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소리 - 옛 글 속에 떠오르는 옛 사람의 내면 풍경
정민 지음 / 마음산책 / 2002년 4월
평점 :
품절


지은이의 글 솜씨는 정말 좋다. 딱딱하고 어렵게만 보이는 한문 속에서 어쩜 이렇게 부드럽고 아름다운 글귀를 쏙쏙 뽑아내셨는지. 옮겨 쓴 글을 읽으면 엣 사람들의 생활 모습과 높은 기상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옛날 사람들은 소리 내지 않고 눈으로만 책을 읽는 것을 요상스럽게 생각하여 낭랑하게 소리 내어 읽었다고 한다. 그래서 멋있게 글 읽는 소리를 듣고 그 총각에게 반해 담을 넘게 된 처녀의 이야기에서 책 제목을 뽑으셨나보다. 집안 깊숙한 곳에서 바깥구경 못하고 갇혀 지내기만 한 줄 알았더니 우리나라 옛날 처녀들은 오늘날 아가씨들 못지않게 활달했었나보다. 책에서 얻은 정보는 물질의 이익이 아니라 삶의 내적충실을 높이는데 사용하였던 선조들과 비교하여 실용서적이 판치는 요즘 세태의 가벼움을 꼬집기도 하고 관찰과 메모를 중시하여 소중한 기록을 남긴 선조들을 소개하기도 한다. 물질적으로는 빈핍했지만 짧은 편지도 소중히 여겨 간직하며, 여유롭고 깊이 있는 사귐을 나누었던 옛사람들의 사귐이 부럽다. 글쓰기 방법에 대한 옛글을 다루면서 잠깐 일본 사람이 남긴 글로 건너가기도 하지만, 우리의 당면한 혼란을 ‘여기에 사는 우리가 저기의 방법을 익히고, 지금을 살면서 그 때의 생각을 잊은 데서 비롯된다’며 끝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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