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기가 많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말년의 작품에서 보이는 세련됨도 이 작품에선 보이지 않는다.
세상일에 초연한 듯 멀찍이 무관심하게 서 있기도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며 귀를 쫑긋이 세우는 모습은 작가를 많이도 닮았다.
김윤식은 박상륭을 한국 문학의 '프로메테우스'라고 말한다.
본래의 가볍고 잡스러운 소설 양식에 종교와 같은 서사를 끌어다 댄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박상륭의 소설들은 여느 소설보다 더욱 잡스럽다.
그가 본래 의미의 소설에 더욱 충실한지도 모르겠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지닌 이들과 만난다는 건 편하지만 위험한 일이다.
그 편안함에 자위할 때가 너무 많다.
복거일의 역사관은 간단하다.
현실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몽상의 비겁함과 싸우려는 이에게 그의 충고는 귀하다.
베드로는 참 현실적인 사람이다.
직업도 그렇거니와 언행 역시 그렇다.
현대는 베드로 같은 사람들이 참 많다.
문제는 이 베드로들에게 '내게 있는 것'이 그리스도 예수임을 깨닫게 돕는 것이다.
이것이 지금 우리들에게 있는 것이다.
이 또래에 이만한 깊이의 글을 쓰는 작가를 알지 못한다.
김종광에 비한다면 몇 수 위다.
불쌍한 삶들에 대한 물기 젖은 눈길과 쉬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부끄럼 타는 얼굴.
널찍이 떨어져 모른척 함을 방민호는 나무라지만 아직은 그래도 되잖나?
장편이 있나본데 무엇을 이야기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