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우체국
안도현 / 문학동네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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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다작하기 좋은 장르이다.

하지만, 좋은 시를 다작하기란 정말 어려울 것이다.

시가 떠올라 줄줄 시를 써내려가고 시집을 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도현 시인은 축복받은 것일까?

어쩌면, 줄줄 써내려간 시를 시집으로 묶어버리면서 치열함도 묶어버리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분명의 시인의 필적이 느껴지고, 시인의 필력도 느껴지나

시집이 되기에는 뭔가 아쉬운 듯한 글들이 주로 눈에 띄었다.

내가 어설픈 비평의 눈으로 그의 작품세계를 폄하하고 있는가라는 반문도 해보았으나,

여지없이 이 시집에는 뭔가가 빠져있다.

시인은 어느덧 시를 위한 시를 쓰고 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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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의
한승원 지음 / 김영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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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에서 책소개 프로그램이라는 전파를 타고 요란해진

소설 '초의'의 홍보 덕에, 한 권 우연히 사서 읽게 되었다.

그런데,

작가 한승원의 필력으로, 구상력으로는 초의선사를 감당해내지 못했다.

도대체 초의와 추사와 다산은 모두 소설 속에서 유령처럼 모호한 존재가 되어 논쟁을 일삼는다.

그 논쟁의 핵을 작가가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니,

인물은 소설 속에서 형상화되는 것이 아니라 흐지부지 갈 곳 잃어 헤매이는 꼴이 되어버린다.

독자로서,

초의를 문학으로 접하고자 했으나 만족하지 못하는 이 아쉬움이란......

너무나도 기획상품 수준으로 작가가 '초의'에 접근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이은성의 소설 '동의보감'에서 느껴지던 강한 필력과 탄탄한 극적 전개와 무던히도 비교가 된다.

'초의'는 언젠가는 꼭 다른 장르나 소설로 다시 씌여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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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의 어린 시절 세종문화문고
이태극 / 세종대왕기념사업회 / 198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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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서가에서 낡은 모습으로 꽂혀진 이 책을 뽑아들고는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세종대왕에 대해서는 주로 업적 중심의 정보만을 알고 있던 내게,

세종대왕의 성장과정에 대한 서사와 묘사는 나름대로의 재미를 던져주었다.

저자가 사료에 대한 이해 정도 수준에서 글을 쓰고 있기 때문에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거나

고루한 문체로 일화들을 나열하고 있는 등의 단점이 있긴 해도,

세종대왕을 주인공으로 삼아 그의 가족, 스승을 훑어내려가는 것은

그를 보다 인간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끔 해준다.

과연 세종대왕은 운이 좋았던 것일까?

그의 인문학적 비범함과 반듯한 인품과 잔잔한 통솔력을 외부에서 찾기보다는

세종대왕 내면에서부터 쌓여온 '자기수행의 덕'으로 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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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교과 어휘연구
성숙자 지음 / 세종출판사(이길안)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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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 어휘에 대한 연구에 미흡한 것은,

국어교육전공자들이라면 누구나 실감하고 있는 사실이다.

다행히 이렇게 교과 어휘-국어교과 및 다른 교과-에 대한 연구가

책으로도 나오게 되었으니, 앞으로 많은 기대를 해볼만한 것 같다.

그런데,  교과 어휘 연구의 목적이 국어교과의 어휘가 다른 교과의 어휘를 뒷받침해줄 수 있을 정도로 양적으로, 질적으로 체계화되어야 한다는 것 외에......

실질적인 어휘교육방법에 대한 전망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힘들었다.

구조적 의미론을 도입하여 유의미학습이라는 방향만을 제시해놓은 것은,

다분히 이론적인 접근에 머물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지은이가 현직 교사라는 점을 감안해볼 때, 이론과 현실을 꿰뚫는 어휘교육에 대한 방향제시와 방법론을 앞으로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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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반열반경 - 작은경전 10
강기희 옮김 / 민족사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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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분의 추천으로 이 책을 구입해놓고는

어언 2년째 조금씩 뒤적거리만 해왔다.

그러나 문득 손에 잡혀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는데......

석존의 위대한 열반에 얽힌, 너무나도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였다.

깨달음의 세계에서 중생을 바라보는, 세존의 애틋하고도 하염없는 사랑이 느껴졌다. 아난다의 모습에서는 스승을 모시는 참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경전이 두껍고 화려한 표지로 이루어져야 깊은 맛을 내는 건 아닐 것이다.

이처럼 작고 얇은 모양새를 가지고 있더라도

읽어내려가는 정성을 다한다면, 그 깊은 맛은 실로 오묘하기만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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