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켄공업은 극세부품 기술에선 최고 수준에 올라있는 회사입니다.
'무규칙의 규칙'에 따라 기업경영을 해온 마츠우라 모토오 씨가 자신의 인생 길에 만난
세 사람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1. 키와다 간지 씨
어느 날, 나는 파리 무드의 상무와 함께 점심을 먹게 되었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고
가던 도중, 대학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대학에 가고 싶다..."하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가고 싶으면 가면 되지!"
상무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아니, 등록금이 3만엔이나 되는걸요. 저는 어려워요."
당시 초일류 회사를 제외하면 공무원을 비롯한 대부분의 고졸 신입사원의 초봉이
약 2,500엔에서 3,800엔 정도였다. 3만엔은 엄청난 거금이었다.
"대학에 가고 싶다면 학자금을 빌려줄 수 있어. 여기에서 일하고 있으니까 매달
조금식 갚으면 돼."
상무의 말에 힘입어 나는 아이치 대학 법경학부에 들어갈 수 있었다. 꿈 같은 일이
실현되자 감사와 감격으로 가슴이 벅찼다. 그러나 그 시절 나는 재즈의 매력에 푹 빠져
있던 터러 경제학에는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각종 음악서적을 탐닉했다. 그런 나에게
서점과 무도장이라는 조합은 최고의 직장이었다.
어느 날, 나는 도쿄에 있는 오케스타라의 오디션에 합격하였다는 사실과 도쿄에 가서
연주를 해 보고 싶다는 소망을 상무에게 전했다.
"그건 자네 인생이야. 도전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마음껏 도전해 봐! 그래도 어렵게
들어간 대학이니 시험 때에는 돌아오는 게 좋겠군. 1년 정도 늦어도 좋으니 졸업은 반드시
하도록 하게. 빌려준 돈은 선물한 셈 치지. 열심히 하게!"
상무는 나를 격려해 주었다. 당시의 상무가 바로 현재 그 서점의 회장인 키와다 칸지 씨다.
2. 길옥윤 씨
길옥윤 씨는 히가시모토 씨와 함께 당대 최고의 뮤지션이었다.
어느 날 , 미군 캠프의 레스토랑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길옥윤 씨가 내게 재즈 곡을
몇 곡이나 외우고 있는지 물었다. 마츠우라 사장은 대학시절에 밴드 연주로 아르바이트를
하였기 때문에 300곡 정도 연주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러자 그는 마음을
담아서 연주할 수 없다면 외웠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단지 악보를 쫓아가는 사람은
좋은 연주를 할 수 없다고해도 했다.
"매일 자네의 온 마음을 담아서 한 곡씩만 외우도록 하게. 3년이면 1,000곡이 넘지,
그것이 바로 진정한 프로가 되는 길일세. 자네가 음악을 계속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무슨 일이든 마찬가지라는 점을 명심하게. 나는 인생은 얇은 종이를 한겹 두겹 겹치는
거라고 생각한다네. 그렇게 몇 년이고 쉬지 않고 겹친 두께는 아무도 흉내 낼 수 없지.
각자 쌓아 올린 인생이라는 산은 각각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산의 높이가 인생의
진정한 가치라네."
3. 히가시모토 야스히라 씨
당시 일본 제일의 트롬본 연주자는 히기사모트 야스히라 씨였다. 그런데 잡지에서 그가
요코하마의 한 클럽에서 멤버 오디션을 한다는 것을 보게 되었다. 나는 바로 오디션에
응모했고 5중주의 멤버로 발탁되었다.
어느 날, 나는 너무 단순한 트레이닝만을 받는 것이 지겨워서 히가시모토 씨에게 불만을
털어놓았다.
"왜, 이렇게 단순한 연습만 시킵니까?"
"자네, 내 테크닉이 일본 제일이라고 생각하나?"
"네,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그렇군. 그건 큰 오해야. 내 테크닉은 일본 제일이 아니라 세계 제일이라네. 내
말을 듣기 싫으면 오늘부터 여길 그만두게. 나와 함께 연주를 하기로 한 이상 따라 주길
바라네. 모든 면에서 내 수준이 되면 자네의 불만도 들어 줄 용의가 있어. 그러면 자네
역시 일류가 되는 거지. 기본이란 이렇게 단순한 것들이야. 기본을 제대로 익히는 것은
마음이나 정신이 아니라 형식이야. 유도나 검도에도 형식이 있지. 음악에도 그런 형식이
있다네."
출처:마츠우라 모토오, <주켄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