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들에게 고하라 크로스로드 SF컬렉션 3
이영도.듀나 외 지음 / 해토 / 2009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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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왕 두들긴 김에 <죽은 자들에게 고하라>까지 두들겨 보련다.

 

  이 책은 앞서 <얼터너티브 드림>에서 이야기했던 바와 같이 APCTP 에서 운영하는 웹진 <크로스로드>에 실렸던 SF 단편들을 모아 출간하는 <크로스로드 SF 컬랙션> 3번째 모음집이다. 2010년에 4번째 모음집 나오고 아직까지 5번째가 출간되고 있지 않아 아쉬운데, 비록 웹진에서 다 읽어보기는 했지만 그래도 책은 또 다르니 예쁘게 만들어져 나와줬으면 싶다.

 

  SF 이야기를 하다 보면 환타지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작품집에 이름을 올린 좀비대왕 <이영도>님도 <드래곤 라자>등의 환타지 소설을 통해 이름을 얻었지만 외국의 많은 SF 작가들 또한 SF와 환타지 장르의 소설을 같이 쓰고 있다. 특히 어슐러 K 르귄같은 경우 주요 세계관인 헤인의 세계관이 과학과 환타지가 결합한 형태를 띄고 있다. 환타지 팬이라면 <어스시(EarthSea)> 시리즈를 아실텐데 필자가 알기에 이 <어스시>의 이야기도 <헤인> 세계의 일부로 알고 있다. 즉 광속 여행으로 각 행성의 문화를 연결하는 배경에 있는 한 행성인 것이다.

 

  이렇게 SF와 환타지는 서로 밀접하게 붙어있어 때로는 경계가 모호하기까지 한데, 지금까지 필자가 읽어온 SF와 환타지 작품들중 명작 혹은 고전으로 꼽히는 작품들은 이러한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는듯 하다. 무엇보다 문학으로서의 완성도 또한 매우 높아 단순히 하나의 장르로서 머무르지 않고 다른 장르와 문학이라는 큰 틀 안에서도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아시모프>옹의 경우 작품내에 미스터리의 요소를 잘 가미하는게 특징인데 때때로 SF가 아닌 추리 혹은 미스터리 작품집에서 그의 이름을 발견할 때도 있다.

 

  국내 환타지의 경우 한참 통신 연재 소설이 출판으로 쏟아져 나오던 시기의 작품들을 보면 너무 환타지라는 장르에 갖혀 있는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었다. 물론 필자는 그 이야기들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었고 작품에 따라서는 대단히 독특하고 완성도 높은 작품도 있었지만 대체로는 어떤 일반적인 틀 안에 갖혀 있는 느낌이었다. 항상 마법이, 그것도 비스비슷한 클래스 시스템의 마법이 등장하고 검이 등장하고 피와 살이 튀는 전투씬과 대규모 전쟁 등등 전체적인 구도가 대부분 비슷하다. 비록 재미는 있었지만 대부분이 장르를 넘어가는 완성도를 갖지 못했다고 생각된다. 장르를 넘어서는것은 둘째로 스스로의 장르의 틀 안에 꼬박 갖혀있는 답답함마저 느껴졌다.

 

  필자가 구구절절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그동안 환타지에 묶어 국내 SF에 대해서도 비슷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이다. 사실 우리작가의 SF는 제대로 읽지도 않았으면서 막연하게 그렇겠거니 하는 인상만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크로스로드 SF 컬랙션>을 만나면서 그동안 필자의 인식이 얼마나 잘못되어 있었는지를 깨닳았기 때문이다. <어슐러 K 르귄> SF 작가들은 예언자가 아니며 SF를 통해 사고 실험을 하고 있다고 했다. 비단 SF 뿐만 아니라 장르를 불문하고 좋은 소설, 가슴 벅찬 작품을 만났을 때마다 필자가 받은 인상도 그와 같았다.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작가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좋은 작품에는 자연스럽게 배어있는 작가의 이야기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필자는 생각하고 느껴왔다.

 

 

이 단편집에 실린 작품들은 일상의 문제들을 깊이 있게 파고드는 한국 SF 고유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SF라 하면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치부하기 쉽지만,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지금 이곳'의 현실에 주목한다.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 사회소설의 요소 또한 포함하고 있다.

 

  알라딘의 책 소개와 같이 필자 또한 이 <죽은 자들에게 고하라>를 읽으면서 SF의 틀, 장르의 틀에 갖혀있지 않고 그것을 통해 이야기 하고 있는 작가들을 만난 느낌이다.

 

l  이영도 | 별뜨기에 관하여

l  듀 나  | 죽은 자들에게 고하라

l  임태운 | 채널

l  송경아 | 하나를 위한 하루

l  설인효 | 진짜 죽음

l  노기욱 | 소울메이트

l  김보영 | 01 사이

l  김 몽  | 차이니스 와이너리

l  김선우 | 양치기의 달

l  백상준 | 우주복

 

  10 10, 멋진 작품 멋진 작가들이 아닐 수 없다. 단편에 머무르지 않고 그들의 멋진 장편들 또한 활발하게 출판되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제멋대로 별점은 재미있다에 4.5, 외형 및 편집은 3, 소장가치는 2.5 대충 평균 3점에 내멋대로 +1점해서 4점 주고 싶다.

 

 

책입니다^^;

 

이번권은 <얼터너티브 드림>에 비해 좀더 편집이 읽기 편하게 잘된 느낌이고 중간중간 제가 좋아하는 그림도 들어가 있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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