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가 중도며 어째서 변혁인가
백낙청 지음 / 창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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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혁적 중도주의에 관한 백낙청의 글들은 창비의 다른 책이나 언론을 통해  봐왔다. 이 책에서 눈길이 간 건 원불교의 가르침에서 변혁적 중도주의의 밑절미를 가져왔다는 언급이다. 내가 백낙청이 원불교도인 걸 안 것은 1994년에 펴낸 <분단체체 변혁의 공부길>을 통해서였다. 그동안 해낸 공부와 수련이 변혁적 중도주의로 모이는 장면은 꽤 장관이다.  

  서양학(영문학)자가 민족종교인 원불교를 종교로 갖고 종교적 가르침을 자신의 학문적, 실천적 무기로 벼리는 모습은 흔치 않다. 중도가 어디인지도 주목해야겠지만 백낙청이 가려는 곳도 주목할 이유는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그가 평생을 두고 공부한 데이빗 로런스의 모습과 그가 많이 닮아간다는 생각도 한다. 로런스의 <묵시록>을 보니 이 사람도 알려진 것과는 달리 종교성이 상당하다. 백낙청은 머잖아 '반드시' 로런스에 관한 책을 쓴다던데 두 사람의 같고 다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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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10-04-30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월불교에 관하여 모르는데 혹시, 원광대학교 재단인 그 종교인가요?

아~ 그리고 백낙청이 원불교 신자인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4-30 11:39   좋아요 0 | URL
맞아요. 이 책에도 원광대 개교 60주년을 기념한 자리에서 백낙청이 강연한 원고가 실려 있네요.
백낙청의 부인이 독실한 원불교 신자랍니다. 부인 따라 다니며 자신은 배우고 있다고 말하더군요.
 
[뒷북] 책의 날 기념, 10문 10답 이벤트!

1. 개인적으로 만나, 인생에 대해 심도 있게 대화를 나누고픈 저자가 있다면?     

: 가스똥 바슐라르. 천국이 진짜 도서관 모양인지 묻고 싶다. 그의 <몽상의 시학> 서문에 이런 구절이 있다. "저기 하늘에서는, 천당이란 거대한 도서관이 아닐까 싶어서다. 그래서 아침부터 내 책상 위에 쌓인 책 앞에서 독서의 신에게 나는 게걸스런 나의 독자의 기도를 드린다. '오늘도 우리에게 일용할 굶주림을 주시옵고.'"(<몽상의 시학> 김현 옮김, 홍성사, 1978)
  

 

 

 

 

 

 

 

2. 단 하루, 책 속 등장 인물의 삶을 살 수 있다면 누구의 삶을 살고 싶으세요?

: 프리모 레비의 아우슈비츠 기록인 <이것이 인간인가>. 죽음을 앞두고 단테의 <신곡>을 이태리어와 불어로 주고 받은 레비와 프랑스 청년이 진정한 '인간'이라는 생각을 한다.  


 

 

 

 

 

   

 

 

 

3. 읽기 전과 읽고 난 후가 완전히 달랐던, 이른바 ‘낚인’ 책이 있다면?  

: 이광주의 <아름다운 지상의 책 한 권>. 시종일관 별스런 얘기가 없는 책이다. 정민의 <미쳐야 미친다>. 제목에 낚였다 후회하느라 미칠 뻔 했다.
 

 

 

 

 

 

 

 

 

4. 표지가 가장 예쁘다고, 책 내용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책은? 

: C.S.루이스의 <우리가 얼굴을 찾을 때까지>. 김원숙 화백이 루이스의 이 소설을 읽고 그린 그림이라는데 내용과 어울려 소설의 의미를 뜻 깊게 해주었다. 

 

 

 

 

 

 

 

 

5. 다시 나와주길, 국내 출간되길 학수고대하고 있는 책이 있다면? 

: 조지프 콘라드를 다룬 에드워드 사이드의 박사 논문(Edward W.Said, <Joseph Conrad and the Fiction of Autobiography>, Columbia Univ. Press, 2007). 과연 출간이 될까?   아쉬운 대로 뒤의 책이라도 어떻게......(Edward W.Said, <The Pen and the Sword>, Consortium Book, 2010)

  

 

 

  

 

 

  

 

6. 책을 읽다 오탈자가 나오면 어떻게 반응하시는지요?

: 아끼는 필자나 출판사라면 게시판에 댓글을 달기도 함. 아주 가끔.
  
 

7. 3번 이상 반복하여 완독한 책이 있으신가요? 

: 왕멍의 소설 <변신인형>과 C.S.루이스의 <고통의 문제>. 삶이 괴로울 때 한 번씩 들춰보는 책들이다.



 

 

 

 

 

 

 

8. 어린 시절에 너무 사랑했던, 그래서 (미래의) 내 아이에게 꼭 읽어주고 싶은 책?  

: 셀마 라게를뢰프의 <닐스의 신기한 모험>. 휴 로프팅의 <돌리틀 선생 항해기>. 그 땐 이 여행들이 그리 즐거워 보였다.


 

 

 

 

 

  

 

 9. 지금까지 읽은 책 가운데 가장 두꺼운(길이가 긴) 책은?   

: 문학과지성사판 오승은의 <서유기>(전 10권), 홍명희의 <임꺽정>(전 10권). 권수로는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슬램덩크>(전 24권)가 최고다.

 

 

 

 

 

10. 이 출판사의 책만큼은 신뢰할 수 있다, 가장 좋아하는 출판사는?   

: 가장 좋아하는 건 그렇고 에드워드 사이드의 선집을 출간하는 마티의 책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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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10-04-30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보았습니다 ㅎㅎ

저도 작성해 볼까 했는데 포기하게 되네요 ^^

파고세운닥나무 2010-04-30 11:44   좋아요 0 | URL
로쟈님이 적어 놓은 걸 보니 써 보면 재밌겠다 싶어서요.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포스트 사회주의 시대의 중국문화
이욱연 지음 / 서강대학교출판부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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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문학을 중심으로 문화 전반에 걸쳐 중국의 최근 변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변화 가운데 우리는 어디쯤에 자리 잡을 지 고민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저자의 신좌파에 대한 이해이다. 저자는 신좌파에 후한 점수를 주고 큰 기대를 한다. 저자는 창비의 주요 필자이기도 한데 창비에선 그동안 중국 신좌파의 대표 주자인 왕후이, 추이즈위안('동아시아의 비판적 지성' 시리즈 가운데 <새로운 아시아를 상상한다>,<중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등을 소개해왔다.  

  흥미로운 건 이들 신좌파들이 리쩌허우에 대한 비판을 통해 자신들의 위치를 잡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리쩌허우를 그저 지적 거장으로 알고 무비판적으로 수입하는 우리에게 이러한 모습은 기억해 둘 만하다. 리쩌허우와 류짜이푸의 대담집인 <고별혁명(告別革命)>을 보며 이러한 생각이 중국의 주류라면 중국 사회의 보수화가 꽤 급격하게 이루어지리라는 생각을 했는데 신좌파의 발견은 그 안에서도 꽤 팽팽한 대결이 이루어짐을 알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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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현대사상사론
리저허우 지음, 김형종 옮김 / 한길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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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위기- 인문의 새로운 길을 향한 중국 지식인의 성찰과 모색
백원담 엮음 / 푸른숲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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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아이링 지음, 김순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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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좌표- 돈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생각의 주인으로 사는 법
홍세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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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소리 - 일본 창비세계문학 단편선
나쓰메 소세키 외 지음, 서은혜 엮고 옮김 / 창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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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야모토 유리코의 중편(<가난한 사람들의 무리>)을 넣은 건 창비의 진보적 지향성이 세계문학선집에도 드러나는 거라 봐야겠다. 국내 초역이고 문학사에서도 잘 다루지 않는 작가인데 진기한 경험을 했다.  하지만 내용을 놓고 보자면 후한 점수를 주기는 어려울 듯 하다.  나프(프로) 문학의 모습을 확인하는 자리로 의미가 있겠다. 고바야시 다키지의 <게공선>을 읽고 난 후의 허허로운 느낌과 비슷하다. 물론 고바야시 다키지도 나프 계열의 작가이지만.  

  꽤 이채로운 건 다니자키 준이치로다. <이단자의 슬픔>에도 특유의 악마성은 보이지만 자전을 동반하니 독자로서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그의 소설 속 인물들의 악마성을 이해하는 데 보탬이 되는 좋은 소설인 듯 싶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장편(掌篇)소설은 전형적인 일본 소설의 모습이다. 허허로운 시공간 속을 헤매는 가운데 여운을 남기는데 편폭을 늘리면 그저 <설국>이 될 듯하다. 문학과지성사에서 얼마 전 번역 출간된 <손바닥소설>은 가와바타 장편소설의 모음집이다. 20대 때부터 40여년 간 장편소설을 썼다는데 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읽어봐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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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산책자 2010-05-04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바닥 소설 중 한 편을 블로그 이웃님이 올려놓아 읽어봤는데 아, 이런게 손바닥 소설이구나 했습니다. 굉장히 짧은 소설. 크로키 같은 느낌이죠. 창비에서 일본작가의 책을 이렇게나 번역해서 내었는지 몰랐네요. 올해가 가기 전에 찾아 읽을 수 있을지. ^^;

파고세운닥나무 2010-05-04 14:47   좋아요 0 | URL
전에 다니자키 준이치로에 대해 잠깐 얘기 나눈 적이 있죠? 읽어보신 <세설>은 다니자키 특유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그 소설 꼭 봐야겠어요^^
리뷰에 언급한 작가들 외에도 좋은 작품이 많아 즐거운 책읽기가 되었습니다. 시가 나오야, 오오카 쇼헤이의 소설도 좋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