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많이 고단했다.

종일 하늘은 음울한 표정으로 낮게 내려와 있고, 날은 꾸물꾸물했다.

내게는 그 무엇의 '후유증'이란 게 찾아왔다.

저녁 때 존 어빙의 <가프>를 빼들고는 텔레비전 앞에 앉았다.

9시 뉴스가 지루한 배경 음악처럼 흘러가고,

책장을 느릿느릿 넘겼고,

<아일랜드>가 시작됐다.

네 젊은이들이 엇갈리며 만나고, 함께 있는 가운데 혼자 있다.

이들의 어법이 독특하다.

현실 속의 대화체는 전혀 아닌데, 자기만의 말법을 사용하고 있다.


요즘 떠돌고 있다는 '나영체'와 '근영체'가 생각났다.

 

누구나 가벼워지고 싶을 때가 있지 않나영


별뜻없는 농담과 유쾌한 웃음과 느슨함으로

해답 없는 질문들을 무색하게 만들고 싶어지는 그런 때요


그래요, 한번씩 그럴 때가 있더근영


우리, 가벼워지자구요


지금이 바로 그럴 때라고 생각하지 않으시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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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09-16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듣는 말이네요. 나영체와 근영체...
여튼 아일랜드 주인공들 말투 참 독특합디다.

에레혼 2004-09-16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나영의 말투는 좀 걸리는 부분이 있더근영(독특하고 강렬한 캐릭터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오는 '떠 있는' 느낌...)
김민정의 말투는 '새로운 발견'이구요
그냥 제 개인적인 감상법으로는요......

ㅎㅎ 이거 따라하는 것도 쉽지는 않네요
하기는 가벼워지기가 그리 쉽나영

urblue 2004-09-16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영체와 근영체, 저도 처음 들어봅니다.

요즘 친구와 만나면 김민정의 말투를 따라한답니다.
특히 '왜 트집잡고 지랄?' 하면서 말이죠. ㅋㅋ

플레져 2004-09-16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휙~ urblue 님, 저두 친구들이랑 (아일랜드를 본 사람에 한하여..ㅋ) 지랄? 요거 많이 써요. 풋.
나영체는 이나영이고, 근영체는 문근영인가요? ^^
라일락와인님, 이미지 사진이 넘 이뻐요. 절묘한 색의 조화...

에레혼 2004-09-16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오늘 바꾼 이미지 이쁘다고 해주시니 좋네요... 이 변덕이 또 언제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모르겠지만.....

유어블루님이랑 플레져님같이 '우아하고 기품 있는' 녀성들이 그런 와일드한 말투를 추임새처럼 써주시면, 꽤나 에로틱할 것 같아요, 그렇지 않나영?^^

urblue 2004-09-16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어, '우아하고 기품있는 녀성' 이랑은, 더더구나 에로틱하고는 거리가 먼데요, 저는. ^^;;

에레혼 2004-09-16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어" 하시는 걸 보니, 그럼 '우어하고 거품 있는' 남성이신가요, 에로틱하고 좀 떨어져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