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솔레르스의 <여자들>에서 롤랑 바르트는 실제와 비슷한 발음의 '베르트'로 등장한다.


베르트의 말년, 사고 당하기 직전의 그가 생각난다...... 그가 그렇게 사랑했던 어머니는 2년 전에 이미 죽고...... 홀로...... 그는 점차 미소년 취향에 빠져들기 시작했는데, 그건 그가 원래 갖고 있던 경향이 갑작스럽게 강화된 것이었다. 그는 결별, 금욕, 새로운 생, 써야 할 책, 새로운 시작들을 꿈꾸면서도, 이제 오로지 그 생각만 했다.......
....... 예전엔, 그들의 대화는 문학이라든가, 이런저런 작가, 구성이나 서술의 섬세함 등에 관해 이루어졌었다...... 프루스트...... 고립된 채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써보겠다는 극적인 결심...... 그러나 이제는 점차, X와 Z 사이의 정사, 신체의 무기력과 관련된 사소한 심리적 상처들 얘기뿐이다....... 타락보다 더 심리화되는 것은 없다.
...... 나는 많은 호모들에게서 때때로, 똑같이 이상한 인상을 받았다. 내부로부터 먹혀 들어가는 듯, 마치 피층의, 척추의 알 수 없는 힘이 그들을 덜 자란 유령의 상태로 이끌어가는 듯...... 뒤틀리고, 음험한 유령들로. 마르면서 굳어 가는...... 점차 틀이 잡혀가고 있는 소금 상(償)....... 말기의 베르트에게서 그것은 뚜렷했다...... 뭔가 부서질 것 같고, 반투명한, 회색빛 도는 흰색의...... 핏기 없는....... 억제되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분노와도 같은 것...... 꾸며낸 경쾌함....... 욕망, 질투...... 무거운, 굼뜬 불...... 남이 되는 것, 남과 똑같이 되는 것, 마침내는 흡수와 퇴화로 나와 남이 구별되지 않는 것...... 항상 경계를 늦추지 않는 신경과민...... 발아들이기, 간을 꺼내기...... 베르트에게서 그 과정은 매우 잘 제어되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매 순간마다 보이고 들렸다. 자아도취의 심화, 상상 속의 상처를 점점 더 탄탄하게 채우기.....

베르트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그는 점차 모든 것에 괴로워하고, 피곤해하고, 혐오했다...... 한쪽에서의 요구, 다른 쪽에서의 탄원.
베르트는 환상 없이, 일종의 약화된 관능성, 변형된 향락주의를 위해 싸우고 있었다..... 불교신자, 일본 애호가, 약간 의기소침한......

"이제 그는 자기 어머니를 다시 만나겠군"하고 베르트가 수혈대 위에서 숨을 거두려 하고 있는 병원 응급실을 나오며 뎁이 말했다...... 그는 거의 벌거벗은 채 여기저기 관들을 꽂고, 마치 물결치는 대로 숨쉬고 있는 커다란 물고기처럼 거기 있었다...... 느리고 기계적인 몸짓으로, 마치 관을 빼고 목숨을 끝내달라고 부탁하는 것 같았다...... 그때까지도 모두들 그를 속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별로 나쁜 상태가 아니라고...... 실제로는 곧 숨을 거두고 말았는데...... 열과 죽음으로 불타는 듯한 그의 눈이 나를 향해 올라왔고, 내가 그에게 몇 마디 억지로 건넸을 때, 그의 입은 "고마워, 고마워"하고 중얼거렸다...... 뭐가? 나도 모르겠다...... 그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것, 내가 그와 함께 있다는 것 말고는...... 전적으로 그와 함께...... 그때는 더운 봄날이었는데,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베르트는 서서히 수직으로, 마치 물에 빠진 사람처럼 멀어져 갔다.  
                         


                       필립 솔레르스, <여자들>(최윤정, 조현실 옮김, 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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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4-09-08 0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합니다. 퍼갈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