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비록 - 지옥의 전쟁, 그리고 반성의 기록, 개정증보판 서해문집 오래된책방 2
유성룡 지음, 김흥식 옮김 / 서해문집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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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을 버리고 갈 거면 왜 우리는 성 안으로 들어오게 했소? 이야말로 우리를 속여 적의 손에 넘겨주려는 속셈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이오?' 평양성을 버리고 임금이 피란을 가려하자 백성들이 분노하여 핏발을 세우며 울부짖음을 유성룡은 이와 같이 기록하고 있다. 이 백성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그의 붓에는 먹이 아니라 슬픔이 흠뻑 적셔져 있었을 것이다. 이 책 <징비록> 곳곳마다 원망어린 백성들의 울부짖음과 억울함에 흐느끼는 충신들의 되뇌임이 고여있으니, 참으로 힘겹게 쓰여진 기록문학이라 하겠다.

난세를 당하여 그것도 영의정이라는 최고의 관리로서 임금과 백성들 사이에서 그 혼신을 다한 유성룡이 스스로 반성하고 징계를 한다 하니, 멋적은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로서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할 따름이다. 후환을 경계하라 당부하는 말을 자신의 고통스런 경험을 풀어내어 호소하고 있으니, 그가 과연 단순히 개인적인 반성을 하기 위해 이 글을 썼는가 아니면 역사적 주체들에게 뼈저린 각성을 요구하기 위해 이 글을 썼는가는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된다.

임진왜란을 조선의 역사 한 가운데 기점으로 놓을 수 밖에 없음을 바로 이 징비록이 증언하고 있다고 본다. 고로 한국사의 다양한 방면을 두루 공부해야 하는 한국학 관련 연구자들은 이 징비록을 시대와 영역을 초월하는 소중한 문헌으로 깊이 감상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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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경 그 참뜻을 찾아서
이태기 지음 / 한솜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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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는 많은 도덕경 관련 저서가 있습니다. 하지만, 외양적으로만 두꺼운 양장본의 고품격을 지향하지 도덕경의 담긴 깊은 뜻을 전하는 데에는 턱없이 부족한 점이 많아보입니다. 이 책 '도덕경 그 참뜻을 찾아서'은 그런 저서들 때문에 고통 아닌 고통을 당해온 도덕경 독자들에게 '글읽기'가 아닌 '체험하기'의 길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동네서점에서, 대형서점에서, 친구의 서가에서...이 책을 발견했다면 먼저 도덕경 제1장에 대한 페이지를 찾아 숙독해보기를 권합니다. 그때 눈과 함께 마음이 움직임을 느낀다면 바로 체험하기가 시작된 것일테니까요... 덧붙여, 이 책 또한 이태기 님의 다른 저서처럼, 이태기님이 운영하시는 인터넷사이트의 운영위원님들의 정성으로 출판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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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들의 공부법
박희병 엮어 옮김 / 창비 / 199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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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오래전부터 틈틈히 읽고 또 읽고 있습니다. 왜냐구요? 저는 교사가 되고자 하는데, 과연 스스로 어떻게 배움을 즐길 수 있을지 막막할 때마다 이 책을 스승 삼아 가르침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공자, 대학, 중용, 이황, 이익 말고도
박지원, 홍대용, 최한기의 공부법에 대한 문구들은 정말 가슴에 와닿습니다. 그 중 특히 가장 날카롭고도 섬세하게 와닿는 분의 글은 '최한기'의 글입니다.

'세상에서 말하는 박학이란 훈고(訓 )를 자랑하고 글귀를 뽑아내며, 일을 논할 때에는 반드시 옛 문헌을 많이 끌어다 인용하고, 저술을 할 때에는 반드시 어떤 사실의 출처를 따져 논평하는 것이다. 이처럼 박학은 아무 쓸모없는 것인데도 우리나라의 풍속에서는 이를 숭상한다.'

도대체 대학에서 교수들은 온갖 논문들을 짜집기해서 가르치고 학생들은 온갖 자료들을 짜집기해서 과제물을 만드는 요즘 같은 현실속에서, '박학'처럼 부질없는 짓이 있을까 싶습니다. 그런 반성을 마음속의 울림으로 만들어주는, 이 책을 예비교사들에게 적극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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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속에서 내면 가꾸기 1
이태기 지음 / 한솜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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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책 한 권의 인연이 대단할 때가 있다. 나는 인도의 까비르라는 시인이 궁금해져 인터넷 검색을 하게 되던 중 글쓴이의 사이트를 방문하게 되었다. 그리고 책으로 나온 이 내용들을 저자의 따뜻하고도 매서운 사이버 공간의 가르침으로 들을 수 있었다. 마음 공부란 꾸준히 해야 하는 법... 그것은 세상살이의 기본인 마음 공부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속세의 삶 모두에도 적용되는 것이었다. 저자와 저자의 사이트를 함께 운영하는 회원분들의 정성어린 손길로 이 책이 만들어진 걸로 알고 있다. 부디,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길 원하는 분들은 '세상살이 속에서 내면 가꾸기'를 권하시는 저자의 말씀에 마음을 열고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쫑긋 세우며 취해보라.... 곰삭힘의 세계에서 나날이 무심(無心)의 향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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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을 추억하다
자핑아오 지음, 박지민 옮김 / 오늘의책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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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수필집은 수준미달인 경우가 많아, 자주 손이 가지 않는 책의 한 부류이다. 그 수준이란 걸 굳이 정하자면, 문체나 주제의식을 꼽을 수 있는데, 뭐랄까, 그런 걸 세세히 나누어 분석하기 이전에 딱 느낌이 오는, 그것도 최소한의 사람냄새나는 수필집은 정말 만나기 어렵다. 색다른 주제의식과 남다른 문체를 꿈꾸다 보니, 수필집은 붓가는 데로 써내려가는 유쾌한 쏟아짐이 아니라, 꼬질꼬질 엮여서 결국 무슨 말이 알아듣지 못할 미로속의 장난같은 혼탁함으로 가득차 있곤 하다. 특히, 최근 한국수필을 보면 소위 한 자리한다는 문학가나 학자들이 저마다 자기 이름을 드높이려는 욕심에 그 혼탁한 지면들을 늘리고 있으니 정말 안타깝다.

그런 와중에 아주 유쾌한, 제대로 된 수필집을 만났다. 바로 이 책이다. 난 이 책의 저자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이 수필집을 읽어내려갔다. 그러나, 난 그의 수필이 그의 내면에서 우주로 뻗어내는 기운을 아주 잘 담아내고 있다는 판단이 들었고, 그래서 그를 아주 금새 신뢰하게 되었다. 수필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니다. 묵묵히 자신을 들여다보고, 세상과의 인연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정신적-영혼의- 절차가 필요하다. 한국의 문단을 어지럽히는 수필가들에게, 시와 소설을 넘나들며 시적 환희와 소설적 애환을 엮어내는 이 곡예사의 글을 꼭 참고하라고 권해주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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