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니케어님이 보내준 마그리트 화집을 받았다.
하니케어님의 아마도 자주 만나 보지 못할 서재 이벤트에 참여해 내가 찜한 상품(?), 르네 마그리트의 화집.
1995년 예경에서 나온 초판본이다.
재미 삼아 이벤트에 참여했던[퀴즈도 순전히 어림짐작과 찍기 실력으로 참가!] 나는 우선 하니케어님이 선물로 내놓은 도서 목록을 보면서 조금 놀랐다.
아직도 내가 힘겹게 구한 책이라면 '실제로 나의 양식이 되어주었든 아니었든 간에' 끌어안고 살기에 급급한 나라면 그렇게 선뜻 풀어놓지 못할 '귀한 양서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참고 삼아 그 목록을 여기 옮겨와 봤다.

1.가우디,공간의 환상 (내가 없는 이 안님)
2.파리의 스노우캣(카이레님)
3.사진집 L O V E(ANUS MUNDI님)

이하 예경판 화집
5.마그리트(라일락 와인님)
6.칸딘스키(판다님)
7.코코슈카(유어블루님)
8.베이컨(ANUS MUNDI님)
9.김선우 산문집; 물밑에 달이 열릴 때(노웨이브님)
10.카메라 루시다.(선인장님)

13.호두까기 인형,눈의 여왕(아영엄마님)
14.유마경(미네르바님께)


*애교상도 있어요. (15. 16. 17)

15.화양연화 DVD (체셔고양이님)
16.파라다이스 키스 (플레저님)]

그리고, 어제 선물로 받은 마그리트 화집을 열어보고는 하니케어님의 또 다른 면모, 아기 속살처럼 보드랍고 정감있는 손길과 눈길을 발견하고는 마음이 따스해졌다. 어느 책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아는 이의 흔적'은 잘 구워진 고소한 내음의 얇고 보드라운 페스튜리처럼 마음에 여러 겹의 잔상을 남긴다.



 

 

 

 

 

 

 

 

속 표지에 적힌 짧은 편지...
그리고, 책장 곳곳에 까만 볼펜으로 그어놓은 밑줄[음, 역시 하니케어님은 공부를 좋아하는 분인 게야!], 마그리트의 연보나 사진 옆에 작게 적어놓은 메모들, 가령 마그리트의 생몰 연대 "르네 마그리트 1898∼1967" 의 아래에 끄적인 '69세까지 살았군'[이걸 계산해 봤을 하니케어님의 모습이 귀엽지 않나요?], 1938년, 10년 전에 완성된 <야만인>이란 그의 작품 앞에 앉아 있는 마그리트의 사진 옆에 달아놓은 '귀엽다, 르네 마그리트' 같은 메모들에서 하니케어님의 연녹색 잎새처럼 여리고 감성적인 유전인자를 엿보게 되는 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거기에 덧붙여 책갈피 속에  끼워져 있는 만화 잡지와 패션 잡지에서 스크랩해 놓은 화보 사진 몇 장. 님의 취향을 한눈에 엿보게 해주는[특히 패션 잡지의 모델 사진에서 하니케어님이 애용하는 이미지가 고스란히 읽히지 않는가...]!

 

 

르네 마그리트.
진중권의 <미학 오딧세이>로, 미셸 푸코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란 책으로, 몇몇 문학 작품 속에서의 등장으로 낯이 익은 화가이면서도 정작 그의 작품 세계를 한 줄에 쭉 늘어놓고 찬찬히 살펴보진 못한 터였다. 이번 선물을 계기로 마그리트의 그림 세계로 여행을 떠나 볼까 한다. 관념과 철학을 바탕으로 한 형상화의 화가, 그의 이야기에 찬찬히 귀기울여 보자. 하니케어님의 밑줄 위에 다시 나의 밑줄을 그으면서....... 나도 알고 보면 은근히 혼자 공부하는 재미를 제법 즐기는 사람인 것이다.

하니케어님, 마그리트 화집 선물 고맙구요, 잘 읽고 소화시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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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care 2004-11-11 0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 책가지고 학대하는 타입이어서. 지극히 사적인 흔적때문에 책을 빌려주거나 그냥 주거나는 못했다지요.뭐 이젠 행복행복행복한 항복,기쁘다 아점마 철판 깔았네...이히히 얼른 내빼야지.

에레혼 2004-11-11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詩我一合雲貧賢 님, 실은 베이컨 화집도 제가 찜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였어요. 하니님이 처음에 두 권씩 고르라고 하셔서.... 욕심을 내려다가 한 권으로 족하다 싶어서.... 그 화집의 인연은 님에게 있었군요! 좋은 화집 보시고 근사한 리뷰 하나 올려 주세요, 그걸로 같이 나눌게요.



하니님, 이 페이퍼로 제 기쁨과 고마움이 전달이 됐으면 좋을 텐데요...... 하니님, 이쯤의 '물질적 접촉'을 통하고 보니 평소 님의 트레이드 마크인 우아함과 격조 뒤에 귀여운 소녀의 사랑스러움이 확연히 잡힙니다, 풍성한 드레스 자락 사이로요....

저 정말 이 화집을 계기로 이제부터 마그리트 학습에 들어갑니다, 기다려라, 마그리트여!




에레혼 2004-11-12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저 요즘 마그리트 학습에 들어갔답니다, 공부하기에 재미있는 화가네요, 이 사람.....

판다님이 이미 좋은 그림 많이 소개하셨나 봐요, 한번 들러 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