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무엇이었을까. 상철은 어둠 속에 누워 생각했다. 무엇이 그녀를 어두운 방 안에서 머리를 풀어헤치고 미친 듯이 춤추도록 했을까. 하루하루를 싸움하듯 살아가는 여자, 열 평 전세 아파트를 탈출하고 오로지 내집 마련이 소원인 여자, 일당 오천원의 파출부도 마다않는, 한 달 곗돈 십오만 원에 매달리는 여자, 입술연지 한 번 바르길 인색해하는, 작고 고집스런 여자, 어둠 속에서 풍선 불듯 피임기구에 직접 바람을 불며 확인하는 여자. 그런데 무엇이 마법의 주문처럼 두껍고 강고한 빗장을 풀고 그 여자의 내면 깊은 곳에 갇혀 있는 자를 풀어주었을까.

<이창동 '춤' 발췌...>



Circus - M McSwee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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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5-12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 마음에 들어요.

답례로...

ㅋㅋㅋㅋ


플레져 2005-05-12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마...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