 마음속에 국경이 한두 개 그어지는 게 아닐 것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뭐 무서워 장 못 담굴 것 까지는 없고. 국제결혼이야 말로 평화의 전령사가 되는 길 아닌가.

그래서 결론이 뭐꼬

만물을 소생시키는 봄밤의 비처럼 그리운 그대가 '지금' 있으면 주저 말고 똑똑 문을 두드리시라. (세칭 품절남녀들은 자중을 하고...) 곳간이 큰가 작은가 따지지 말고 그이가 '호우'인가 아닌가만 따지시라. 그러나 그이가 '호우'이기는 하나 외관이 '지사장님'을 닮았으면 어쩐다? 많은 비혼들의 딜레마가 혹 거기 있슴둥? 

이미 그 길을 지나온 나로선 그저 마음을 비우(?)란 말밖에... 품절남녀들은 쓸쓸하면 시나 한수? <호우시절> 덕분에 이런 좋은 시를 또 알게 되네. 

春夜喜雨(춘야희우)  -봄밤의 반가운 비   -두보-

 
好雨知時節(호우지시절)....좋은 비는 내릴 때를 아나니

當春乃發生(당춘내발생)....봄 되어 내리니 만물이 소생하는 구나

隨風潛入夜(수풍잠입야)....봄비는 바람 따라 살며시 밤에 내리는데

潤物細無聲(윤물세무성)....가늘게 소리도 없이 만물을 적시네

野徑雲俱黑(야경운구흑)....들길에 구름 드리워 사방이 어두운데  

江船火獨明(강선화독명)....강가의 배 등불만이 외로이 반짝이네

曉看紅濕處(효간홍습처)....날 밝으면 붉게 젖은 땅을 보게 되리니

花重錦官城(화중금관성)....금관성의 꽃들도 비에 젖어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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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하나. 최근 상영된 영화 <프로포즈>에서 보면 산드라 블록이 15센티는 족히 되어 보이는 구두를 신고서 배를 타는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을 보던 위장결혼 연인의 할머니 왈, '아이고 눈 찌르겠네'하면서 며느리 되는 이와 귀엣말을 했었다.

 

평소와 같은 도회의 생활도 아니고 장시간 비행기타고 알래스카로 날아오는 상황을 보여주는 장면이건만, 그렇게 높은 굽의 구두를 신어야 하나 극중이라 해도 어이없었는데 남자주인공의 할머니가 꼬집어주니 속이 다 시원하였다.

 

그러나 다행히 이 영화에서 산드라 블록은 내내 그런 높은 굽만 신고 나오진 않았다. 때로는 굽이 전혀 없는 신발을 신고도 나왔기에 어지럼증이 진정되어 편한 마음으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최근, <리얼스토리 묘>라는 케이블 채널에서 <킬 힐, 그 참을 수 없는 유혹>편을 보았다. 15센티 이상의 높은 굽의 구두를 말한다는 킬 힐. 불편하기 이를 데 없는 그런 신발을 왜 여성들은 좋아할까. 킬 힐은 물론 하이힐도 오래 신으면 허리디스크, 척추측만증, 무지외반증(엄지 발가락이 검지 쪽으로 굽어지는 현상) 등이 걸릴 확률이 매우 높다는데 그러한 신발을 싣는 여성들은 그 사실을 알고 있을까.

 

여가수는 왜 '킬 힐'을 신고 춤을 춰야하나?

 

알면서도 무시하는 것일까. 아니면 신체가 적응이 되어 견딜 만한 것일까. 주변 지인들의 경우를 보면 어쩌다 5센티 정도의 구두만 신어도 '아이고 발이야' 입에서 저절로 신음소리가 나오던데 댄스가수들은 그보다 두 배 세 배 높은 굽을 신고 춤을 추었다.

 

춤도 그냥 한번 추고 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신고 거의 매일 일상적으로 춤 연습을 한다고 하였다. 평소에도 힐을 신고 연습을 해야 몸이 적응이 되어 실제 공연에서도 실수 없이 할 수 있기에 그런다고 하였다. 때문에 그들의 발은 늘 껍질이 까지고 굳은살이 박이고 발톱 모양이 기형이 되는 등 보는 것만으로도 내 발이 다 아픈데 그러한 발로 춤을 추는 당사자들은 오죽할까.

 

그냥 좀 굽 낮은 구두나 예쁜 색색의 운동화를 신고 춤을 추면 안 될까. 얼마 전 어느 프로에서 백지영씨와 그녀의 백댄서들이 모두 운동화를 신고 신곡을 선보이는 것을 보았다. 그 장면을 보자 내 마음이 다 푸근해졌는데 다음의 어느 프로에 보니 다시 힐로 돌아와 있었다. 

 

남자는 넥타이에 구속되고 여자는 하이힐에...

 

하여간, 아무리 인간이 미를 추구하는 동물이라지만 그 '미'라는 것이 보편적 상식을 넘으면 재고해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아프리카 어느 종족이 귀를 뚫어 귓밥을 축 늘이거나 입술을 뚫어 나무판을 끼우고 하는 것을 보면 아름다운가. 미얀마 어느 소수민족이 목을 가늘게 한다며 목에다 수십 개의 링을 감고 있는 것을 보면 역시 아름다운가. 아름답기는커녕 안타까울 뿐이다. 

 

마찬가지로 뾰족하고 위태위태한 높이의 구두를 신고 곡예하며 걷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그러나 오지사회에서 그러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가 가타부타 말할 수가 없다. 그들 나름으로는 이유가 있을 터이니. 그에 반해 우리들은 그들 보다는 그래도 문명국가 아닌가. 문명국가에서 왜 그런 비합리적인 미를 추구하는가 말이다.

 

영화 <코코샤넬>에서 보면 샤넬은 그녀의 언니와 달리 재봉에 소질이 있었다. 바느질에 소질이 있다 보니 자연 당시 귀부인들이 입고 다니던 의상이며 모자, 가발 등에 관심이 많았는데 샤넬은 그들의 과장된 의상을 늘 안타까워하였다, 몸이 혹사당하는 것이 훤히 보였기에.

 

'코르셋으로 허리를 저렇게 조이면 얼마나 불편할까. 모자에다 저러코롬 장식을 하면 얼마나 목이 아플까.'  하여, 샤넬은 스스로 자신의 옷은 그런 쪼임 없이 편안하게 만들어 입었고 또,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바지에 조끼도 역시 만들어 입었다. 뿐인가. 손수 가벼운 모자도 만들어 귀부인들에게 선물했는데 한번 써본 사람들은 너도 나도 그녀의 모자에 유쾌하게 중독되었다. 목이 뻐근하고 머리가 띵한 상태에서 해방되었음은 물론이고.

 

아무튼, 20세기로 넘어오며 여성들은 그 사정없이 조던 코르셋이라든가 과장된 가발, 모자 등으로부터는 확실히 해방되었다. 한발 더 나아간 작금의 21세기는 그렇게 신체의 일부를 결박하는 듯한 치장을 할 필요가 더더욱 없어졌다. 그러나 새로운 부분에서 여전히 그러고들 있으니, 그 백해무익의 대표는 바로 넥타이와 하이힐(혹은 킬 힐)이 아닐까 싶다. 남자는 넥타이에 구속되고 여자는 하이힐에 구속되고. 서로서로, 피차 동시에 그것을 벗어 던지면 안 될까.

 

마무리...

 

유난히 댄스 그룹 가수들이 가요계를 휩쓴 올 해. 우리가 별 생각 없이 각선미 쥑이네, 보는 눈이 다 시원하네 하던 그 순간 그녀들은 속으로 울면서 그 춤들을 춘 것이었다. 생각해보라. 내 딸이, 내 누이동생이 그런 신을 신고 춤을 춘다고. 그러면 무심히 볼 수 있을까. 마냥 즐거이 볼 수가 있을까.

 

그리고 소위 유행을 선도한다는 연예인들이여. 너도 나도 높은 굽을 신기전에 당신들이 그러한 것을 신으면 바로 따라하는 여성들이 부지기수임을 상기했으면 싶다. 예전에는 먹고살기 힘들어 따라하고 싶어도 못 따라한 사람들이 많았다지만 지금은  처지가 다르다. 물건이야 진품을 따라하진 못해도 높이(굽)는 충분히, 누구나 따라할 수가 있기에 더더욱 조심스러워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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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대 초반 한두번 경험삼아 가 본 나이트 클럽에서, 12시가 다가오니,
슬슬 영업 끝나가니 모두들 집으로 가라는
뜻인지 이노래가 흘러나왔다.  처음듣는 그 순간, 가수가 아주 노래를 잘하는구나.
목소리가 좋구나....마음에 들었다. 하여, 다음날
노래 제목이 궁금했던 나는 친구들에게 이 노래의 일부분을 들려주며  제목을 수소문 했던바,
김태화의 '안녕'이었다.

.......

세월이 흘러 이 노래를 거의 20년만에 다시 듣게 되었다. 하여, 뜬금없이 김대중 대통령
추모곡으로 올리고 싶어졌다. 이 노래를 김대중 대통령이 희호여사님에게
불러준다 생각하면서 들으면 나름 어울리는듯....
친구집에 놀러가있던 상황에서 비보를 접했고 디제이 선생님 생각하며 이노래를 샀었기에 ....
시간이 지나도 올려본다. (크, 알라딘은 노래 서비스가 안되었지...)

영결식에 꼭 참석할것이라 두루두루  퍼트렸는데 막상 그렇게 퍼트리고 나면
못 갈 상황이 되고 마는지.... 벋뜨, 오프라인 영결식엔 못갔지만 
티비로 보며 하루 종일 님의 삶을 엿 보았다.

그런 분과 동시대를 살수 있었던 것이 넘 고맙다. 서양사람들은 '벌써부터' 아시아의 지도자 하면
등소평, 리콴유(싱가폴), 그리고 김대중을 꼽았다는데... 우리만 그걸 모르고 있었다.
특히 마지막 석달간 보여준 그 불꽃같은 삶은 두고두고 감동이네요. 님이 돌아가시고 저는
큰약속은 못하고 일기만은 매일 꼬박꼬박 써야지 다짐했답니다.

그리고 일기는 눈 밝을 때나 쓰는 것인가 했는데 님 덕분에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써야 하는
것인가를 새삼 알았습니다.
'일기'는 당신이 남긴 유산 중 가장 소박했지만 신선했습니다.^^  영면하시길....^^

..............


추모를 말하다 웬 영화?

다소 뜬금없지만 올해 본 영화 목록이다.^^ 대부분 개봉관 영화이고 뒷부분 몇개는 요며칠 빌려본 비됴이다.
한비야 씨가 <그건, 사랑이었네.>에서 일년에 100권읽자고 하던데...
일년에 100권 읽는 것이 힘들면 영화 100편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이 가을, 좋은 영화 많이 했으면 좋겠다. 옛날엔 영화 없이 어떻게 살았는지...

올해 본 영화 목록

1.발키리
2.피아노, 솔로
3.비발디
4.워낭소리
5.체인질링
6.벤자빈 버튼의 시계는 거꾸로...
7.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8.작전
9.인터네셔널
10.다우트

11.프로스트 엔 닉슨
12.뉴욕은 언제나 사랑중
13.시크릿윈도우
14.다크나이트
15.다크맨
16.그랜토리노
17.더 리더
18.용의자 엑스의 헌신
19.내남자의 여자도 좋아
20.더블스파이

21.매란방
22.박쥐
23.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24.천사와 악마
25.잘알지도 못하면서
26.똥파리
27.이브닝
28.7급공무원
29.마더
30.하몽하몽

31.모넬라
32.사랑에 눈뜨다.
33.거북이 달린다
34.3XFTM
35.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곳
36.팰햄123
37.여고괴담5
38.언노운 우먼
39.세비지 그레이스
40.국가대표

41.해운대
42.야스쿠니,
43.나의 판타스틱 데뷔작
44.애니 레보비츠
45.세라핀
46.퍼블릭 에너미
47.코코샤넬
48.프로포즈
49.나없는 내인생
50.ps. 아이러브유

51.저스트 프랜드
52.브로크 타운 팰리스
53.봄의눈
54.케이트 엔 레오폴드
55.프랙티컬 매직
56.가출부모

........

시간적으로 가까운 것이라 그런지 지금 내 뇌리속엔 며칠전에 본 <나없는 내인생>의
사라폴리의 처연한 눈빛과,
<코코샤넬>의 마지막 장면, 즉, 코코가 계단에 주저앉아 짓던 망연한 표정이 지워지지 않고 있다. ^^

다른 영화들도 장담컨데 5분의 4는 다 좋은 영화들이었다.

가을.
춘정은 몰라도 추정은 끄덕없었는데 친구가 가을을 타네 어쩌나 문자질을 해서 나도 옮았다.
정말 계절은 아름답고 눈부신데 아짐들의 가심에는 어이하여 허무만이 가득차는지....ㅎㅎ
특히나, 며칠전 은행 잡지에서 읽은, 동료를 히말라야에서 잃은 김재수 대장의

'허무하고 허무하고 허무하다' 는  신종플루처럼 내 맘에 번져 버렸다.

......

(워매, 엄살이 좀 심했나.^^)

아무튼, 모두들 좋은 가을 보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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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9-09-10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2개 겹쳐요.^^
폭설님 우리 같이 가을맞이 엄살 한번 부려볼까요.ㅎㅎ

2009-09-13 2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14 1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광복절 전후로 늘 조마조마한 마음이었는데.....가시는군요. 영면하소서...
마음속에 방하나 내 드릴께요...........

잊지 않을께요.........................................................................................................................
 


'진리의 편에 서 있다는 확신을 준 사람'                -김동렬-

큰 고통입니다. 예견된 이별이어서 더 아픈가 봅니다. 몸살이 나려고 합니다. 열 시간째 자판 위에 손가락만 올려놓고 글자 한 자를 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생각하면 나는 참 많은 것을 님으로부터 얻었습니다.

내가 아무것도 모를 때 님은 내게 밤 하늘의 별처럼 신비한 존재였습니다. 세상사람들의 사나운 눈초리 속에서 남 모르는 비밀을 간직하듯이 님을 가슴 한 구석에 감추었고 산책길을 걸으며 혼자 싱글거렸습니다.

내가 살던 그곳 사람들은 알지못할 언어로 님을 저주했고 나는 홀로 -세상 모두로부터 버림받은- 님편에 서서 님을 독점한듯이 즐거워했습니다. 세상사람들이 님을 버렸으므로 나 역시 돌아앉아 그 세상을 버렸습니다.

님이 다시 사람들 속으로 돌아왔을 때 나 역시 사람들 속으로 돌아왔습니다. 흥사단 4층 강당에서의 강연부터 열번쯤 따라다녔던 연설회. 그 와중에 백골단에 잡혀서 관악서에서 경찰서 유치장 경험.

87년 단일화.. 나는 일관되게 님을 지지했고 지금에와서 님의 결정이 옳았음이 밝혀진 것을 저의 큰 명예로 알고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가는 길은 결코 독재자 1인과의 싸움이 아닙니다.

군부세력만 물리치면 자동으로 민주주의가 되어주는 것은 아닙니다. 민주주의는 인간과 비인간의 투쟁입니다. 그 투쟁은 순전히 내 안에서 일어납니다. 내 안의 인간성과 야만성의 싸움입니다.

협력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참된 용기와 간단하게 약자를 희생시키는 방법으로 문제를 회피하려는 내안의 비겁과의 싸움. 민주의 본질을 밝혀서 민주주의로 가는 길의 정통성있는 계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영삼들은 정통성 있는 민주의 길에 서 있지 않았습니다. 참된 그것은 보편적인 인류 양심의 편에 서는 것, 역사의 편에 서는 것, 진리의 편에 서는 것, 신의 편에 서는 것이며 그 안에서 우리의 좌표를 확인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님의 언어를 좋아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이런 저런 사실을 두고 옳다 그르다 말들 하지만 대략 바보같은 짓입니다. 노무현님 유서 한 줄을 보고 판단이 안 서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말이라는 것을 내뱉을 자격이 없듯이.

님의 연설 한 마디를 듣고도 판단이 안 선다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정치를 논할 자격이 없습니다. 세상에는 절대로 속일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인간과 비인간이 가려지는 지점이 있습니다. 그것을 포착하는 눈을 얻은 사람과 얻지 못한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잘잘못을 논하려 하지만 어리석은 일. 민주로 가는 길은 혼자 가는 길이 아니며, 님의 과업은 잘한 것도 못한 것도 대한민국이 가진 역량의 총합일 뿐, 개별 사안에 대한 판단과 결정 안에 옳고 그름이 있지 않습니다.

누가 대한민국이 가진 역량의 총합을 끌어내었는가가 중요할 뿐입니다. 이건 옳고 저건 그르다는 식의 말은 필요없습니다. 다만 님 외에 사람이라곤 없었을 뿐입니다. 내가 애타게 사람을 찾을 때 님이 홀로 우뚝했습니다.

내가 고립되어 있지 않고 별처럼 빛나는 인류 지성들과 닿아있다는 인식. 내가 보편적인 인류양심의 편, 진리의 편, 역사의 편, 신의 편에 서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있는 그런 사람 말입니다.

나는 님으로부터 참 많은 것을 얻었지만 나는 아직 내가 얻은 것을 어떻게 세상에 되돌려 주어야 할지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님은 한국의 21세기를 설계했고 그 설계는 신의 계획 안에 있는 것이었다고 나는 증언할 것입니다.

http://gujoron.com



김동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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