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벼운 날들의 生 

                                
얼음 속에서 헤어지고
환한 꽃 속에서 다시 만나는
당신과 나 사이에
맑은 술, 꽃잎이 지네

누구든지 한 번은
자신의 그림자에 매혹당한 적이 있네
지상에 닿기 위해
나는 얼마만큼 더 무거워져야 하는가?
재 되어 날려가는 이 가벼운 날들의 생
나는 어린 산양처럼
고공의 절벽에서 스스로 몸 던져지며 어리둥절한
수컷들과 흰 덧니의 암컷들이 고통과 쾌락의 밤을
보내는, 사라지는 생의 마지막 꼬리를 보았네
누가 나에게 저 비밀한 구루의 노래를 들려주겠는가?
당신과 나 사이
빈 항아리를 울리는 작은 모래 먼지들의 울림처럼
지는 해의 찬란한 몰락을 보고 있네

첫사랑의 여자와 만나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고 싶었지만
그 후로도 많은 가슴 아픈 연애
내 생은 안주하지 못하네

이 폐허가 주는 바다의 환상
나는 세상의 끝에 서 있었네

어두워라, 어두워라 저 허구한 날의
태양이 잠긴 고원의 호소는
내 머리칼은 눈 녹은 강에 풀어져
푸른 보리밭길
흰 산 사이의 쇠락을 홀로 가네
아직도 나에게는 융기할 수 없는 침잠
아, 나는 다시 불처럼 가벼워지고
노래처럼 흘러간다네

詩 : 함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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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15 0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5-16 0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성북동 길상사

소원 성취 하세요.

우리동네, 법당 안, 내가 단 연등도 저기 있다~ ^^

나에게 종교란, 쉼표. 마침표가 아닌 쉼표.

아직 신심이 부족하여 종교라고 말하기가 쑥쓰럽다.

그저 내겐 쉼표... 느티나무 그늘아래에서 산들 바람 맞는 기분 같은...


 

 

 

<보너스컷~> 오늘 산 양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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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5-14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엄마도 석탄일에 연등 다시곤 했는데... 가뭄에 콩나듯이요. 요즘은 아예 안하세요... 님 소원 성취하세요^^

날개 2005-05-14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절에 다니시는군요..^^* 플레져님의 기원을 받으니 좋은 일만 생길 것 같습니다.. 님도 소원 성취하세요.....!!
새로 산 양말이 알록달록 참 예뻐서 추천~(이라고 하면 황당하시겠죠? 히히~)

chika 2005-05-14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 연등 넘 아름다워요! ^^

mira95 2005-05-14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이 석가탄신일이군요.. 저는 무교인지라 별 감흥이 없지만 연등이 매우 아름답네요^^

플레져 2005-05-14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소원 성취하세요 ^^
날개님, 소원 성취하세요. 양말 덕을 보게 될 줄이야~ ㅎㅎ
치카님, 소원 성취하세요. 밤에 피는 연등, 정말 아름답죠...ㅎ
미라님, 소원 성취하세요. 아름다운 밤이에요 ^^

반딧불,, 2005-05-15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전 바빠서 잊었어요, 어머니가 달으셨을라나??
어쨌든 십 년 동안 잊은 것이 처음이었답니다..그만큼 날라리난 증거겠죠^^;;

stella.K 2005-05-15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목짧은 양말 사야겠다고 생각했는데...구멍이 나서 버리고 한켤레 밖에 없거든요. 겨울 양말은 덥고...ㅜ.ㅜ

하루(春) 2005-05-15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참 잘 찍으셨네요. 감동.. 옆에 계신 어머니께 보여드렸어요.

플레져 2005-05-15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디님, 소원 성취하세요. 마음이 중요한 것이지요 ^^
스텔라님, 소원 성취하세요. 양말, 한 켤레 천 원 주고 샀는데... 스텔라님이 양말이 없다니 가슴이 미어져요 흑흑...
하루님, 소원 성취하세요. 고맙습니다. 부끄러워요...^^;;;;;

stella.K 2005-05-15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흑~이런...플레져님 가슴 아프라고 한말 아니었는데...그러지 마셔요. 조만간 저도 살께요.^^
 

지극히 혼란스런 의식이 새벽강처럼 고요해졌으면,
수와 후회, 치욕스런 기억에 시다릴 때 시원스레 소나기가 쏟아졌으면,
잔인한 말 던진 자를 용서했으면 그냥 잊었으면,
권태롭고 적막한 오후 세시경이면 전화라도 그냥 수다스럽게 울렸으면,
나처럼 이 시대의 나약한 바보 울보들이 천천히 비빔밥을 먹고 커피
마시듯 고통을 음미했으면,
갑작스런 사건에 놀라 허둥대지 않으며 추억의 지진으로 시간이 사망
하지 않았으면,
진지함과 활달함의 변주곡 속에서 하루가 무사하고
우리 애인들 모두 안녕하였으면,
하느님처럼 늘 겸손하고 착하면 또한 주어진 것들 모두 받아들여라.
욕망의 가마솥 잘 끓여라.
막연한 희망, 기다림에 모가지야 늘어나지 말아다오.
어서 쓸쓸한 저녁이 갔으면,
이 불안의 바퀴도 날아갔으면,
온몸 미칠 듯 번지는 칸나 같은 바퀴가 멈췄으면, 제발 멈췄으면

詩 : 신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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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12 2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5-13 0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5-13 1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5-14 2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것이 무엇이었을까. 상철은 어둠 속에 누워 생각했다. 무엇이 그녀를 어두운 방 안에서 머리를 풀어헤치고 미친 듯이 춤추도록 했을까. 하루하루를 싸움하듯 살아가는 여자, 열 평 전세 아파트를 탈출하고 오로지 내집 마련이 소원인 여자, 일당 오천원의 파출부도 마다않는, 한 달 곗돈 십오만 원에 매달리는 여자, 입술연지 한 번 바르길 인색해하는, 작고 고집스런 여자, 어둠 속에서 풍선 불듯 피임기구에 직접 바람을 불며 확인하는 여자. 그런데 무엇이 마법의 주문처럼 두껍고 강고한 빗장을 풀고 그 여자의 내면 깊은 곳에 갇혀 있는 자를 풀어주었을까.

<이창동 '춤' 발췌...>



Circus - M McSwee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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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5-12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 마음에 들어요.

답례로...

ㅋㅋㅋㅋ


플레져 2005-05-12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마...ㅋㅋㅋㅋ
 

한마디만 하겠다!

까불지마!  알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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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5-05-11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무서워요!

플레져 2005-05-11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리오소서... 이불 씌워드리리다...

mira95 2005-05-11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 나셨군요.... 무셔~~ ㅜ.ㅜ

플레져 2005-05-11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미라님! 왜이렇게 오랜만이에요? 흐흐...
일단 옐로 카드를 보이는 거죠. 일종의... 혼자 화를 삭히는 중입니다 ㅠㅠ

2005-05-11 1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5-05-11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못 받았어요 ㅠㅠ

2005-05-11 19: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5-05-11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지금 받았어요. 아니 찾아왔어요 ^^;;;
우리 아파트에 택배 물건 놓아두는 곳이 있는데, 아 글쎄 큰 물건에 가려져 있었답니다. 넘넘 감사해요!! 잘 읽을게요~ ^^

superfrog 2005-05-11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행이에요..

플레져 2005-05-11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쥔장보기에 있다 나타나시니 마치 투명인간 알약 효능이 다 된 것 같아요...흐흐...

superfrog 2005-05-11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급한 맘에.ㅋㅋ 뭐 그다지 비밀 얘기도 아니니, 글쵸? 재미나게 읽으세요~~

플레져 2005-05-11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처녀치마 읽을거에요. 지금 당장 ^^

물만두 2005-05-11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ㅠ.ㅠ

울보 2005-05-11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녀 치마 책이름 인가요,,
만화 책인가요,,궁금궁금

Laika 2005-05-11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까불지 않고, 조용히 살겠습니다.......

플레져 2005-05-11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만두님...ㅋㅋㅋ 알라디너한테 그런 것 아니구요, 어떤 물체에 대해 그런 것이옵니다...ㅎ
울보님, 소설이에요. 권여선.
라이카님, 저랑 그렇게 삽시다!

2005-05-11 2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hika 2005-05-11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조용히 가려다.... '정말 무서웠어요!'라는 말이 갑자기 하고 싶어졌어요! ㅠ.ㅠ

플레져 2005-05-11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어...정말 무서우세요, 치카님? 저건 약관데...ㅎ

2005-05-11 2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루(春) 2005-05-12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화가의 그림인데 물장구치는 금붕어님의 이미지와 정말 대조되네요. 눈이.. 눈이... ^^;

어룸 2005-05-12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저도 아까불고 조용히...^^a

2005-05-12 1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5-05-12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바르게 살겠습니다

플레져 2005-05-12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눈이 정말 무섭긴 하네요 ㅎㅎㅎ (전, 왜 웃음이 나죠? ㅋ)
투풀님, 님의 이미지와 아주 잘 어울리는 댓글...ㅋㅋㅋ
마태우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