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1 밀레니엄 (뿔)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밀레니엄 3부작은 무엇보다 소설이 가져야할 가장 큰 미덕을 가지고 있다. 재미있다. 흥미롭다. 마지막 책장을 덮을때 충족감과 함께 조금더 하는 아쉬움을 주는 작품을 만나기란 결고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마다 책을 읽는 이유는 다르겠으나 자기개발의 목적이 아닌 이상에는 책읽기는 즐거운 일이어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장르를 불문하고 '재미'야말로 책이 가져야 할 기본 소양이자 미덕이 아닌가 생각된다. 밀레니엄 3부작이야 말로 이러한 미덕을 충만하게 가지고 있는 작품이고, 이러한 작품을 만날때 필자는 '하루키'가 즐겨 말하는 '소확행(小確幸)'을 느낀다.

 

처음부터 얘기해보자. 기억은 나지 않지만 뭔가 다른 이유로 웹서핑을 하던중 유사 검색어로 걸려들어 거의, 순전히, 제목만 보고 구매한 '밀레니엄 1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을 처음 받아보았을때 느낌은 묵직함, 그리고 충실함이다. 각 권이 제법 두껍다. 모서리로 한대 맞으면 제대로 보낼거 같은 느낌..이랄까..^^; 조금은 음울한 색채의 표지는 약간 촌스럽게 느껴질수도 있지만 촌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으며 미스테리에 대한 기대를 살포시 주면서 묵직한 두께와 함께 '뭔가 있다', '읽고 싶다'는 느낌을 팍팍 풍긴다. 전면표지에 나체 여인 때문이라고 오해하신다면 그건 아니라고 감히 말할수 있을지도 모르지 않겠는가라고 할수 있지 않을까? 다만 표지에서 좀 아쉬운건 앙증맞은 드래곤 타투다. 책을 읽으면 알겠지만 '리스베트'의 드래곤 타투는 저렇게 앙증맞은 사이즈가 아니다.

 

전체적인 본문 편집은 무난하게 느껴지며 페이지당 글자수도 적당하게 읽기 좋다. 생소한 배경인 스웨덴에 대한 보충인지 추가된 몇페이지의 스웨덴 지도는 출판사의 배려인듯 싶어 지리쪽에 젬병인 필자에게는 참으로 고마웠다. 소설의 완성도나 고인이 된 작가의 이력이나 제법 소장가치가 있다고 느껴지느니만치 양장본으로 출판해 주셨으면 하는 점과, 속지의 감촉이 살짝(아주살짝) 거친 느낌이었던게 조금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앞서 얘기한데로 우리에겐 생소하다고 할 수 있는 스웨덴이 배경임에도 책읽기에 별다른 거부감이 없었던 점에서 번역에도 높은 점수를 주며 외관에 대한 평은 마무리 하겠다.

 

밀레니엄은 3부작 전체가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는데 어떤 면에서 보자면 1부 내용은 몇가지 복선으로 3부작의 시작을 알림과 동시에 주인공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장이 아닌가 싶다. 물론 하나의 큰 이야기가 흥미 진진하게 진행되고 마무리 되어지지만 비교적 2,3부에 비해 각 캐릭터의 에피소드와 심리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다. 호기심은 고양이도 잡는다던가, 이야기를 좋아하는 필자여서인지 몰라도 이러한 에피소드들이 꽤나 재미있었다. 이것은 사실 작가의 뛰어난 스토리텔링 능력 때문이다. 아무런 설명없이 매년 같은날 배달되는 의문의 압화(押花)로 부터 이야기는 시작되어 '리스베트' '미카엘'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두 주인공의 등장, 주변인물과 복잡하게 얽히고 섥히어 확장된 이야기가 군더더기 없이 매끄럽게 하나의 결말로 모아져 가는 과정은 감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 작가의 또 하나의 장점은 현실감이다. '대충 최첨단 방식으로 해킹했어!'식의 헐리웃 영화나 드라마를 볼때마다 '저것도 나름 미국의 대범함이겠지..' 하며 실소로 넘겨왔던 필자로서는 '리스베트'의 해킹 기술의 디테일은 놀라웠고, '미카엘'의 기자로서의 직업 윤리와 일처리 방식은 문외한의 눈으로 보기에도 '기자란 저래야 해!'라고 느낄 정도였다.  휴대폰 하나로 모든 IT 업무를 처리하던 '잭 바우어'식의 일처리에 암암리에 젖어있던 필자에게 밀레니엄의 디테일은 또 하나의 신선함이었고, 마치 작가의 분신처럼 느껴지는 '미카엘'은 작가의 삶 그 자체를 옮겨온듯 느껴졌다.

 

약간은 쌩뚱맞을지 모르나 '리스베트' '미카엘'을 통해 필자는 '홍길동' '장총찬'같은 소설속 인물들이 떠올랐다. 하나는 자기만의 법을 가지고, 또 하나는 기성의 법대로 두 주인공의 방식은 다를지라도, 악의 개념은 다를지라도 거대한 적을 통쾌하게 혼내주는것은 우리네 영웅들을 떠올리게 한다. 더욱이 지금과 같이 언론이 제 역할을 잃어버린 시대에 '미카엘'의 모습에 강한 애정을 느끼는것은 필자뿐만은 아니리라.

 

두서없이 리뷰가 길어졌다. 재미있다에 4.5, 외관에는 3.5, 읽기 좋은 편집과 번역에4, 소장가치로 3.5점 대충 평균 4점의 별점을 주고싶다. 좋은책 출판해주신 출판사에 감사드리며 무엇보다 고인이 되신 작가 '스티그 라르손'님께 존경을 담은 찬사를 보내고 싶다.

 

P.S-정말 표지 디자인에 아쉬웠던게 앙증맞은 드래곤 타투입니다. 읽으시면 아시겠지만 이 용문신은 여주인공, 실질적으로는 전체 시리즈의 단독 주인공인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심볼과 같은 것으로 한쪽 상박 전체를 덮고 있습니다. 영어 제목도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인 만큼 표지에 쓸려면 좀 제대로 해줬으면 싶은데, 뭔가 저 앙증맞은 용가리는.;; 이왕 하는거 전신 나체로..퍼퍽!!..는 아니라도 좀 제대로 보여줬음(??) 싶다니까요. 그러니까 드래곤 타투요~ 출판사님 표지에 제대로좀 해 놓으시라구요..거기에 좀 얇드라도 양장이었으면 외관과 소장가치의 별점은 5점 만점이라도 줄텐데..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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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세트 - 전6권 메피스토(Mephisto)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김선형 외 옮김 / 책세상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혹자는 밥힘으로 산다고 하는데 필자는 잠힘으로 산다. 특히 새벽잠, 아침잠을 사랑하는데 오늘은 사레가 들려 기침이 멈추지 않는 바람에 내사랑 아침잠에게 쫒겨날 수 밖에 없었다..ㅠㅠ; 오늘은 회사도 비번인데 이렇게 새벽같이(?) 일어나고 보니 할게 없다. 어머님의 ‘저놈이 왠일이지?’ 시선을 받으며 꾸역꾸역 간만의 아침을 먹다보니 며칠 전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양장 합본의 포스트를 본 기억이 나 덩달아 리뷰 한번 두들겨 보려 한다.

 

  남의 떡이 커보이는걸까? 필자가 구매할 때도 합본이 있었는데 양장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이동하면서 자주 책을 읽는 필자의 독서 습관상 너무 무거워 보여 할 수 없이 분권 박스 셋트를 샀는데, 뭐 이것도 아담하니 꽤 맘에는 들지만 역시 양장본의 포스에는 못미친다. 책을 가지고 잘생겼느냐 못생겨느냐 어쩌구 하는게 어찌보면 좀 속물스러울지는 몰라도 이왕이면 보기좋은 떡이 맛있다고, 보암직도하고 먹음직도(뭐가ㅡㅅ-?) 하면 금상첨화 아니겠는가. 각설하고 초 특급 슈퍼 울트라 하이테크 슬랩스틱 싸이파이 코미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DONT PANIC!

 
막상 두들겨 보려고 하니 뭐라고 해야할지… 머리속에 떠오르는 것은, 지구 폭파, 타월, 사라진 돌고래, ‘안녕히, 물고기는 고마웠어요’, ‘겁먹지 마세요(DONT PANIC), 머리 두개 달린 (하나였던가? 아니 두개였다가 하나 뗏다가 나중에 다시 붙였구나..ㅡㅡ;) 은하 대통령, 타임 패러독스, 42, 깊은 생각, 우주 끝 레스토랑, 토르, 무한 불가능 확률 추진기, 통역 물고기, 우울증 걸린 로봇 등등… 이쯤 되면 그야말로 카오스의 세계가 따로 없다. 필자의 정신세계가 혼미한 것이 아니냐고 하실지 모르겠는데 뭐, 그것도 틀린말은 아니지만 (무슨 소리냣! 이몸이야 말로 대한민국 대표 정신건강 표준 노총각…퍼퍽!!), 이 작품, 이 소설 자체가 극단적인 카오틱 네버엔딩 스토리 그 자체인 것이다.

 
맥주를 좋아하는 베스트 프랜드 포드가 알고 보니 어사 마이너 행성에 있는 대단한 출판사들이 내놓은 책 중에서 최고로 훌륭한 책. <인생은 오백오십 살부터>보다 더 찰팔리고 있으며, 최신 초 베스트셀러 <알고 싶지 않았지만 억지로 알게 된 섹스에 대한 모든 것>보다 더 큰 논쟁을 불러일으킨 책. 비록 많은 것이 누락되어 있고 터무니없이 부정확하지만 무한하게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우주 속에서 인생을 이해해보고 경이를 구경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금쪽 같은 친구. 술주정과 록밴드, 타월 따위를 시시콜콜하게 설명하는가 하면 완전 진공 상태의 우주에서 삼십 초 안에 구조될 확률을 계산해주기도 하는 책.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 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지구 파트 업데이트를 위해 일주일만 있으려고 왔다가 6년이나 묶여있던 베텔게우스 근처 어느 작은 행성 출신 기고가였다는 것이었고, 그 외계인 포드가 은하계 초공간 개발 위원의 초공간 우회로 건설로 인해 지구가 파괴되기 일보 직전, 주인공인 아서 덴트와 함께 보고인 전투함선에 히치하이킹 하여 지구를 탈출하면서 시작한 이야기는 무한 불가능 확률 추진기를 탑재한 ‘순수한 마음 호’를 타고 전 우주를 누비는 엉망진창인 여행기로 이어진다. 여행중에 실은 지구 ‘깊은 생각’이라는 컴퓨터가 내놓은 삶의 궁극적인 해답 ‘42’의 의미를 알기 위해 설계된 컴퓨터였다는 것을 알게 되고…

 
여기까지가 이 소설 그것도 1권의 대략적인 이야기이다. 이쯤되면 필자가 대한민국 대표 정신건강 표…퍼퍽!! 필자의 정신이 혼미한 것이 아니라는걸 눈치 채셨을 것이다. 그나마 1권은 대략적인 정리라도 가능하지만 이후의 이야기는 정리불가! 설명불가! 6권을 읽는 내내 무슨 이야기인지 전혀 알 수 없었던 이 소설은 실로 정체 불명의 그 무엇인 것이다.

 
원래 라디오 드라마로 제작되었던 것이 시초였다는 이 소설은 일반적인 소설을 읽는 기분으로 시작하면 낭패를 보기 쉽다. 필자가 그랬던 경우로, 워낙에 특이한 것 독특한 것들을 좋아하는 필자가 처음 <은하수..>의 소개를 봤을 때 바로 이거다 싶었드랬다. 그저 SF와 코메디가 결합한 독특한 설정과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결합된 소설 정도로 인식하고 읽기 시작했던 것이다.

 
기본적으로 <은하수…>는 영국식 스랩스틱 코메디라고 생각한다. <미스터 빈>이나 <닥터 후>등의 영국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신 분이라면 <은하수…>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필자에게는 그다지 잘 맞지는 않는 느낌이었는데 원래의 라디오 드라마로 감상했으면 훨씬 재미있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하지만 그 라디오 드라마라는게 70년대에 제작된데다가 기본적으로 영어가 안되기 때문에 그저 희망사항일 뿐이다.

 

그렇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다. 마음 편하게 머리를 비우고 초 특급 슈퍼 울트라 하이테크 슬랩스틱 싸이파이 코미디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 보시기 바란다.


6권 박스 셋트. 일반 마분지 상자에 은하수 스티커, 그것도 다 가리지도 못하는 스티커 붙여놓은 박스가 참 허접하다..ㅋㅋ


세워놓으면..이렇게 키가 다르다. 서로 형제같아 정겹기는 하지만왜 셋트인데 키가 다르냐고~~~!!

 

은하수 표지 디자인은 마음에 제법 든다. 책띠에 커다랗게 DONT PANIC 이라고 찍혀있다. 겁먹지 마세요..^^

 

내부는 그냥 무난하지만 역시 삽화나 그림은 없다..ㅠㅠ

 

 

 

  <은하대백과사전>은 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술은 설탕의 발효를 통해 형성된 휘발성의 무색 액체이며, 탄소화합물로 이루어진 특정 생명체에 대해 도취 효과를 낸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도 술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이 책에는 현존하는 최고의 술은 팬 갈랙틱 가글 블래스터Pan Galactic Gargle Blaster라고 적혀 있다.

팬 갈랙틱 가글 블래스터를 마셨을 때의 효과는 레몬 한 조각으로 싼 커다란 황금 벽돌로 머리를 한 대 강타당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

  <안내서>에는 또한 팬 갈랙틱 가글 블래스터를 가장 잘 만드는 행성과 그 한 잔에 지불해야 하는 가격, 그 술을 마시고 난 뒤의 재활 과정을 도와주는 자원 봉사 조직들에 대해서도 적혀 있다.

  <안내서>에는 심지어 이 술을 직접 만드는 법도 나와 있다.

  <안내서>에 따르면, 먼저 올드 쟁크스 스피릿 한 병에서 진액을 따른다. 거기에다가 산트라기누스 5호 행성의 바닷물을 한 컵 따른다 “아 그 산트라기누스의 바닷물! , 그 산트라기누스의 물고기들!” 이라고 <안내서>는 적고 있다.

  그 혼합물에다 아크투란 행성의 메가 진 얼음 세 조각을 넣어서 녹인다(제대로 얼리지 않으면 벤진 향이 날아갈 수 있음).

  거기에 팔리아 행성의 늪지대 가스를 사 리터 넣어 가스가 부글부글 차오르게 한다. 이는 팔리아 행성의 늪지대에서 기쁨을 이기지 못해 죽어간 그 모든 행복한 히치하이커들을 추모하기 위함이다.

  어두운 콸락틴 행성 지대의 그 아찔한 냄새, 기묘하면서도 달콤하고 신비스러운 그 냄새를 상기시키는 콸락틴 하이퍼민트 추출액을 은수저의 볼록한 부분에 얹어 술잔 안에 띄운다.

  알골리아 행성의 태양 호랑이 이빨을 그 안에 떨어뜨린다. 이빨이 녹으면서 알골리아 태양들의 불꽃이 칵테일의 심장부 깊은 곳까지 퍼져나가는 것을 감상한다.

  잠푸어를 몇 방울 뿌린다.

  올리브를 한 알 넣는다.

  이제 마신다……단……매우 조심해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은하대백과사전>보다 좀더 잘 팔린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타월이라는 주제에 대해 몇 마디 하고 있다.

 

  타월이란 행성 간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가 지닐 수 있는 물건 중 최고로 쓸모 있는 것이다. 타월은 어떤 점에서는 대단히 실용적이다. 자글란 베타 행성의 차가운 달들 사이를 여행할 때는 몸에 둘러서 보온용으로 쓸 수 있다. 산트라기누스 5호 행성의 눈부신 대리석 모래 해변에서는 타월을 깔고 누워, 머리를 어찔하게 하는 그 바다 수증기를 들이마실 수도 있다. 카크라푼 행성의 사막에서는 불타는 듯 반짝이는 별들 아래서 덮고 잘 수도 있다. 느리고 둔중한 모스 강을 따라 조그마한 뗏목을 타고 여행할 때는 돛으로 사용하라. 맨주먹 싸움이 붙으면 적셔서 사용하라. 머리에 감으면 유독 가스를 물리치거나, 트랄 행성의 레이브너스 버그블래스터 비스트의 시선을 피할 수도 있다(이 녀석은 깜짝 놀랄 정도로 멍청해서, 당신이 녀석을 보지 못하면 녀석도 당신을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머리빗만큼의 지능도 없지만 식욕만큼은 엄청나다). 위급 상황에서는 조난 신호로 타월을 흔들어댈 수도 있고, 그러고도 충분히 깨끗해 보이면 물론 몸의 물기를 닦는 데도 쓸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타월에는 엄청나게 폭넓은 심리학적 가치가 있다는 점이다. 어떤 히치하이커가 타월을 가지고 다닌다는 사실을 어떤 스트랙(히치하이커가 아닌 사람)이 알게 되면, 그는 그 히치하이커가 칫솔과 세수 수건, 비누, 비스킷 깡통, 보온병, 나침반, 지도, 끈 뭉치, 모기약, 우비, 우주복 등등도 가지고 다닌다고 자동적으로 믿어버린다. 게다가 그 스트랙은 그 히치하이커가 어쩌다가 이 물건들이나 다른 이런저런 물건들을 ‘잃어버렸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기꺼이 이 물건들을 빌려줄 것이다. 그 스트랙은, 광대한 은하계의 구석구석을 히치하이크하며 그 모든 불편을 참아내고 최대한 돈을 아껴 쓰고 끔찍한 승산들과 맞서 싸우고 끝까지 이겨내면서도 여전히 자기 타월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대접해줄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히치하이커들 사이에서는 이런 은어가 유행하게 되었다.

 “이봐, 자네 그 포드 프리펙트라는 후피를 새스하나? 그 녀석은 정말 자기 타월이 어디 있는지 아는 프루드라니까” (후피 : 정말 침착한 사람 / 새스 : 알다, 인식하다, 만나다, 섹스하다 / 프루드 : 정말 놀라울 정도로 침착한 사람.)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작가가 권하는 ‘이 행성을 떠나는 법’

 

1. 나사NASA에 전화하라. 전화번호는 (713) 483-3111이다. 당신이 지금 당장 떠나는 게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설명하라.

2. 그 사람들이 협조하지 않으면, 백악관 (202) 456-1414 에 있는 아무 친구에게나 전화해서, 나사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 좀 해달라고 하라.

3. 백악관에 친구가 하나도 없으면, 크렘린에 전화하라(0107-095-295-9051로 전화해 국제 교환수에게 크렘린을 대달라고 하라). 그 사람들도 백악관에 친구가 없기는 마찬가지지만(적어도 남들한테 대놓고 말할 수 있는 친구는 없다), 영향력은 좀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시도해볼 만하다.

4. 그것도 안 되면, 교황에게 전화해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물어보라. 교황의 전화번호는 011-39-6-6982. 내가 듣기에 교황의 교환수는 절대로 잘못하는 일이 없다고 한다.

5. 이 시도가 모두 실패로 돌아가면, 신호를 해서 지나가는 비행접시를 정지시킨 다음, 전화 요금 청구서가 날아들기 전에 이 행성을 벗어나는 것이 엄청나게 중요한 일이라고 설명하라.

 

 

DONT PAN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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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새는줄 모른다더니 다 늦게 블로깅에 맛들여서 심심하면 이렇게 쓸떼없는 내용으로도 포스팅을 하게 되는군요..

 

  오늘은 리뷰가 아니라 ‘아이작 아시모프’옹의 수많은 작품들중 가장 잘 알려져 있고 그의 세계관의 중심이 되는 ‘로봇’ 세계관의 주요 작품들을 한번 리스트업 해보겠습니다. 요 며칠 SF 몇권 리뷰하다보니 생각나기도 해서..^^ 제가 보유하고 있는 ‘로봇’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는 책은 요게 다입니다. 뭐 그래도 주요 작품은 다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 로봇> 빼고는 전부 절판중이라 대략 1년전쯤 모다 중고로 구했습니다. 고딩때 읽었던 <파운데이션>을 다시 일고 싶어 찾다가 찾다가 결국 <알라딘>에서 중고 셋트를 구매한 것을 인연으로 주 이용 사이트를 <알라딘>으로 바꾸게 되었죠. <알라딘> TTB로 모자란 책값이라도 좀 보태볼까 해서 리뷰 한두편씩 쓰다가 블로깅까지 하게 됐군요..ㅎㅎ

 

  이리저리 주워모은 정보에 따르자면 ‘아시모프’옹의 세계관 안에서의 시간 순으로 작품을 나열하면 <아이, 로봇> - <로봇1:강철도시> - <로봇2:벌거벗은 태양> - <로봇3,4:여명의 로봇> - <로봇과 제국1,2:로봇과 제국> - <파운데이션> 순입니다. 콜론(:) 앞은 국내판 타이틀 뒤쪽은 원래 타이틀 입니다. 그러니까 예를 들면 <여명의 로봇>은 국내에 <로봇3>, <로봇4>로 출판된것이죠. 그리고<로봇과 제국> 하고 <파운데이션> 사이에 <우주의 기류> <암흑 성운>이 들어갑니다만 두 작품은 시대 배경은 두 시기 사이가 맞는데 주제나 등장인물등이 ‘로봇’ 시리즈와는 연관이 없어 시리즈에 들어가지는 않습니다. 사실<파운데이션>도 어떻게 보면 ‘로봇’ 시리즈로 볼 수 없기는 한데 이야기가 연결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 외에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으로 제작된 중편 <양자인간(The Positronic Man)>이 있습니다만, 정식으로 분류 되는 로봇 시리즈는 <강철 도시(The Caves of Steel) (1954)>, <벌거벗은 태양(The Naked Sun) (1957)>, <여명의 로봇(The Robots of Dawn) (1983)>, <로봇과 제국(Robots and Empire) (1985)> 이렇게 4작품 이라고 하는군요.

 

  위에서 나열한 순서는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들의 세계관 안에서의 시대순으로 작품이 쓰여진 순서는 아닙니다. <아이, 로봇>같은 경우 단편집인데 작품이 쓰여진 시기만 보면 ‘아시모프’옹의 작가 인생 전반에 걸쳐 있죠. <파운데이션>도 국내에 10권으로 출판되었는데 이게 처음부터 하나의 시리즈로 써내써 간 것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최초에 발표한 것은 <파운데이션 3부작>으로 현재 현대정보문화사에서 출판한 10권의 개정판에서 3~5부에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작품이 호응을 얻으니까 앞 뒤의 이야기를 보충해 넣는 식으로 시리즈를 완성해 나간거죠. 그걸 하나의 시리즈로 묶어 출판하면서 시기순으로 정렬해서 출판한 것이 현재의 <파운데이션> 시리즈입니다. <로마제국 흥망사>에서 영감을 얻어 시작했다는 <파운데이션>22세때 집필을 시작하여 작고 하시던 1992년까지 쓰여집니다. 그야말로 일생의 역작이라고 할 수 있죠. 아주 재미있습니다..ㅎㅎ. 이렇게 작품의 발표 시기는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합니다.

 

  SF나 환타지 작가들의 경우 이와 같이 하나의 세계관을 중심으로 여러 작품을 쓰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어슐러 K 르귄’의 ‘헤인’ 시리즈, ‘아서 C 클라크’의 ‘오딧세이’ 시리즈등이 그렇고 국내 작가중 ‘이영도’님의 경우에도 ‘드래곤 라자’와 ‘퓨쳐워커’, ‘눈물을 마시는 새’와 ‘피를 마시는 새’, 단편 시리즈인 ‘오버 더 호라이즌’ 시리즈등이 각각 같은 배경을 공유하고 있죠. 제 생각에 SF와 환타지 같은 경우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이걸 대충 만든다고 되는게 아니다보니 그렇게 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영도’님의 경우 설정을 작품의 뿌리라고 표현하셨는데요 그렇게 근간이 되는 것이다보니 배경과 세계관에 심혈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을테고, 그런걸 아무리 작가라 한들 마구 만들어 낼 수 있을리가 없을테니까요. 거기다가 심혈을 기울인 만큼 하고 싶은 이야기들도 많을테구요. 뭐 저의 짧은 소견일지는 모르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ㅎㅎ

 

  여기서부터 책 자랑질..ㅋㅋ. 살짝 꾸미기로 허접한 찍사실력을 감춰보려 하였으나..쿨럭;;

 

  전체 시리즈입니다. <아이, 로봇> 제외하고는 전부 중고에요. 중고지만 상태는 전부 새것과 같더군요. <암흑 성운>은 못구했습니다...;

 

  <아이, 로봇> <로봇> 시리즈 입니다. <아이, 로봇>은 그나마 나은데 <로봇> 시리즈의 표지 디자인은 정말 안습입니다. 특히 <로봇과 제국>은…ㅡㅅ-;;

 

  <알라딘>과 인연을 맺게 된 <파운데이션>. 중고인데 책띠까지 그대로 있습니다. 완전 새거라니까요..ㅎㅎ; 이건 개정판이구요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구판 번역이 더 좋았다고 하더군요. 개중에는 개정판을 쓰레기 취급하시는 분도..ㅎㅎ. 저도 구판으로 읽어보기는 했지만 워낙 오래전이라 전혀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서 비교는 불가능 할 것 같네요. 다만 표지 디자인은 개정판이 더 낫다고 봅니다. 좀 얇긴해도 양장으로 나온것도 좋았구요. 아무튼 구판 <파운데이션>은 제법 레어 아이템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구하지 못한 곁다리 작품 <암흑 성운>입니다. 다행이도 전에 말씀드린 ‘아이디어 회관 SF : 직지 프로젝트’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PDF HWP로 다운받아 보실수도 있습니다. 그것도 무려 공짜로!!

 

  여기가 ‘아이디어 회관 SF : 직지 프로젝트’ 입니다. 주소는 http://paedros.byus.net/sfjikji/book/index.html . 직지 프로젝트 홈은 http://www.jikji.org/ .

 

 

  처음 생각에는 사진 몇장 올리고 코멘트 다는걸로 대충 빠르게 뚜들길 수 있겠다 싶어 시작했는데 쓰다보니 역시… 성격인가 봅니다. 현실에서는 과묵한편은 아니라도 그렇게 말 많은 타입도 아닌데, 두들기다보면 왜이리 옆으로 잘빠지는지..ㅋㅋ

 

  아무튼 모자란 오름군은 이만 총총 하옵니다. 알흠다운 밤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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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보다 2 : 고대, 중세 - 개정판, 스토리텔링과 이미지의 역사여행! 세계사를 보다
박찬영.버질 힐라이어 지음 / 리베르스쿨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세계사를 보다> 2권은 BC. 270 년 ~ AD. 1453 년 까지의 고대에서 중세의 세계사를 다루고 있다.

 

  은허에서 갑골문자가 발견되어 상나라의 실체가 드러났고, 술로 연못을 만든 상나라의 주왕은 주나라의 공격을 받아 자살했으며, 봉건제도를 실시했던 주나라는 외적의 침입으로 왕권이 약해지면서 제후들이 활개 치는 춘추전국시대가 되었습니다.

  천하를 통일한 진(秦)나라의 시황제가 죽은 후 항우와 싸워 이긴 유방이 한나라를 세웠고, 황건적의 난으로 혼란한 틈을 타서 위, 촉, 오 삼국이 일어서더니, 사마염이 세운 진(晋)에 의해 통일이 되었습니다.
  이내 다섯 유목 민족이 쳐들어와 열여섯 나라를 세우가, 5호 16국을 통일한 북위와 강남으로 쫓겨난 진나라가 세운 동진이 남북조시대를 열었으며, 남북조는 북조의 수가 통일하였습니다.

  대운하를 건설한 수나라는 고구려 침략에 실패한 후, 변방을 지키던 이연이 당을 세우고, 절도사 주전충에게 멸망한 당은 5대 10국의 혼란기를 거쳐, 마지막 왕조인 후주의 절도사 조광윤이 왕이를 물려받아 송을 건국했습니다.

  송은 금의 침략으로 강남으로 밀려나 남송 시대에 들어서고, 남송은 몽골족이 세운 원나라에 멸망당하고, 원이 왕위 쟁탈전으로 어수선한 틈을 타 주원장이 홍건적의 난을 일으켜 명을 세웠으며, 당쟁과 외적에 시달리던 명은 이자성의 농민군에게 멸망당합니다. 여진족이 세운 후금이 농민반란군을 진압한 후 나라 이름을 청으로 바꾸고, 신해혁명으로 청 왕조가 무너진 후 중국은 황제가 없는 나라가 됩니다.

  이래도 복잡하나요? 그렇다면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세요. 통일 왕조가 아닌 경우는 괄호로 묶었습니다.

 

  상-주-(춘추전국)-진-한-(위.촉.오)-진-(5호16국)-(남북조)-수-당-(5대10국)-송-금,남송-원-명-청

 

  그래도 복잡하게 느껴진다면 이번에는 운율을 넣어 읽어 보세요.

 

  "상주춘추진한 위진남북조, 수당5대10국 송금원명청"

 

  보너스 하나 더! 주요 연도와 개국시조는 꼭 확인해 두세요.

  아래 연도는 그대로 다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시대적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남북조-수-당은 439-581-618으로, 금-원-명은 1115-1271-1368으로 기억해 두세요.


 

  이 책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발췌해 보았다.  다음과 같은 표현도 곧잘 등장한다.

...... 한니발이 제 2차 포에니 전쟁에서 패배한 기원전 202년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순간이니까 꼭 기억하세요. '한니발에게는 두고두(202)고 후회스런 해가 됐다'고 기억하세요......

 

  개그로 치자면 좀 썰렁할지 모르지만 딱딱한 역사 공부에는 상당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전체 3권이라는 한정된 지면으로 방대한 세계사를 다루고 있는 만큼 독특하거나 심도 깊은 역사 인식이나 해석을 보여주지는 못하는듯 하지만  전반적인 역사의 흐름을 파악하기에는 좋은 책이다. 필자는 학교때 공부는 지지리도 안했던 주제에, 교양을 쌓아보겠다고 비록 전문 서적은 아니지만 인문 역사책들을 뒤적거리다 보니 역사에 대한 제반 지식이 없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넘길때가 많았는데 이러한 필자에게는 딱 맞는 책이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그림도 많고..ㅎㅎ;


  선사시대와 고대를 다뤘던 1권은 좀 따분했었는데 중세를 다룬 2권은 인물도 많고 사건도 많아서인지 꽤 다이나믹한게 재미도 꽤 있었다. 1권때는 좀 실망이었던 것이 2권에서 많이 만회한 느낌인데 3권은 어찌될까..ㅎㅎ 2권은 1권보다 재미있어서 별점 1점 더 주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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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들에게 고하라 크로스로드 SF컬렉션 3
이영도.듀나 외 지음 / 해토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기왕 두들긴 김에 <죽은 자들에게 고하라>까지 두들겨 보련다.

 

  이 책은 앞서 <얼터너티브 드림>에서 이야기했던 바와 같이 APCTP 에서 운영하는 웹진 <크로스로드>에 실렸던 SF 단편들을 모아 출간하는 <크로스로드 SF 컬랙션> 3번째 모음집이다. 2010년에 4번째 모음집 나오고 아직까지 5번째가 출간되고 있지 않아 아쉬운데, 비록 웹진에서 다 읽어보기는 했지만 그래도 책은 또 다르니 예쁘게 만들어져 나와줬으면 싶다.

 

  SF 이야기를 하다 보면 환타지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작품집에 이름을 올린 좀비대왕 <이영도>님도 <드래곤 라자>등의 환타지 소설을 통해 이름을 얻었지만 외국의 많은 SF 작가들 또한 SF와 환타지 장르의 소설을 같이 쓰고 있다. 특히 어슐러 K 르귄같은 경우 주요 세계관인 헤인의 세계관이 과학과 환타지가 결합한 형태를 띄고 있다. 환타지 팬이라면 <어스시(EarthSea)> 시리즈를 아실텐데 필자가 알기에 이 <어스시>의 이야기도 <헤인> 세계의 일부로 알고 있다. 즉 광속 여행으로 각 행성의 문화를 연결하는 배경에 있는 한 행성인 것이다.

 

  이렇게 SF와 환타지는 서로 밀접하게 붙어있어 때로는 경계가 모호하기까지 한데, 지금까지 필자가 읽어온 SF와 환타지 작품들중 명작 혹은 고전으로 꼽히는 작품들은 이러한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는듯 하다. 무엇보다 문학으로서의 완성도 또한 매우 높아 단순히 하나의 장르로서 머무르지 않고 다른 장르와 문학이라는 큰 틀 안에서도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아시모프>옹의 경우 작품내에 미스터리의 요소를 잘 가미하는게 특징인데 때때로 SF가 아닌 추리 혹은 미스터리 작품집에서 그의 이름을 발견할 때도 있다.

 

  국내 환타지의 경우 한참 통신 연재 소설이 출판으로 쏟아져 나오던 시기의 작품들을 보면 너무 환타지라는 장르에 갖혀 있는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었다. 물론 필자는 그 이야기들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었고 작품에 따라서는 대단히 독특하고 완성도 높은 작품도 있었지만 대체로는 어떤 일반적인 틀 안에 갖혀 있는 느낌이었다. 항상 마법이, 그것도 비스비슷한 클래스 시스템의 마법이 등장하고 검이 등장하고 피와 살이 튀는 전투씬과 대규모 전쟁 등등 전체적인 구도가 대부분 비슷하다. 비록 재미는 있었지만 대부분이 장르를 넘어가는 완성도를 갖지 못했다고 생각된다. 장르를 넘어서는것은 둘째로 스스로의 장르의 틀 안에 꼬박 갖혀있는 답답함마저 느껴졌다.

 

  필자가 구구절절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그동안 환타지에 묶어 국내 SF에 대해서도 비슷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이다. 사실 우리작가의 SF는 제대로 읽지도 않았으면서 막연하게 그렇겠거니 하는 인상만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크로스로드 SF 컬랙션>을 만나면서 그동안 필자의 인식이 얼마나 잘못되어 있었는지를 깨닳았기 때문이다. <어슐러 K 르귄> SF 작가들은 예언자가 아니며 SF를 통해 사고 실험을 하고 있다고 했다. 비단 SF 뿐만 아니라 장르를 불문하고 좋은 소설, 가슴 벅찬 작품을 만났을 때마다 필자가 받은 인상도 그와 같았다.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작가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좋은 작품에는 자연스럽게 배어있는 작가의 이야기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필자는 생각하고 느껴왔다.

 

 

이 단편집에 실린 작품들은 일상의 문제들을 깊이 있게 파고드는 한국 SF 고유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SF라 하면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치부하기 쉽지만,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지금 이곳'의 현실에 주목한다.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 사회소설의 요소 또한 포함하고 있다.

 

  알라딘의 책 소개와 같이 필자 또한 이 <죽은 자들에게 고하라>를 읽으면서 SF의 틀, 장르의 틀에 갖혀있지 않고 그것을 통해 이야기 하고 있는 작가들을 만난 느낌이다.

 

l  이영도 | 별뜨기에 관하여

l  듀 나  | 죽은 자들에게 고하라

l  임태운 | 채널

l  송경아 | 하나를 위한 하루

l  설인효 | 진짜 죽음

l  노기욱 | 소울메이트

l  김보영 | 01 사이

l  김 몽  | 차이니스 와이너리

l  김선우 | 양치기의 달

l  백상준 | 우주복

 

  10 10, 멋진 작품 멋진 작가들이 아닐 수 없다. 단편에 머무르지 않고 그들의 멋진 장편들 또한 활발하게 출판되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제멋대로 별점은 재미있다에 4.5, 외형 및 편집은 3, 소장가치는 2.5 대충 평균 3점에 내멋대로 +1점해서 4점 주고 싶다.

 

 

책입니다^^;

 

이번권은 <얼터너티브 드림>에 비해 좀더 편집이 읽기 편하게 잘된 느낌이고 중간중간 제가 좋아하는 그림도 들어가 있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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