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인의 사고 & 서양인의 사고>

1. 그리스인들은 개인을 독립적이고 개별적인 존재로 보았고, 진리를 발견하는
수단으로서 논쟁을 중시했다. 그들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스 철학은 개별 사물 자체를 분석의 출발점으로 삼아 개별 사물의 내부 속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중국인들은 인간을 '사회적이고 상호의존적인' 존재로 파악하고,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자유가 아니라 조화라고 생각했다. 그 조화란
도교에서는 '인간과 자연의 융합'이었고, 유교에서는 '인간들 사이의 화목'을 의미했다.

2. 1930년대 미국의 초등학교 교과서에는 '딕과 제인'이라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딕이 뛰는 것을 보아라. 딕이 노는 것을 보아라.
딕이 뛰면서 노는 것을 보아라."
한 독립된 개체로서 개인의 행위를 묘사하고 있는 이 문장들은 서양의 개인주의적인
관점을 잘 드러내고 있다.

반면에 똑같이 한 남자 아이의 행동을 묘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초등학교
교과서는 사뭇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형이 어린 동생을 돌보고 있구나. 형은 어리 동생을 사랑해.
그리고 동생도 형을 사랑한단다."

이 문장들은 독립된 개인의 개별 행위가 아닌 개인과 주변 인물 간의 관계를 부각시키고
있다. 어린이들이 처음 접하는 교과서에 이미 인간 관계를 중시하는 동양 문화가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3. 인류학자인 에드워드 홀은 동서양의 차이를 '저맥락(low context)사회와
'고맥락(high context)' 사회의 구분을 통해 설명하였다. 저맥락 사회인 서양에서는
사람을 맥락에서 떼어내어서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개인은 맥락에 속박되지 않은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행위자로서 이 집단에서 저 집단으로 이 상황에서 저 상황으로
자유롭게 옮겨 다닐 수 있다. 그러나 고맥락 사회인 동양에서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유동적인 존재로서 주변 맥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4. 보다 상호의존적인 사회에서 살고 있는가. 아니면 보다 독립적인 사회에서 살고 있는가
하는 사회적 존재 방식이 세상을 '보는' 방법을 결정하는가? 만일 그렇다면 오늘을 살고
있는 동양인들은 개인의 힘보다는 외부의 힘을 중시하는 집합주의적이고 상호의존적인
사회에 살기 때문에 '외부 환경'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일 것이다. 반면에 서양인들은
개인주의적이고 독립적인 사회에서 살기 때문에 보다 분석적인 눈으로 세상을 보고
환경보다는 '사물' 자체에 많은 주의를 기울일 것이다.


5. 어떤 의미에서 동양인과 서양인은 '서로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동양인들은 작은 부분보다는 큰 그림을 보기 때문에 사물과 전체 맥락을 연결시켜
자각하는 경향이 있고, 따라서 전체 맥락에서 특정 부분을 떼어내어 독립적으로 바라보는
것에 낯설어 한다. 그러나 서양인들은 사물에 초점을 두고 주변 맥락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사건과 사건 사이의 관계에 대해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편이다.
만일 그렇다면, 사건의 원인을 설명하는 과정 역시 크게 다를 것이다.

동양인들은 수없이 많은 변인들 간의 복잡한 상호 작용을 원인으로 보지만, 서양인들은
사물 자체의 속성으로만 설명하려 든다.


6. 문명 세계의 양극단인 동양과 서양에서 나타나는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논리학의
지위에 있다. 논리학은 서양 문명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으며, 그 전통의
끈이 끊어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철학자 앵거스 그레이엄)

중국인은 매우 합리적이어서 지나치게 이성적으로만 사고하는 것을 거부하며... 또한
내용과 형식을 분리하는 것도 거부한다. (철학자 류슈센)

중국 고전 교육의 목표는 분별력 있는 인간의 양성에 있었다. 중국 문화에서 교양인이란
건전한 상식과 중용의 도, 그리고 절제를 겸비한 사람이며 지나친 추상적 이론과 논리적
극단을 거부하는 사람이다. (문예비평가 린위탕)

논리적 일관성을 무기로 논쟁하는 것은 불쾌감을 일으킬 뿐 아니라 미숙한 것으로 간주
될 수 있다. (인류학자 노부히로 나가시마)
*출처: 리처드 니스벳, <생각의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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