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로드무비 > 마르그리트 뒤라스와 황인숙의 시집을 보내주신 분께
십몇 년 전, 겨울 마포구 구수동의 뒷골목을 밤늦게 헤매인 적이 있습니다. < 존재에의 용기>라는 책을 구하러 어느 출판사를 찾아가는 길이었습니다. 폴 틸리히의 책이었는데요. 시인 원재길이 어느 글에서 그 책을 언급한 걸 보고 꼭 한번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출판사는 전망사. 서점마다 없다고 하니 더더욱 그 책을 읽어보고 싶었어요. 물어물어 찾아간 출판사 창고에도 그 책은 없었습니다. 겨울밤이었고 저는 혼자였고 그런 밤은 쉽게 잊을 수 없죠.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평전은 7, 8년 전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요. 뒤라스의 사진이 많아 너무 좋았습니다. 저는 그녀야말로 진정한 미인이라고 생각해요. 인생을 꿰뚫는 것 같은 그녀의 눈. 저도 언젠가 그런 눈을 갖고 싶습니다. 아, 그때 바로 책을 샀어야 하는 건데......그래도 얼마나 다행인지......이 귀한 책을 선뜻 빌려주시는 고마운 분을 만났네요. 빌려줘서 미안하다며 황인숙의 시집 <자명한 산책>을 함께 보내주셨는데 이럴 수가! 제게 없는 유일한 황인숙의 시집이네요.
책을 펼치니 가슴이 쿵쾅쿵쾅 뜁니다. 라일락와인님, 고맙습니다. 이 말씀밖에 드릴 말씀이 없네요.^^

이 공책을 사고 싶은데 품절이래요. 제가 예쁜 공책 한 권 보낼 게요.^^ 책 반납할 때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