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야구장 나들이. 여기는 인천문학월드컵 경기장.
한화 이글스 VS SK 와이번스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어제 한화 이글스가 1승을 먼저 챙겼다.
나는 엘지 트윈스 팬이지만, 낭군님이 한화 이글스의 골수 팬이라 생전 처음 낯선 팀을 응원했다.
낭군님이 한화의 모자를 갖고 싶어하기에 거금 구천원을 주고 선물 ^^

즐겨보는 스포츠가 있다면, 내게는 단연코 프로야구다.
터울이 나는 큰 언니가 선린 상고의 박노준을 좋아했고, 내 바로 위에 오빠는 엘지 트윈스의 전신, 엠비씨 청룡의 오랜 팬이다. 나도 덩달아 야구를 응원하다가, 야구를 즐겨 보게 됐고 어느 정도는 훈수를 둘 줄 안다.
남편이 해주는 야구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 있는 정도는 된다.

치어리더들이 나올 때 마다 몸과 눈이 따로 노는 사람들이 많았다 ㅎㅎ
나도 그녀들이 예쁘게 춤추는 모습이 좋아 틈틈이 곁눈질을 했다.
긴 머리를 풀고 춤을 출 수 있는 능력이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춤이든, 공부든 일단 머리부터 묶어야 할 수 있는 나와는 다른 부류라는 거지 뭐.

야구장에서 나는 얌전하지 않다. 온몸이 응원도구가 되기 때문에 집에 돌아갈 때 쯤엔 녹초가 된다.
목도 쉬었고, 응원막대를 하도 두드려대서 팔은 뻐근하다.
게다가 11 : 2로 져버렸으니...응원한 보람이 없다.
하지만, 오랜만에 야구장 나들이라 게임의 승부는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다.
아직 몇 번 더 남았으니까. 이기면 되니까!
남편과 나는 어떤 일에서건 '패배' 를 먼저 말하지 않는다.
패배로 결론이 나더라도 미리 '패배'를 운운하지 않는 것, 우리 부부의 공통점이자 소통의 중점이다.
두려워서도 아니고, 불안해서도 아니다.
정말, 잘 될 것 같아서다. 나보다 남편에게 이런 마음이 더 강한데, 내게 전염시켜주어서 고맙다.
한화 이글스 파이팅! 엘지 트윈스도 파이팅!

3루석, 한화 불펜이 있는 곳에 앉아 있다 보니 몸푸는 선수들이며 게임을 마치고 들어오는 선수들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농구장에서 본 농구 선수들은 새하얀 피부와 작은 얼굴이 인상적이었다면, 야구 선수들은 우람한 체격이 인상적이었다. 아주 단단한 항아리 같다고 할까.

경기가 시작됐다. 투수에게로 향한 시선을 타자가 끌어당기는 것 같은 야구의 룰이 새삼 흥미로웠다.

내가 좋아하는 김재현 선수다. 지금은 SK 와이번스로 옮겼지만, 엘지 트윈스 시절 나는 김재현과 유지현, 이병규를 몹시 좋아했고 지금도 그렇다. 남편 몰래 찰칵 ^^

선발로 나온 송진우 선수는 비록 패했지만 타자의 출루도 저조해서 이래저래 오늘 한화에게는 잘 풀리지 않는 경기였다. 야구는 언제나 한 개의 실책 때문에 게임의 운명이 결정된다. 아주 사소한 실책 하나로 승패가 결정되는 것, 어떻게 해석해야할 지 아직 감이 잡히지 않는다. 좀 더 생각해 봐야 그 행운 혹은 불행의 실마리를 풀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참, 송진우 선수, 너무나 멋있었다. 아아...

조성민이 연습을 하자 관중들이 몰려들어 사진을 찍느라고 난리였다. 아랑곳 않고 열심히 연습. 결국 홈런 한 방 맞고 금세 강판. 조성민, 얼른 몸이 회복되기를.




야구에 관한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9회말 투아웃의 극적인 드라마 말고
너무나 순식간에 운명이 바뀌는 사소한 이야기들. 일상의 이야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