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세트 - 전6권 메피스토(Mephisto)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김선형 외 옮김 / 책세상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혹자는 밥힘으로 산다고 하는데 필자는 잠힘으로 산다. 특히 새벽잠, 아침잠을 사랑하는데 오늘은 사레가 들려 기침이 멈추지 않는 바람에 내사랑 아침잠에게 쫒겨날 수 밖에 없었다..ㅠㅠ; 오늘은 회사도 비번인데 이렇게 새벽같이(?) 일어나고 보니 할게 없다. 어머님의 ‘저놈이 왠일이지?’ 시선을 받으며 꾸역꾸역 간만의 아침을 먹다보니 며칠 전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양장 합본의 포스트를 본 기억이 나 덩달아 리뷰 한번 두들겨 보려 한다.

 

  남의 떡이 커보이는걸까? 필자가 구매할 때도 합본이 있었는데 양장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이동하면서 자주 책을 읽는 필자의 독서 습관상 너무 무거워 보여 할 수 없이 분권 박스 셋트를 샀는데, 뭐 이것도 아담하니 꽤 맘에는 들지만 역시 양장본의 포스에는 못미친다. 책을 가지고 잘생겼느냐 못생겨느냐 어쩌구 하는게 어찌보면 좀 속물스러울지는 몰라도 이왕이면 보기좋은 떡이 맛있다고, 보암직도하고 먹음직도(뭐가ㅡㅅ-?) 하면 금상첨화 아니겠는가. 각설하고 초 특급 슈퍼 울트라 하이테크 슬랩스틱 싸이파이 코미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DONT PANIC!

 
막상 두들겨 보려고 하니 뭐라고 해야할지… 머리속에 떠오르는 것은, 지구 폭파, 타월, 사라진 돌고래, ‘안녕히, 물고기는 고마웠어요’, ‘겁먹지 마세요(DONT PANIC), 머리 두개 달린 (하나였던가? 아니 두개였다가 하나 뗏다가 나중에 다시 붙였구나..ㅡㅡ;) 은하 대통령, 타임 패러독스, 42, 깊은 생각, 우주 끝 레스토랑, 토르, 무한 불가능 확률 추진기, 통역 물고기, 우울증 걸린 로봇 등등… 이쯤 되면 그야말로 카오스의 세계가 따로 없다. 필자의 정신세계가 혼미한 것이 아니냐고 하실지 모르겠는데 뭐, 그것도 틀린말은 아니지만 (무슨 소리냣! 이몸이야 말로 대한민국 대표 정신건강 표준 노총각…퍼퍽!!), 이 작품, 이 소설 자체가 극단적인 카오틱 네버엔딩 스토리 그 자체인 것이다.

 
맥주를 좋아하는 베스트 프랜드 포드가 알고 보니 어사 마이너 행성에 있는 대단한 출판사들이 내놓은 책 중에서 최고로 훌륭한 책. <인생은 오백오십 살부터>보다 더 찰팔리고 있으며, 최신 초 베스트셀러 <알고 싶지 않았지만 억지로 알게 된 섹스에 대한 모든 것>보다 더 큰 논쟁을 불러일으킨 책. 비록 많은 것이 누락되어 있고 터무니없이 부정확하지만 무한하게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우주 속에서 인생을 이해해보고 경이를 구경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금쪽 같은 친구. 술주정과 록밴드, 타월 따위를 시시콜콜하게 설명하는가 하면 완전 진공 상태의 우주에서 삼십 초 안에 구조될 확률을 계산해주기도 하는 책.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 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지구 파트 업데이트를 위해 일주일만 있으려고 왔다가 6년이나 묶여있던 베텔게우스 근처 어느 작은 행성 출신 기고가였다는 것이었고, 그 외계인 포드가 은하계 초공간 개발 위원의 초공간 우회로 건설로 인해 지구가 파괴되기 일보 직전, 주인공인 아서 덴트와 함께 보고인 전투함선에 히치하이킹 하여 지구를 탈출하면서 시작한 이야기는 무한 불가능 확률 추진기를 탑재한 ‘순수한 마음 호’를 타고 전 우주를 누비는 엉망진창인 여행기로 이어진다. 여행중에 실은 지구 ‘깊은 생각’이라는 컴퓨터가 내놓은 삶의 궁극적인 해답 ‘42’의 의미를 알기 위해 설계된 컴퓨터였다는 것을 알게 되고…

 
여기까지가 이 소설 그것도 1권의 대략적인 이야기이다. 이쯤되면 필자가 대한민국 대표 정신건강 표…퍼퍽!! 필자의 정신이 혼미한 것이 아니라는걸 눈치 채셨을 것이다. 그나마 1권은 대략적인 정리라도 가능하지만 이후의 이야기는 정리불가! 설명불가! 6권을 읽는 내내 무슨 이야기인지 전혀 알 수 없었던 이 소설은 실로 정체 불명의 그 무엇인 것이다.

 
원래 라디오 드라마로 제작되었던 것이 시초였다는 이 소설은 일반적인 소설을 읽는 기분으로 시작하면 낭패를 보기 쉽다. 필자가 그랬던 경우로, 워낙에 특이한 것 독특한 것들을 좋아하는 필자가 처음 <은하수..>의 소개를 봤을 때 바로 이거다 싶었드랬다. 그저 SF와 코메디가 결합한 독특한 설정과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결합된 소설 정도로 인식하고 읽기 시작했던 것이다.

 
기본적으로 <은하수…>는 영국식 스랩스틱 코메디라고 생각한다. <미스터 빈>이나 <닥터 후>등의 영국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신 분이라면 <은하수…>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필자에게는 그다지 잘 맞지는 않는 느낌이었는데 원래의 라디오 드라마로 감상했으면 훨씬 재미있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하지만 그 라디오 드라마라는게 70년대에 제작된데다가 기본적으로 영어가 안되기 때문에 그저 희망사항일 뿐이다.

 

그렇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다. 마음 편하게 머리를 비우고 초 특급 슈퍼 울트라 하이테크 슬랩스틱 싸이파이 코미디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 보시기 바란다.


6권 박스 셋트. 일반 마분지 상자에 은하수 스티커, 그것도 다 가리지도 못하는 스티커 붙여놓은 박스가 참 허접하다..ㅋㅋ


세워놓으면..이렇게 키가 다르다. 서로 형제같아 정겹기는 하지만왜 셋트인데 키가 다르냐고~~~!!

 

은하수 표지 디자인은 마음에 제법 든다. 책띠에 커다랗게 DONT PANIC 이라고 찍혀있다. 겁먹지 마세요..^^

 

내부는 그냥 무난하지만 역시 삽화나 그림은 없다..ㅠㅠ

 

 

 

  <은하대백과사전>은 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술은 설탕의 발효를 통해 형성된 휘발성의 무색 액체이며, 탄소화합물로 이루어진 특정 생명체에 대해 도취 효과를 낸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도 술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이 책에는 현존하는 최고의 술은 팬 갈랙틱 가글 블래스터Pan Galactic Gargle Blaster라고 적혀 있다.

팬 갈랙틱 가글 블래스터를 마셨을 때의 효과는 레몬 한 조각으로 싼 커다란 황금 벽돌로 머리를 한 대 강타당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

  <안내서>에는 또한 팬 갈랙틱 가글 블래스터를 가장 잘 만드는 행성과 그 한 잔에 지불해야 하는 가격, 그 술을 마시고 난 뒤의 재활 과정을 도와주는 자원 봉사 조직들에 대해서도 적혀 있다.

  <안내서>에는 심지어 이 술을 직접 만드는 법도 나와 있다.

  <안내서>에 따르면, 먼저 올드 쟁크스 스피릿 한 병에서 진액을 따른다. 거기에다가 산트라기누스 5호 행성의 바닷물을 한 컵 따른다 “아 그 산트라기누스의 바닷물! , 그 산트라기누스의 물고기들!” 이라고 <안내서>는 적고 있다.

  그 혼합물에다 아크투란 행성의 메가 진 얼음 세 조각을 넣어서 녹인다(제대로 얼리지 않으면 벤진 향이 날아갈 수 있음).

  거기에 팔리아 행성의 늪지대 가스를 사 리터 넣어 가스가 부글부글 차오르게 한다. 이는 팔리아 행성의 늪지대에서 기쁨을 이기지 못해 죽어간 그 모든 행복한 히치하이커들을 추모하기 위함이다.

  어두운 콸락틴 행성 지대의 그 아찔한 냄새, 기묘하면서도 달콤하고 신비스러운 그 냄새를 상기시키는 콸락틴 하이퍼민트 추출액을 은수저의 볼록한 부분에 얹어 술잔 안에 띄운다.

  알골리아 행성의 태양 호랑이 이빨을 그 안에 떨어뜨린다. 이빨이 녹으면서 알골리아 태양들의 불꽃이 칵테일의 심장부 깊은 곳까지 퍼져나가는 것을 감상한다.

  잠푸어를 몇 방울 뿌린다.

  올리브를 한 알 넣는다.

  이제 마신다……단……매우 조심해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은하대백과사전>보다 좀더 잘 팔린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타월이라는 주제에 대해 몇 마디 하고 있다.

 

  타월이란 행성 간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가 지닐 수 있는 물건 중 최고로 쓸모 있는 것이다. 타월은 어떤 점에서는 대단히 실용적이다. 자글란 베타 행성의 차가운 달들 사이를 여행할 때는 몸에 둘러서 보온용으로 쓸 수 있다. 산트라기누스 5호 행성의 눈부신 대리석 모래 해변에서는 타월을 깔고 누워, 머리를 어찔하게 하는 그 바다 수증기를 들이마실 수도 있다. 카크라푼 행성의 사막에서는 불타는 듯 반짝이는 별들 아래서 덮고 잘 수도 있다. 느리고 둔중한 모스 강을 따라 조그마한 뗏목을 타고 여행할 때는 돛으로 사용하라. 맨주먹 싸움이 붙으면 적셔서 사용하라. 머리에 감으면 유독 가스를 물리치거나, 트랄 행성의 레이브너스 버그블래스터 비스트의 시선을 피할 수도 있다(이 녀석은 깜짝 놀랄 정도로 멍청해서, 당신이 녀석을 보지 못하면 녀석도 당신을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머리빗만큼의 지능도 없지만 식욕만큼은 엄청나다). 위급 상황에서는 조난 신호로 타월을 흔들어댈 수도 있고, 그러고도 충분히 깨끗해 보이면 물론 몸의 물기를 닦는 데도 쓸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타월에는 엄청나게 폭넓은 심리학적 가치가 있다는 점이다. 어떤 히치하이커가 타월을 가지고 다닌다는 사실을 어떤 스트랙(히치하이커가 아닌 사람)이 알게 되면, 그는 그 히치하이커가 칫솔과 세수 수건, 비누, 비스킷 깡통, 보온병, 나침반, 지도, 끈 뭉치, 모기약, 우비, 우주복 등등도 가지고 다닌다고 자동적으로 믿어버린다. 게다가 그 스트랙은 그 히치하이커가 어쩌다가 이 물건들이나 다른 이런저런 물건들을 ‘잃어버렸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기꺼이 이 물건들을 빌려줄 것이다. 그 스트랙은, 광대한 은하계의 구석구석을 히치하이크하며 그 모든 불편을 참아내고 최대한 돈을 아껴 쓰고 끔찍한 승산들과 맞서 싸우고 끝까지 이겨내면서도 여전히 자기 타월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대접해줄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히치하이커들 사이에서는 이런 은어가 유행하게 되었다.

 “이봐, 자네 그 포드 프리펙트라는 후피를 새스하나? 그 녀석은 정말 자기 타월이 어디 있는지 아는 프루드라니까” (후피 : 정말 침착한 사람 / 새스 : 알다, 인식하다, 만나다, 섹스하다 / 프루드 : 정말 놀라울 정도로 침착한 사람.)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작가가 권하는 ‘이 행성을 떠나는 법’

 

1. 나사NASA에 전화하라. 전화번호는 (713) 483-3111이다. 당신이 지금 당장 떠나는 게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설명하라.

2. 그 사람들이 협조하지 않으면, 백악관 (202) 456-1414 에 있는 아무 친구에게나 전화해서, 나사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 좀 해달라고 하라.

3. 백악관에 친구가 하나도 없으면, 크렘린에 전화하라(0107-095-295-9051로 전화해 국제 교환수에게 크렘린을 대달라고 하라). 그 사람들도 백악관에 친구가 없기는 마찬가지지만(적어도 남들한테 대놓고 말할 수 있는 친구는 없다), 영향력은 좀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시도해볼 만하다.

4. 그것도 안 되면, 교황에게 전화해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물어보라. 교황의 전화번호는 011-39-6-6982. 내가 듣기에 교황의 교환수는 절대로 잘못하는 일이 없다고 한다.

5. 이 시도가 모두 실패로 돌아가면, 신호를 해서 지나가는 비행접시를 정지시킨 다음, 전화 요금 청구서가 날아들기 전에 이 행성을 벗어나는 것이 엄청나게 중요한 일이라고 설명하라.

 

 

DONT PAN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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