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떠나고

그대는 남으니

두 번의 가을이 찾아오네

-- 부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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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프강 쉰들러(첼로) 강은일(해금) 협연
'정(情)-바위, 돌 그리고 나무처럼' /2000
김영재 작곡, 페터 쉰들러 편곡

 


한 나무에게 가는 길은
다른 나무에게도 이르게 하니?
마침내
모든 아름다운 나무에 닿기도 하니?

한 나무의 아름다움은
다른 나무의 아름다움과 너무 비슷해

처음도 없고 끝도 없고

푸른 흔들림
너는 잠시
누구의 그림자니?


-- 최정례 시집 <붉은 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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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09-19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부터 왜 이러십니까?^^
퍼가요.
 
 전출처 : 로드무비 > 마르그리트 뒤라스와 황인숙의 시집을 보내주신 분께

십몇 년  전, 겨울 마포구 구수동의 뒷골목을 밤늦게 헤매인 적이 있습니다. < 존재에의 용기>라는 책을 구하러 어느 출판사를 찾아가는 길이었습니다. 폴 틸리히의 책이었는데요. 시인 원재길이 어느 글에서 그 책을 언급한 걸 보고 꼭 한번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출판사는 전망사. 서점마다 없다고 하니 더더욱 그 책을 읽어보고 싶었어요. 물어물어 찾아간 출판사 창고에도 그 책은 없었습니다. 겨울밤이었고 저는 혼자였고 그런 밤은 쉽게 잊을 수 없죠.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평전은 7, 8년 전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요. 뒤라스의 사진이 많아 너무 좋았습니다. 저는 그녀야말로 진정한 미인이라고 생각해요. 인생을 꿰뚫는 것 같은 그녀의 눈. 저도 언젠가 그런 눈을 갖고 싶습니다. 아, 그때 바로 책을 샀어야 하는 건데......그래도 얼마나 다행인지......이 귀한 책을 선뜻 빌려주시는 고마운 분을 만났네요. 빌려줘서 미안하다며 황인숙의 시집 <자명한 산책>을 함께 보내주셨는데 이럴 수가! 제게 없는 유일한 황인숙의 시집이네요.

책을 펼치니 가슴이 쿵쾅쿵쾅 뜁니다. 라일락와인님, 고맙습니다. 이 말씀밖에 드릴 말씀이 없네요.^^


이 공책을 사고 싶은데 품절이래요. 제가 예쁜 공책 한 권  보낼 게요.^^ 책 반납할  때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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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레혼 2004-09-19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저기 밑줄이 많이 그어진 뒤라스의 평전 한 권과 황인숙의 시집 <자명한 산책>을 로드무비님께 보내 드렸다.
덕분에 우체국까지의 산책이 즐거웠고, 누군가와의 인연의 줄이 풀려져 나가는 느낌이 작은 설렘을 느끼게 해주었다.
알라딘에서 만난 벗과 책으로 나누는 즐거움......
이 가을 아침, 반짝반짝 빛나는 작고 이쁜 돌멩이 하나 강변에서 주워 손에 쥐고 있는 느낌이다.

2004-09-19 14: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레혼 2004-09-19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그 책이 제게 있네요...(갖고만 있었지, 아직 읽어 보진 못했답니다. 엄청 좋아한다는 님의 말에 갑자기 마음이 동합니다)
챙겨 주는 님의 그 마음만 고맙게 받을게요
답례에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앞으로, 천천히, 님의 서재에서 책 몇 권 빌려달라고 청할 테니까요.....
고마워요
 

 

정 사 (情死) 

가와바타 야스나리





그녀를 싫어해서 도망친 남편으로부터 편지가 왔다. 2년 만에 머나먼 땅으로부터였다.

"아이에게 고무공을 치게 하지 말아라. 그 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가 내 심장을 두들긴단 말이다."

그녀는 아홉 살 먹은 딸에게서 고무공을 빼앗았다.

또 남편으로부터 편지가 왔다. 전의 편지와는 다른 우체국으로부터였다.

"아이에게 신발을 신겨서 학교에 보내지 말아라. 그소리가 들려온다. 그소리가 내 심장을 밟는단 말이다."

그녀는 신발 대신에 털로 짠 조리를 딸에게 주었다. 소녀는 울면서 학교에 가지 않게 되었다.

또 남편으로부터 편지가 왔다. 두 번째 편지로부터 1개월 뒤였지만 그 글자에서는 갑자기 늙음이 느껴졌다.

"아이에게 사기 그릇에 밥을 먹게 하지 말아라. 그 소리가 내 심장을 찢고 있다."

그녀는 딸이 세 살배기 아이인 것처럼 자기 젓가락으로 밥을 먹였다.

그리고 딸이 정말로 세 살배기이고 남편이 재미있게 옆에 있었던 때를 떠올렸다.

소녀는 제멋대로 찬장에서 자신의 밥그릇을 꺼내 왔다.

그녀는 얼른 빼앗아서 정원 돌 위에 세차게 던졌다.

남편의 심장이 깨지는 소리, 돌연 그녀는 쌍심지를 켜고 자신의 밥그릇을 집어던졌다.

그러나 이 소리는 남편의 심장이 깨지는 소리가 아닌가.

그녀는 식탁을 정원에 내박쳤다.

이 소리는?

벽에 전신을 부딪쳐 주먹으로 두드렸다.

장지문에 창처럼 달려들어 장지문을 뚫고 뒹굴어 댔다.

이 소리는?

"엄마, 엄마, 엄마."

울면서 뒤쫓아오는 딸의 뺨을 찰싹 때렸다.

아아, 이 소리를 들어라.

그 소리의 메아리처럼 또 남편에게서 편지가 왔다. 이제까지와는

달리 새롭고 먼 땅의 우체국으로부터였다.

"너희들은 일체 소리를 내지 말아라. 문 여닫는 것도 하지 말아라.

호흡도 하지 말아라. 너희들 집의 시계도 소리를 내서는 안된다."


"너희들, 너희들, 너희들이여."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그리고 일체 소리를 내지 않았다.

영구히 자그마한 소리도 내지 않게 되었다.

엄마와 딸은 죽은 것이다.


그리고 이상스럽게도 그녀의 남편도 머리를 나란히 하고 죽어 있었다.


 

 

 

 

 

 

 

 

 

 

 


' ....남편도 머리를 나란히 하고 죽어 있었다'는 마지막 구절이 가와바타의 자살을 떠오르게도 합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자살을 추정해 들어간 우스이 요스미의 소설 <사고의 전말>을 보
면, 가와바타는 변두리 분재집의 수양딸 누이꼬(縫子)란 애를 가정부 삼아 6개월쯤 심부름
을 시키며 데리고 있다가 누이꼬가 못 견디고 집으로 돌아가 버리자 그 공허감을 못 견디고 일
을 저지른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문학에 별 관심이 없었던 이 열 일곱 살쯤의 처녀는  아
무리 노벨상을 받았다고 한들 독수리 눈을 하고 깡마르고 까탈스럽기만 한 노인에게 별 정
이 안갔던 게지요. 소설은 누이꼬의 눈을 빌려 그 경과를 정신분석에 가깝게 상세히 묘사
하고 있습니다. 그 뒤 베스터셀러가 된 이 소설은 가와바타의 유족들로부터 소송까지 당
해 법정으로 비화하는 등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었습니다.
<산소리(혹은 '산 울음'>의 이 서두는 언뜻 가부장제 사회의 뿌리깊은 인습이나 그 애정
관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도 같지만, 지독히 일본적이고 국수적이고 고아처럼 자라 외곬
수로 뒤틀린 심성과 미의식의 가와바타의 입장에서는 그 이상의 탐미적인 무엇인 것 같습
니다.                    (이제하)

 


Esther Satterfield, Love Is Stronger Far Than 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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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09-18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고의 전말>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왕가위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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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09-18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료 중에 동영상 부분을 추가해야겠어요.
라일락와인님 덕분에...^^

에레혼 2004-09-18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서랍 정리를 다시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중이에요...
요즘 이런 데 자꾸 마음이 가서요....
읽기도, 쓰기도, 지금은 休止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