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셔츠 입은 여자

 

탱탱한 피부처럼 살에 착 달라붙은 흰 티셔츠를

힘차게 밀고 나온 브래지어 때문에

그녀는 가슴에 알 두 개를 달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가 간혹 팔짱을 끼고 있으면

흰 팔을 가진 암탉이 알을 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베들레헴의 마구간처럼 은은한 빛이

그녀의 가슴 주위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알에서 태어나 나라를 일으켰다는 고주몽이나

박혁거세의 후손들이 사는 이 나라에서는

복잡한 거리에서 대낮에 이런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니고 드문 일도 아니다.

길을 가다 멈춘 남자들은 갑자기 동그래진 눈으로

집요하고 탐스럽게 그녀의 가슴을 만졌지만

그녀는 당당하게 그 눈빛들을 햇볕처럼 쬐었다.

타조알처럼 두껍고 단단한 껍질 속에서

겁 많고 부드러운 알들은 그녀의 숨소리를 엿들으며

마음껏 두군거리고 있었다.

가슴에서 떨어질 것 같은 알의 무게를 지탱하기에는

그녀의 허리가 너무 가늘어 보였지만

곧바로 넓은 엉덩이가 허리를 넉넉하게 떠받쳤다.

산적처럼 우람한 남자가 부리부리한 눈으로

아기를 안고 그녀를 따라오고 있었다.

 

詩 김기택

 



Hal Eastman - Natural D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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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10-05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차게 밀고 나온 브래지어 때문에 그녀는 가슴에 알 두 개를 달고 있는 것 같았다
-> 대단한 표현력입니다. -_-^
가슴에서 떨어질 것 같은 알의 무게를 지탱하기에는 그녀의 허리가 너무 가늘어
보였지만 곧바로 넓은 엉덩이가 허리를 넉넉하게 떠받쳤다
-> 그림이 그려지는군요. ^-^;
흠..... 이런 시도 있었군요. 정말 표현이 적나라합니다. 으흐흐흐

2005-10-06 0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