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안한 채로 내 서재에 와보니 늘 그래왔듯 아주 깨끗하고 휑한 것이 정말 좋지...
않다. 그래서 숨겨놓길 잘했지 싶은 옛날 것들을 다시 두 공간에 대충 때려넣고 혼자 실실댔다.
(내 것인데도 다시 볼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이제 글도 많아 보이고 덜 게을러 보인다고, 의도적으로 가볍게 말한다. (^^)

한 번의 '쉬어가는 페이지' 를 넘기고 나서 든 생각은
이제 다시는 그러지 말자, 하는 것이다.
눈에 띄게시리 청소를 싹 하고 대대적인 홍보까지 하고 도망질을 하니
영 금방 잡힌다.
다음번에는 밥풀 붙은 숟가락까지도 그냥 던져놓고 가야겠다.
(농담을 지껄여보긴하나 재미없는 것은 여전하다.)

그간 먼지 털어주시고 불 밝혀주신 분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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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06 0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3-08 2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1-03 1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 곳에 다들 잘 있느냐고 당신은 물었지요.
어쩔 수 없이 모두 잘 있다고 나는 말했지요.
전설 속에서처럼 꽃이 피고 바람 불고 십리 안팎에서 바다는 늘 투정을 하고
우리는 오래 떠돌아 다녔지요.
우리를 닮은 것들이 싫어서...... 어쩔 수 없이 다시 만나 가까워졌지요.
영락없이 우리에게 버려진 것들은
우리가 몹시 허할 때 찾아와 몸을 풀었지요.
그곳에 다들 잘 있느냐고 당신은 물었지요.
염려 마세요. 어쩔 수 없이 모두 잘 있답니다.

- < 편지3 > 이성복




산다는 것은 자동사가 아니라 타동사라고 누가 그랬는데,
그러니 저는 가만히 있어도 계속 살아지는 모양입니다.
그것도 어쩔 수 없이 아주 '잘'이요.
알라딘이 매우 낯설게 느껴지네요.
(뭐 게으름뱅이에다 한 번에 여러가지를 동시다발로 진행시키지 못 해서
 주인없는 집구석마냥 서재를 내팽개친 제가 이런 말 하고 앉았는 게 좀 우습긴 합니다만)

하지만 지난 며칠 간을 오류의 바다와 먹통의 미로 속에서 헤메면서
마음 속으로 머리 속으로 당신의 안부를 물었다는 것을, 혹시 아실랑가요?
강제로 이사를 (당)한 느낌이라 어디선가 페인트 냄새가 나는 듯 하네요. 
...곧 익숙해 지겠죠.? 뭐 세상은 원래 낯선 곳이니까요.

+) 아니, 접속이 잘 되길래 이제 좀 괜찮아진 줄 알았더니, 
     이 글 올리려고 하니 자꾸 오류오류 거려요.
     언제쯤이면 다들, 괜찮아지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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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죠 2004-11-04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로 언제쯤이면 우리 모두는 괜찮아지는 걸까요.

그리웠어요, 나의 친구, 어디에나님. 많이 그리웠어요. 토닥토닥 와락 부비부비


하얀마녀 2004-11-04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보는 어디에도님 글이네요. 곧 괜찮아지겠죠. ^^

반딧불,, 2004-11-04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1717

호..정말 코멘트 하나 쓰기 힘들어서..반가와요.

낯선 이 곳에서 님을 뵈니 좋군요.


urblue 2004-11-04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페이퍼가 안 올라가는 것 같더군요. 그 핑계로 그저 시간만 보냅니다.

어디에도 2004-11-04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오랜만의 이런 분위기 너무 좋아요. 웬지 전쟁통에 낯선 곳으로 떠밀려가다가 아는 얼굴을 만난 듯한 이상한 기분이 들면서도, 무지무지 반가워요! ^^
힘든 와 중에 찾아주시고 댓글 남겨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어서 다 정리돼서 저도 밀린 글들을 좀 읽었으면 좋겠어요. ^^

hanicare 2004-11-04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이 상황에 전쟁통이란 말을 쓰면 지나친 과장일까요? 알라딘의 아노미. 더 나은 모습을 바란 적도 없건만. 살아 있으셨군요. 갈수록 세상이 낯설어져요. 글의 제목은 뜨는데 눌러 보면 없더군요.

chika 2004-11-04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하지만 어디에나 .. 계시니!! 참 좋아요~ ^^

sandcat 2004-11-04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삼 나에게 알라딘이 무슨 의미였던가 생각했어요.
잘 지내셨지요?
:)

어디에도 2004-11-06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이 지나도록 여전히 버벅거리는 알라딘이네요.

이제는 측은한 마음이 들어서 뭐라고 하지도 못하겠어요. ^^

언제나 웃고 있는 기분좋은 치카님, 다정한 하니케어님과 반가운 샌드캣님.

잘 지내시지요? ^^

(맞아요, 샌드캣님. 새삼새삼 저도 그랬어요. 알라딘 서재는 저에게 무슨 의미일까요? 흐흣)


로드무비 2004-11-06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사 보네요.

시인 이성복.

어디에도님.

좋아요. 어쩔 수 없이......


미완성 2004-11-08 0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에도님 글을 보니 알라딘이 스스로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 위해 일부러 반란을 일으킨 건 아닌가 싶어져요;; 아, 세상은 온통 전략적이야;;


얼른얼른 자주자주 뵙길 바래요

 


 

 

 

 

 

 

 

 

 

 

 

 

병원에서 한참이나 왔다갔다 노닥거리다 철지나고 길잃은 신문 한 장을 만났다.

지난 7월의 신문 한 장이 어떻게 해서 내 곁으로 날아왔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그 순간 이상하다 싶을만큼 삽입된 그림에 마음을 빼앗겼다.
워낙 문외한이라 제목도 화가도 매우 낯설었다.
조르조 데 키리코의  '거리의 신비와 우울' .

문득 몹시 책이 그리웠고 이 곳, 알라딘 서재도 와락 생각이 났다.

오랜만에 가 본 병원은 역시 신비하고도 우울하며 멀미나는 곳이었다.
아빠가 다리를 다치셨고 반백수인 내가 간병인 비스무리가 되었다.

하는 일 없이 왔다갔다하며 굴러다니는 신문지 쪼가리나 들여다보고 앉아 있을 거라면
책을 읽거나 책을 읽거나 또 책을 읽거나 그게 안된다면
이 곳 서재에 와서 친밀한 교분을 쌓아도 훨씬 더 영양가 있을텐데,
나는 뇌가 없는 허수아비인지 심장이 없는 양철나무꾼인지 그저 월월거리는 토토인지
그저 허벌나게 왔다갔다만 한다. 도무지 아무 것도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다.

그러고보니 정말로 나는, 어디에도 없었구나.
미안해요, 걱정해 주신 분들.

그리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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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care 2004-10-26 0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남희의 소설집중 하나가 저 키리코의 그림이었습니다.그림도 멋지지만 제목은 한 수 위라는 생각과 함께 늘 저 그림을 생각하면 모든 것이 녹스는데 녹슬지 않는 피로와 환청이 들리는 듯 했습니다.얼른 달려와 보니 병원에 계셨군요.병원이란 곳. 안 가면 안 갈수록 좋은 곳.부친의 쾌유를 빕니다.힘드셨겠군요.

물만두 2004-10-26 0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버님의 쾌휴를 빕니다. 힘 내세요. 아자아자 화이팅!!! 부모님 살아 생전 섬기기를 다하여라를 생각하시길...

플레져 2004-10-26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에도님! 많이 궁금했었어요.
어디에도님 건강도 챙기세요. 아셨죠? ^^
아버님의 쾌유를 빕니다!

로드무비 2004-10-26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그랬군요.
반백수로 친척들 아프면 간병인 내지는 파출부로 불려 다니던 지난날이 생각나는군요.
보람은 있었지만 좀 슬프고 외로웠죠.
아버지 빨리 쾌차하시길...어디에도님 빨리 병원에서 풀려나시길 바랍니다.
(저도 예전 저 그림 처음 봤을 때 가슴이 철렁했답니다.)

2004-10-26 0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urblue 2004-10-26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병원 다니면서 책 읽고 하는 거 쉽지 않죠.
마음이라도 편하게 가지세요.
아버님 쾌차하시기를 바랍니다.
천천히 돌아오세요.

반딧불,, 2004-10-26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십니다.
꼭 쾌차하시길 빌구요.


하얀마녀 2004-10-26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따님이시군요. 하루빨리 기쁜 결과를 안고 돌아오시길 바랍니다.

chika 2004-10-26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홧팅!!!
건강하세요. 간병인노릇하려면 건강해야된다구요.

2004-10-27 0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10-29 0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완성 2004-10-29 0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에도님 잘 계신 거예요?
저는 병원 근처만 가도 기운이 쭉 빠지는 타입인데 어디에도님은 그렇지 않길 바래요..
간병인을 한다는 게 쉽지 않다고 하던데...잘 견디고 계신지.
꼭 건강하시구 나중에 또 뵈어요ㅡ.
힘내세요!

어디에도 2004-10-29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흑흑
정말로 모두 고맙습니다. 아부지는 뭐, 같은 병실의 할아버지들과 사이좋게
아아아아주 잘 지내고 계시구요, 저는 여전히 머엉 하지만 님들이 해주신 말씀을 생각하며
힘을 내고 있어요. 흐흣
많이 다치신 건 아닌데 아무래도 연세가 있으시니 뼈가 잘 말을 안 듣나 봐요.
그래도 그만하시기 다행이라고 모두 생각한답니다.(교통사고였거든요)
저도, 날씨가 더 추워지기 전에... 알라딘 목도리를 두르고 싶어요! ^^

2004-10-29 2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10-30 2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람들은 밝은 사람을 좋아한다.

만날 때마다 환하게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하는 사람은 사소하게나마 상대방을 기분좋게 만들어주지만 매번 얼굴에 빗금을 좍좍 긋고 우울의 안개뭉치들을 뭉개뭉개 풍기고 다니는 사람을 만나면 '쟤는 맨날 왜 저래?' 하고 말하며 은근히 피할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그 단순명료한 이치를 깨달은 때는 스무살하고도 늦가을이었다.  뒤미처 그걸 알게 된 그 순간, 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가장 혹은 과장' 된 '밝음' 을 주저없이 선택했다. 그리고 당연한 결과라는 듯 갑자기 나는 무수한 사람들에 둘러 쌓였다. 그들은 한결같이 나에게  '밝은' '털털한' '좋은' '귀여운' 같은 처음 듣는 형용사들을 선사해 주었고 나는 그 새롭게 맛보는 쾌감에 순식간에 중독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계속 참을 수 없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고, 뭔가가 내부에서 꿈틀거리는 듯, 이상한 또아리 하나가 뱃속에 자라고 있는 듯 느껴졌다. 밝은 가면 안에 숨은 내 얼굴은 무표정했고, 털털한 척 너털웃음을 부려놓는 내 껍데기 안의 속살은 작은 선인장 가시처럼 말랑한 단어들에도 금새 생채기가 났다.

그리고 어느 순간, 맥이 탁 풀리며 팽팽하던 실은 기어코 끊어졌다. 어떤 사람을, 사람들을 만나고 난 뒤 나는 웬지 더 이상은 온실 속에서 곱게 자란 화초 같은 그 '밝음' 을 가공해 낼 수가 없었다. 그저 맨 살을 내보이고 내 속의 컴컴한 동굴을 고스란히 드러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들이 나의 커다랗게 입 벌린 어두운 구멍을 들여다 보고, 지겹다 싫다 하며 모두 내뺄지언정, 별 수 없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것이 어쩔 수 없는 '나' 이므로, 마음 속의 진한 빗금 또한 온전히 내 것이므로, 나는 그런 내 속의 밑바닥까지 모두 버선 뒤집 듯 그들에게 내보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진정' 하게 그들과 친해지고 싶었는지도.

힘들다, 우울하다, 누군가 고백하듯 털어놓으면 세상 속 다정한 사람들은 어느샌가 다가와서 등을 쓸어주고 손을 잡아주면서 힘내요, 속삭인다. 맛있는 것을 사주거나 술을 같이 마셔주기도 하고 기분전환을 위한 선물도 왕왕 풀어놓는다. 하지만 (그럴 사람 사실 없겠지만) 끊임없이 계속 흐느적대며 눈물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사람이 만약에 있다면 그 옆에서 계속 계속 등을 토닥여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하지만 나는 행복하다. 온전히는 아니더라도 내가 스스로 '나' 를 선택할 수 있게 되어 나는 다행스럽다. 지겹고도 정겹다. 앞으로는 계속 다행스러울 것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뜬금없이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내 손가락이, 내 몸뚱아리가 오늘 또 한 살을 먹었다.

내 정신연령은 지금쯤 몇 살이나 먹었을지 매우 궁금하지만
언제쯤 몸의 나이를 따라잡고 조금은 앞서 나가 줄 것인지 의심스럽기도 하지만
나는 맛있게 미역국을 먹었다.

10월 4일. 닭살스런 이 날짜는 내 생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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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4-10-04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축하축하~
정신연령이 몸의 나이보다 앞서 나간다는 거 별로 좋을 것도 없잖아요?
전 어쩐지 나이를 거꾸로 먹고 있는 듯 합니다. 그게 좋구요.
아자아자 파이팅! (그냥 해 봤어요. 헤헤)

플레져 2004-10-04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얀마녀 2004-10-04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덕분에 어디에도님 글을 읽을 수 있네요.

2004-10-04 2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코코죠 2004-10-04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이런, 자칫 잘못했으면 어디에나님 생일을 축하드리지 못할 뻔 했쟌겠어요. 저는 야심만만을 보고 서재에 들어오려 했는데, 그랬다간 정말 큰일날 뻔 했쟌겠어요. 아아, 이렇게 축하드릴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오즈마의 어디에나 있는 님, 그래서 오즈마의 어디에나님.
생일을 축하해요. 축하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날씨도 춥지 않고 오전에 햇살도 밝았군요. 오즈마는 이번 생에서 어디에나님을 만나 몹시 기쁩니다.

tarsta 2004-10-04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생일이셨군요. 오늘이었군요..
어디에도님. 생일 축하해요. 요만큼이라도 알게되어..많이 반갑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님은 스스로 '나'를 선택했다니.. 나는 아직 내가 이런 모습이란게 맘에 안들어서. 모자란 조각을 껴안게 되지 않아서 다른 곳만 바라보는 느낌이거든요. 가끔은 아주 많이 미워하기도 하는데..
님은 언제나 정직하게 거울과 마주서려는 사람같아요. 못난 부분까지 그대로 비춰주는 거울을 똑바로 쳐다보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인데.. 그래서 많이 ..부럽습니다.
생일,, 많이많이 축하해요. 한시간도 채 남지 않았지만, 흡족한 하루가 되었기를 바래요. :)

chika 2004-10-04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훗,, 아직 늦지 않았군요. 오늘은 10.04 천사날..ㅋㅋ
생일축하해요~~~ 행복하세요오~ ^^

2004-10-04 2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4-10-05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어데도님, 오늘 귀 빠진 날이시구나. 핫. 이거야 원. 금방 학교선배 득남 소식 들었는데..또 어데도님께서도 아~ 응애에요, 하시는군요~ 축하합니다, 당신의 생일을. 헷..

비로그인 2004-10-05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읽고 천천히 쓰다보니까 5일로 넘어와 버렸네요. ㅡ_ㅡ;;

어디에도 2004-10-05 0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 고맙습니다. ^^
좋아하는 알라딘 서재 주인장님들께 축하해요, 인사를 받고 싶어서 남긴 글이었지만
이렇게 많이 다정하게 남겨주실 줄을 몰랐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아, 맛난 것 먹고 술까지 퍼먹다 보니 어느새 5일, 생일이 지났어요.
그래도 좋네요. 더 씩씩하고 성숙한 어디에도가 될게요. ^^

tarsta 2004-10-05 0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 많이 (퍼)드셨나요? ^^
저는 나이가 먹어가니까 그러는건지, 정말로.. 작은 표주박 같은걸로 퍼먹고 부어먹는 동동주같은게 맛있어요. 조껍데기니 뭐니 하는 막걸리 종류도 맛있고... 아아 술땡기는구만요. 참아야 하느니라..세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_-;;

어디에도 2004-10-05 0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스타님! ^^ 흐흐흐 (그냥 웃지요;;)
저는 원래 동동주나 막걸리를 잘 못마셔요. 이상하게 그 녀석들만 마시면
너무 빨리 취한답니다. -_- 소주나 맥주나 잘 안먹지만 양주도 그럭저럭인데
이상하게 그 걸쭉한 녀석들의 공격에는 꼼짝 못한다는 슬픈 전설이... 그래도
우리 다음에 만나서 조껍데기 술을 마셔 볼까요? ^^ (어차피 내논 인생;)

tarsta 2004-10-05 0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걸쭉 패밀리에는 취약이고, 소주나 맥주는 잘 안드시고, 양주도 그럭저럭이면...
.. 술을 즐기지 않는다는 말씀이신거죠? 흐흐. ^^
님을 꼼짝 못하게 만든다는데, 조껍데기를 마시게 할 수는 없죠..
제가 홀랑 다 먹어버릴께요. 음홧홧홧... 님은 그냥 안주만 드셔도 돼요...!!

2004-10-05 1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10-14 0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딧불,, 2004-10-16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제사 보았습니다.

님..그런 이들에게는 그런 모습을 조금 보여주고..
자신의 모습을 간직하고 보여주는 사람도 만드소서..
팽팽해서 끊어지지 않게요.
그나저나...하늘 맑습니다. 구름 한 점 없네요.

2004-10-17 18: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디에도 2004-10-26 0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샌드캣님... 님의 인사를 저는 이렇게나 늦게 보고 답을 하네요. 죄송해요.
그리고 정말로 멋진 축하말이에요. 진짜 감사해요. ^^ 내년이 기다려지는데요?

반딧불님... 꼭 그런 사람 생겼으면 좋겠어요. 고맙습니다. ^^
 

나이가 든다고 해서 가족이나 친척이 다 싫어지는 것은 분명 아니리라. 아니 오히려 몸 속에 세월을 쌓아갈수록 끔찍한 살붙이들에 대한 애증이 어쩔 수 없이 나잇살 붙듯 하나 둘 애정으로 여며져 갈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측면에서 나는 아직 덜 살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겠다.

어렸을 때의 명절은 손꼽아 기다리던 축제의 날이었다. 명절 며칠 전 부산하게 들썩이는 시장으로 엄마를 따라가서 비닐봉다리 몇 개 달랑거리며 하드나 호떡을 얻어먹는 일부터, 기름 냄새 진동하는 부엌 한 귀퉁이에 매달려 뭣도 모르면서, 그거 내가 뒤집으면 안 돼, 내가 구우면 안 돼 달겨들며 자청하던 어설픈 도우미 짓, 곧이어 들어닥친 사촌 오촌 형제들과 밤을 새며 희희낙락 무궁무진하게 꾸려갔던 이야기와 놀이들, 그 소란스럽게 달뜨던 기분. 그리고 매번 연휴 마지막 날 나는 얼뜨기처럼 눈물바람으로 그들을 떠나 보내는 예의도 잊지 않았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시험이니 공부니 하는 자의반 타의반의 명목으로 그 어수선함의 소용돌이에서 한 발을 빼고 슬그머니 비켜선 입장이 되자 사람들은 나를 볼 때마다 매번, 학교 잘 다니고 착한 우리 어디에도, 하는 범생이 꼬리표와 함께 땡그랑 땡그랑 한 푼 두 푼 용돈을 주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인지 알 수 없으나 어느새 나는 분탕질치며 놀아제끼던 과거는 모조리 잊은 채 용돈만 넙죽넙죽 받아먹는 어색한 웃음을 띤 돼지저금통이 되었다.

 

20대 중반이 지난 지금, 축제고 저금통이고 아무 것도 없다. 이제는 예전보다 매우 단출해져서 몇몇 친척만 대면하면 되는데도 나는 지난 몇 년간 그저 그들의 탐구 대상이 되어야 했다. 모두 짜기라도 한 듯 나만 보면 입을 모아 마치 철이와 미애처럼 리듬을 살려, 너는 왜 아직도 모르는 거야 너는 왜 너는 왜 하고 물음표들을 발사했고 이러저러해서 여차저차 하옵네다 하고 궁색하나마 나름대로 마련했던 나의 대답은 모두 변명이 되었다. 그러다 내가 집을 나오고 여기저기 떠돌고 엎어지고 아프고 어쩌고저쩌고 하게 되니 이젠 나를 볼 때마다 마치 송강호처럼 그윽하게, 밥은 먹고 댕기냐 하고 운을 뗀 다음 곧이어서 반듯한 직장과 아름다운 결혼에 대한 세상의 소식들을 속삭이면서 바람직한 20대의 삶을 내 귀에 불어넣고자 애쓴다.

나도 알고 있다. 나를 걱정하는 마음을, 나를 일으켜 세워 세상의 시장 속으로 밀어 넣고 그 속에서 강하게 살게 하고픈 그 다정한 의도를. 그 어쩔수 없이 땡겨지는 핏줄의 불수의 운동을. 하지만 가족과 친척들이 내게 뭔가를 바랄수록 나는 자꾸만 더 도망치게 된다. 어쩌면 명절이라 친척들이 모이는 일이 싫거나 그들이 내게 똑같은 질문을 계속 하는 게 싫은 것 보다도, 우물거리며 똑같은 대답만을 주워삼키는 그 순간의 스스로가 가장 싫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를 다시 예전의 활기찬 시절로 되돌리기 위해 내가 게으르게라도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이제는 차라리 아무도 몰랐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저 그 과정은 내 속에서만 조용히 흘러서 진행이 되고 사람들 앞에 나타날 때는 벌떡 일어선 다행스런 모습이고 싶다는 생각도 자주 든다. 이렇게 쓰고보니 내가 마치 대단한 사건사고를 당해서 주저앉아 있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실상 따지고 보면 그런 것도 아니다. 그저 나는 태생적으로 조금 컴컴한 인간이고 뼛속까지 게으름이 거미줄을 치고 있는 인간이라 돌부리에 걸려 자빠진 김에 드러누워 있다가 조금 까진 상처와 피를 보고 새삼스레 놀라 우어어 울다가 다 울어제낀 김에 잠도 한 숨 자다가 슬슬 흙을 털다가 뭐 그러고 있는 것이다.

제발, 나를 그냥 가만히 좀 내버려 두었으면 좋겠다. 나는 귀를 막아야 더 잘 들리고 눈을 감아야 더 잘 보이며 누워 있어야만 앞으로 나아가는 지렁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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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10-02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버트 레드포드 감독의 <보통사람들> 보세요.
아침 조깅중에 넘어져 일어날 생각 안하고 찔찔 우는 인간이 있습니다.
어디에도님, 흥, 저 삐졌어요.

어디에도 2004-10-02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앗앗! 로드무비님, 왜 삐지셨어요? 네?
흑흑흑...... 로드무비님, 삐지지 마세요, 제가 이제 잘 해드릴게요;;

urblue 2004-10-02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 저도 삐졌는걸요.

어디에도 2004-10-02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앗, 블루님은 왜 삐지고 그러세요, 네? 네?
블루님, 혹시... 그... 그것 때문에...(모르면서 일단 막 아는척)
그런데 블루님과 로드무비님 모두 제게 삐지신 건 그래도 다 애정이 있기 때문이
아닐랑가요, 흐흐(하며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수습안되는;;)

하얀마녀 2004-10-02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지들 모일 일이 생기면 참 싫더군요. 매번 이구동성으로 저를 못살게 구는 똑같은 질문들과 뻔하디 뻔한 대답. FAQ로 문서 작성해놨다가 만나면 주고 싶다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그런데... 잘은 모르겠지만 저도 삐졌다고 해보고 싶어지네요. 흐흐흐흐.

플레져 2004-10-02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절은 제게도 머나먼 휴일일 것 같아요.
어릴때는 주구창창 놀아제껴야 하는 것이 지루했고, 미혼일 때는 어디에도님과 같은 고문(?)을 당하였고, 미혼을 벗어난 후에는 쉴 틈도 고문을 당할틈도 없이 바쁘니까요.
저도 삐질래요... 로드무비님을 따라한 블루님을 따라한 하얀마녀님을 따라한 플레져...!

tarsta 2004-10-02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하얀마녀님..!! FAQ라니요! 정말 재밌는 발상입니다. 마녀님은 너무 깜찍하세욥..
아예 샌드위치 맨처럼 커다란 상자곽에 써놓고 그 안에 들어가면 어떨랑가요.

친척1 : 그래, 직장은 탄탄하고?
마녀님: 가슴과 배꼽사이입니다. FAQ 2번이죠.
친척2 : 여자친구는...
마녀님 : (엉덩이를 들이밀며) 여기 있습니다.

그,근데 제가 어디에도 님 서재에서 뭘하는거죠, 에헤헷... (삐,삐지는거 아니죠? 땀이 삐직삐직.. ^^;;)

어디에도 2004-10-02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 그럼 타스타님만 빼고 로드무비님 이하 플레져님까지 모두 삐지신거네요.
아아, 아직까지 애정전선 이상없다, 로군요, 흐흐흐흐흐;;;;;

근데 정말 왜 삐지신 거에요, 아, 그러고보니 과거 경험상 왜 삐진 줄 조차 모르면 삐짐곡선이
가파르게 상승하곤 하던데...-_-
(실은 왜 삐지셨다 말씀하시는지 조금 알아요. 그러니까 이제 삐지지 마세요.
제가 파리처럼 싹싹 빌게요. 네?)

P.S 하얀마녀님은 FAQ작성해서 저도 좀 주세요. 플레져님도 드릴래요.^^
타스타님은 안 삐지셨으므로;; 흠흠


urblue 2004-10-03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하얀마녀님과 타스타님의 합작에 이 밤이 이리 즐겁네요.

hanicare 2004-10-04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도 원하지 않는 축제, 그래도 꾸역꾸역 기어드는 축제. 난 어린 시절에도 별로 명절이 좋지 않았습니다.

어디에도 2004-10-04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 시절을 다시 기억하는 일은 어느새 자꾸만 말갛고 발랄하게 채색이 되고
좋았던 그 시절, 그 추억- 뭐 그렇게만 느껴지도록 스스로 상투적인 테두리를
두르고 싶어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용기가 없거든요...^^
(뭔 소리야 우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