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탯말-대구 토속어의 진솔한 맛"에 대하여


                       

                        참 꽃(대구사람의 발음은 "창꽃"에 더 가깝다)



나는 대구에서 태어나 대구를 떠나 본 적이 없는 대구토박이이다.
양친께서도 순수한 경상도 사람이시다. 그러므로 나는 태(胎)중에서 부터 대구말(경상도말)을 들었을 것이다. 대구말은 나의 탯말이다. 탯말이란, 말 그대로 태아가 어머니 뱃 속에서 들은 말이다. 그러니 나는 자연스럽게 대구말을 잘 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나는 대구말 밖에 못 한다.


한 때, 나는 대구말 보다는 표준말(현재 서울에서 사용하는 교양있는 언어)만 사용하려고 턱도 없는 노력을 한 적이 있다. 대학가에서 음악실 디제이(Disk jockey)를 하던 시절이었다. 마이크를 잡으려면 고상한 표준말을 해야만 되는 줄 알고 아나운서의 발음을 유심히 듣고 따라했던 기억이 난다. 피나는(!)노력의 결과인지 주위 사람들에게서 발음이 좋다는 소리도 들으며 제 멋에 취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신청 쪽지에 날아든 사연을 보곤 충격을 받았다.
"디제이님의 대구말씨가 참 예쁘네요."
하는 서울 사람의 메모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전을 찾아가며 사투리 대신 표준어 낱말을 익히며 갖은 노력을 다 했건만 억양까지는 어쩔 수 없었나 보다. 대구사람끼리 들을 때는 표준말을 구사하는 것 처럼 들렸겠지만 외지 사람에게는 나 역시 대구말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다. 그 일 이후 나는 어색한 투구같던 표준말을 벗어버리고 나의 탯말인 대구말을 사랑하는 애호가가 되었다.


대구말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어감과 뜻을 표준말로는 고스란히 옮기기 힘들 때가 가끔 있다. 우리의 풍토에서 빚어진 고유의 향토말을 표준말로 바꿀 때 그 느낌이 줄어든다. 비약을 한다면 김소월의 진달래를 영시로 번역하는 것 같은 그런 어려움이 있다.


문학에서도 작가들의 자신의 지방어를 충실히 살리는 것이 옳은 일일 것이다. 지방어만의 특유의 어감을 충분히 살리는 것이 문학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문학의 적접적인 원천이 자신의 체험에서 우러나오기 때문이다. 자기 주변(지방)의 역사와 경험에 충실하는 것이 어찌 보면 지극히 개인적이고 지역적인 것 같지만, 그것이 오히려 더 보편성을 얻는 길일 것이다.전라도말, 경상도말, 제주도말, 충청도말 등을 사투리로 내몰고 문학에서 표준말만 사용한다면 개성도 없어지고 그 폭도 자연히 좁아질 것이다. 지방어의 개념이 표준말보다 못한 변두리언어라고 여길 것이 아니라, 서울말도 대구말처럼 그 지방에서 생긴 토속어라고 말하고 싶다. 지방어를 사용하는 사람도 자긍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재미있는 대구말을 소개하자면,
"가가 가가"
"이기다 니끼다 이기가?"
이것은 항간에 떠도는 장난끼 어린 우스갯소리이다.
"그 애가 그전에 말한 그 아이란 말이니?"
"이것이 다 네 것이란 말이니?"
라고 알아 듣는다면 뜻은 소통될 것이다.



얼마전 비슬산에 등산을 다녀온 친구로 부터 들은 정감어린 대구말 한 토막을 알리고 싶다.
"만디에 참꽃이 천지삐까린기라."
산 등성이에 진달래가 아주 많이 피었다는 이야기이다.
대구사람들은 "산등성이에 진달래가 아주 많이 피었어."라고 말하는 것 보다는 "만디에 참꽃이 천지삐까린기라."는 말을 듣는 순간 온 산에 지천으로 붉게 물들은 진달래밭이 눈앞에서 파노라마로 펼쳐짐을 경험할 것이다.
참꽃- 이 얼마나 고운 말인가? 진달래를 향토색 짙은 참꽃이라고 부를 때 대구사람인 나에겐 꽃빛깔 조차 더 곱게 보인다.


2003. 4. 박찬미

예전에 어디어디에 실었던 글을 옮깁니다/2005.4.30.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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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4-30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 힙합보고 알았어요. 천지삐가리... 무지 많다는 뜻^^

水巖 2005-04-30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역관이 있어야 찬미님을 만날 수 있다 ?

물만두 2005-04-30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암님 그정도는 아니야요^^

진주 2005-04-30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왜냐면 제가 표준말도 배웠거든요. 맘먹고 사투리만 쓰면 서울사람들은 제대로 못 알아듣긴 해요..대구사투리는 워낙 빠르기도 하고 ㅎㅎㅎㅎㅎ

진주 2005-04-30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아맞춰 보세요-"니퍼뜩 안하믄 확패지기뿐데이"

진주 2005-04-30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직역을 하면 살벌하겠지만 이건 나같은 평민이 평상시에 상용하는 보통말임. 대구말 쌈박하죠!

진주 2005-04-30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엣다~ 진주 혼자 잘 논다~ 추천 하나 ㅋㅋ(요건 마태님한테 어제 배운 것ㅋㅋㅋㅋ)
근데, 마태님꺼는 부리님이 추천하는데 난 혼자뿐이라 추천은 안 되네요 클클클...

조선인 2005-04-30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태어나자마자 1달만에 서울에 올라와 계속 서울에서 살았는데도 사투리를 쓴답니다. 탯말이 무섭긴 무서워요.
에, 또, 직역하면 살벌하지만 일상으로 쓰는 말 많죠. "문디 가시나 지랄해 나자빠지게꾸마"가 이쁘다는 뜻이니. ㅋㅋㅋ
근데 말이죠, DJ를 하셨어요? 와, 얼마나 목소리가 고우면. 전화번호 알려주세요. 그 낭창할 목소리 듣고 싶어요. 반짝 반짝.

물만두 2005-04-30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증합니다. 고우세요^^

세실 2005-04-30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빨리 안하면 때린다...호호호~
와...윗글...신문에 실린 글인가봐요~ 재밌어요.
저도 나름대로 충청도 말 안쓴다고 노력하는데..금방 알아봅니다.
"엄청, 그려" ㅋㅋㅋ
저도 찬미님 목소리 기대되는데....
아니그럼 만두님과 진주님은 만나셨단 말인가요? 시방.

물만두 2005-04-30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만나야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편견을 버리세요^^

날개 2005-04-30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경상도여요~~~~!^^ 부산에서 태어나서 초중고 시절은 구미에서 보냈어요..
대구랑 무지 가깝죠? 우리 만나면 사투리로 얘기해도 되겠네요..흐흐~

미누리 2005-04-30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꺄~악!(십대소녀들의 외침과도 같은) 진주님, 디제이라니... 멋져요! 무한한 추천을 날립니다.*^^*
주제는 아마도 대구말인 것 같은 데 저는 디제이라는 말에만 이렇게 주목하고 있네요.

진주 2005-04-30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억양은 속일 수 없나봐요 ㅎㅎ
날이 더운데 나도 이미지 바꿀까봐요. 만두님 이미지가 둥둥둥 많이 떠 있으니까 속이 다 시원해지네요. 고마워요 만두님^^
아뉘 날개님, 아즉 모르셨단마림뉘까...제가 작년에 구미로 이사와서 산다는것슬!
미누리님, 디제이에 대해 풀어 쓰라고 하면 소설책 12권은 나올지 몰라요 ㅎㅎㅎ어쨌거나 고맙습니다.

진주 2005-04-30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예전엔 마이크빨 받는 그런 낭창한 목소리였는데 제가 산기도를 몇 년 다니면서 목에서 몇 번 피가 나더니만 굵어졌어요. 그리고 나이드니까 아줌마 목소리 되던걸요? 전혀 이쁜 목소리 아니고 그냥 평범한 40다 된 아줌마 목소리예여ㅡ.ㅡ

줄리 2005-04-30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디제이를 하신 목소리 듣고 싶어요. 녹음 한번 해서 올려주시죠! 많은 분들이 듣고 싶어할줄 아뢰오^^

진주 2005-05-01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줄리님 저는 방금 님의 서재에 갔다 오는 길인걸요~
글고 목소리 안 이뿌다니까요...녹음 할 줄도 몰라요, 기계치라서^^;

날개 2005-05-01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진주님.. 구미 어디 사세요? 구미인줄 전혀 몰랐어요..+.+ 친구들이 아직 구미에 많이 있는데....ㅎㅎ

세실 2005-05-01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그럼 제 목소리는 어떨까요?????

진주 2005-05-01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구미에 좀 놀러오세요(놀러오긴 좀 멀지만^^;)전 1년 살았는데도 아직 어디가 어딘지 잘 몰라요. 다니는 몇 군데만 겨우 알아요. 아직도 대구가 제 생활권이라서요.

세실님 목소리야 당근 아리따우시겠지요 호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