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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울 땐 외롭다고 말해 - 마음의 어두움을 다스리는 지혜, 마음을 여는 성장동화 2
범경화 지음, 오승민 그림 / 작은박물관 / 2005년 9월
평점 :
요즈음같이 출산율은 낮고 맞벌이 부부가 많을 때 일수록 아이들은 외로움에 더 자주 방치되는 것 같다. 외동으로 자라다 보면 자칫하면 남에게 마음문을 열고 다가가는 것이 서툴 수도 있을 것이다. 또, 학교를 파하고 텅 빈 집에 문을 열 때 아이들 마음은 얼마나 외로울까.
그러나 마음의 외로움은 혼자 남겨졌을 때만 생기는 것도 아니다. 학교엔 40여명의 학우들이 시끌벅적하고 집에도 부모형제간이 곁에 있다고 해도 아이들이 외로움을 느끼는 건 매한가지이다. 외로움은 아이들의 마음이 자라면서 거쳐야 할 필수 코스이다. 성장의 통과의례로 외로움의 강을 잘 건너고 나면 몸도 마음도 한껏 성숙해 질 것이다.
바쁜 부모님 밑에서 혼자 지내는 시간이 너무 많은 민주, 형과 여동생 사이에 끼어서 부모님의 관심을 받지 못하여 서러운 둘째 하승이, 축구실력이 형편없어 친구들에게 따돌림 당한다고 생각하는 책벌레 진우, 미국으로 입양되어가서 주위 사람들과 다른 자신의 외모 때문에 갈등하는 안나. 이야기 속의 네 명의 어린이들처럼 우리 주위엔 비슷한 외로움에 마음에 그늘져 있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더 많을 지도 모른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서로 힘을 모아 함께 풀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자는 외로움의 해법을 인디언의 지혜에서 찾아내었다. 외로움을 혼자 가슴앓이 할 게 아니라 ‘외롭다’고 주위 사람들에 표현하게 함으로써 서로 힘을 모야 풀어보자는 방법이다.
네 명의 아이의 이야기를 각각 독립된 단편처럼 다루었기 때문에 책 읽기가 수월하여 독서력이 얕은 아이라 할지라도 문제없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네 명의 아이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단편이 아니다. 단편으로 따로 나눌 수도 있었겠지만 아이들을 친구로 서로 연결시켜 줌으로써 이야기가 더욱 훈훈해지는 것을 느꼈다.
저자의 처녀작답게 군더더기 없이 기교를 부릴 줄 모르는 문체가 담백하다. 그리고 동화에선 삽화의 비중도 큰데, 전체적으로 온화한 오렌지 계열의 잔잔하면서도 생동감 있는 삽화가 글과 잘 어우러졌다. 책을 덮고 나면 여태껏 우리 아이들의 마음에 어둡게 드리워졌던 외로움의 그늘막이 한풀 걷히는 느낌이 드는 좋은 책이었다. /050904ㅂㅊ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