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독

 이 장 욱


오늘은 어제의 거리를 다시 걷는 오후. 현대백화점 너머로 일몰. 이건
거의 중독이야. 하지만 어제는 또 머나먼 일몰의 해변을 거닐었지.

 

이제 삼차원은 지겨워. 그러니까 깊이가 있다는 거 말야. 나를 잘 펴서
어딘가 책갈피에 꽂아줘. 조용한 평면, 훗날 너는 나를 기준으로 오래
된 책의 페이지를 펴고. 또 아무런 깊이가 없는 해변을 거니는 거야.

 

완전한 평면의 바다. 그때 바다를 바라보는 너로부터 검은 연필로 긴
선을 그으면, 어디선가 점에 닿는 것. 그 점을 섬이라고 하자. 그리고
그 섬에서 꿈 없는 잠을. 너는 나를 접어 종이비행기를, 나를 접어 종
이배를, 나를 접어 쉽게 구겨지는 학을.

 

조용한 평면처럼 어떤 내부도 지니지 않는 것들과 함께. 그러므로 모
든 것이 어긋나 버렸는지도 모르지. 서서히 늪에 잠겨가는 사람처럼,
현대백화점 너머로 일몰. 일몰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백화점 옥상에
서, 지금 막 우울한 자세로 이륙하는 종이비행기.

 


 

 

 

 

 

 

 

 

 

 

 

 

 

 

 

 

 

 

 

 

 

 

 

The Czars / Dr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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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물고기 2004-10-11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일락님이 올려주시는 음악의 거개가 제가 즐겨 듣는 것이에요(혹시 내가 아닐까..)

에레혼 2004-10-11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아마도......

그때 바다를 바라보는 너로부터 검은 연필로 긴 선을 그으면, 어디선가 점에 닿는 것. 그 점을 섬이라고 하자.

선인장 2004-10-11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둘이 동일인물이었구나.... 이런 식으로 위장해봐야 소용없어요!!!

선인장 2004-10-11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이지 말아야 할 것을 보였으니, 아무래도...

에레혼 2004-10-11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안해요, 선인장님! 나와 동일시된 마녀물고기님에게도....
그림을 지워 버렸어요..... 여긴 '19禁'이 안 되네요... 난 또 '금지'나 '금기' '관계자 외 출입 금지'-- 그런 걸 싫어하고 해서..... 그랬더니 선인장님 댓글만 달랑 남게 돼버렸네요

이미 감상하신 분들께도 심심한 사의를 표합니다!

마녀물고기 2004-10-12 0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싶어요, 보고싶어요, 뭐죠? 게을러서 섹스 이즈 코미디도 못 봤는데.. 너무해..

선인장 2004-10-12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녀님, 원래 부지런한 사람만이 그런 것을 볼 수 있답니다. 라일락와인님 그쵸? 근데 알라딘은 그런 거 안 되는건가? 표현을 자유를 위하여, 뭔가 해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