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1 밀레니엄 (뿔)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밀레니엄 3부작은 무엇보다 소설이 가져야할 가장 큰 미덕을 가지고 있다. 재미있다. 흥미롭다. 마지막 책장을 덮을때 충족감과 함께 조금더 하는 아쉬움을 주는 작품을 만나기란 결고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마다 책을 읽는 이유는 다르겠으나 자기개발의 목적이 아닌 이상에는 책읽기는 즐거운 일이어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장르를 불문하고 '재미'야말로 책이 가져야 할 기본 소양이자 미덕이 아닌가 생각된다. 밀레니엄 3부작이야 말로 이러한 미덕을 충만하게 가지고 있는 작품이고, 이러한 작품을 만날때 필자는 '하루키'가 즐겨 말하는 '소확행(小確幸)'을 느낀다.

 

처음부터 얘기해보자. 기억은 나지 않지만 뭔가 다른 이유로 웹서핑을 하던중 유사 검색어로 걸려들어 거의, 순전히, 제목만 보고 구매한 '밀레니엄 1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을 처음 받아보았을때 느낌은 묵직함, 그리고 충실함이다. 각 권이 제법 두껍다. 모서리로 한대 맞으면 제대로 보낼거 같은 느낌..이랄까..^^; 조금은 음울한 색채의 표지는 약간 촌스럽게 느껴질수도 있지만 촌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으며 미스테리에 대한 기대를 살포시 주면서 묵직한 두께와 함께 '뭔가 있다', '읽고 싶다'는 느낌을 팍팍 풍긴다. 전면표지에 나체 여인 때문이라고 오해하신다면 그건 아니라고 감히 말할수 있을지도 모르지 않겠는가라고 할수 있지 않을까? 다만 표지에서 좀 아쉬운건 앙증맞은 드래곤 타투다. 책을 읽으면 알겠지만 '리스베트'의 드래곤 타투는 저렇게 앙증맞은 사이즈가 아니다.

 

전체적인 본문 편집은 무난하게 느껴지며 페이지당 글자수도 적당하게 읽기 좋다. 생소한 배경인 스웨덴에 대한 보충인지 추가된 몇페이지의 스웨덴 지도는 출판사의 배려인듯 싶어 지리쪽에 젬병인 필자에게는 참으로 고마웠다. 소설의 완성도나 고인이 된 작가의 이력이나 제법 소장가치가 있다고 느껴지느니만치 양장본으로 출판해 주셨으면 하는 점과, 속지의 감촉이 살짝(아주살짝) 거친 느낌이었던게 조금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앞서 얘기한데로 우리에겐 생소하다고 할 수 있는 스웨덴이 배경임에도 책읽기에 별다른 거부감이 없었던 점에서 번역에도 높은 점수를 주며 외관에 대한 평은 마무리 하겠다.

 

밀레니엄은 3부작 전체가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는데 어떤 면에서 보자면 1부 내용은 몇가지 복선으로 3부작의 시작을 알림과 동시에 주인공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장이 아닌가 싶다. 물론 하나의 큰 이야기가 흥미 진진하게 진행되고 마무리 되어지지만 비교적 2,3부에 비해 각 캐릭터의 에피소드와 심리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다. 호기심은 고양이도 잡는다던가, 이야기를 좋아하는 필자여서인지 몰라도 이러한 에피소드들이 꽤나 재미있었다. 이것은 사실 작가의 뛰어난 스토리텔링 능력 때문이다. 아무런 설명없이 매년 같은날 배달되는 의문의 압화(押花)로 부터 이야기는 시작되어 '리스베트' '미카엘'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두 주인공의 등장, 주변인물과 복잡하게 얽히고 섥히어 확장된 이야기가 군더더기 없이 매끄럽게 하나의 결말로 모아져 가는 과정은 감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 작가의 또 하나의 장점은 현실감이다. '대충 최첨단 방식으로 해킹했어!'식의 헐리웃 영화나 드라마를 볼때마다 '저것도 나름 미국의 대범함이겠지..' 하며 실소로 넘겨왔던 필자로서는 '리스베트'의 해킹 기술의 디테일은 놀라웠고, '미카엘'의 기자로서의 직업 윤리와 일처리 방식은 문외한의 눈으로 보기에도 '기자란 저래야 해!'라고 느낄 정도였다.  휴대폰 하나로 모든 IT 업무를 처리하던 '잭 바우어'식의 일처리에 암암리에 젖어있던 필자에게 밀레니엄의 디테일은 또 하나의 신선함이었고, 마치 작가의 분신처럼 느껴지는 '미카엘'은 작가의 삶 그 자체를 옮겨온듯 느껴졌다.

 

약간은 쌩뚱맞을지 모르나 '리스베트' '미카엘'을 통해 필자는 '홍길동' '장총찬'같은 소설속 인물들이 떠올랐다. 하나는 자기만의 법을 가지고, 또 하나는 기성의 법대로 두 주인공의 방식은 다를지라도, 악의 개념은 다를지라도 거대한 적을 통쾌하게 혼내주는것은 우리네 영웅들을 떠올리게 한다. 더욱이 지금과 같이 언론이 제 역할을 잃어버린 시대에 '미카엘'의 모습에 강한 애정을 느끼는것은 필자뿐만은 아니리라.

 

두서없이 리뷰가 길어졌다. 재미있다에 4.5, 외관에는 3.5, 읽기 좋은 편집과 번역에4, 소장가치로 3.5점 대충 평균 4점의 별점을 주고싶다. 좋은책 출판해주신 출판사에 감사드리며 무엇보다 고인이 되신 작가 '스티그 라르손'님께 존경을 담은 찬사를 보내고 싶다.

 

P.S-정말 표지 디자인에 아쉬웠던게 앙증맞은 드래곤 타투입니다. 읽으시면 아시겠지만 이 용문신은 여주인공, 실질적으로는 전체 시리즈의 단독 주인공인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심볼과 같은 것으로 한쪽 상박 전체를 덮고 있습니다. 영어 제목도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인 만큼 표지에 쓸려면 좀 제대로 해줬으면 싶은데, 뭔가 저 앙증맞은 용가리는.;; 이왕 하는거 전신 나체로..퍼퍽!!..는 아니라도 좀 제대로 보여줬음(??) 싶다니까요. 그러니까 드래곤 타투요~ 출판사님 표지에 제대로좀 해 놓으시라구요..거기에 좀 얇드라도 양장이었으면 외관과 소장가치의 별점은 5점 만점이라도 줄텐데..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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