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많이 고단했다.
종일 하늘은 음울한 표정으로 낮게 내려와 있고, 날은 꾸물꾸물했다.
내게는 그 무엇의 '후유증'이란 게 찾아왔다.
저녁 때 존 어빙의 <가프>를 빼들고는 텔레비전 앞에 앉았다.
9시 뉴스가 지루한 배경 음악처럼 흘러가고,
책장을 느릿느릿 넘겼고,
<아일랜드>가 시작됐다.
네 젊은이들이 엇갈리며 만나고, 함께 있는 가운데 혼자 있다.
이들의 어법이 독특하다.
현실 속의 대화체는 전혀 아닌데, 자기만의 말법을 사용하고 있다.
요즘 떠돌고 있다는 '나영체'와 '근영체'가 생각났다.
누구나 가벼워지고 싶을 때가 있지 않나영
별뜻없는 농담과 유쾌한 웃음과 느슨함으로
해답 없는 질문들을 무색하게 만들고 싶어지는 그런 때요
그래요, 한번씩 그럴 때가 있더근영
우리, 가벼워지자구요
지금이 바로 그럴 때라고 생각하지 않으시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