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도는 역사적 소재에 관심이 많은 듯 하다.
<침묵>이 그러하듯이.
허나 <바다와 독약>이 여러모로 더 뛰어나다.
인간의 실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두 공간이다.
그런데 신부들의 고민은 관념이 덧씌어진 듯 하다.
왜일까?
내가 가난하고 쓸쓸하게 사는지는 모르겠다.
다른 이들보다 많은 사랑과 슬픔을 갖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얼굴 붉히며 시인으로 살아간 백석을 보며 나도 어쩌면 붉은 얼굴을 감춰가며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손가락 사이로 보이는 세상과 사람을 사랑하며 말이다.
백석(1912-1995)
박씨에게 지어진 짐은 본래 박씨 것이 아니다.
그것은 집권층의 것이어야만 하고, 남자들의 것이어야 한다.
이 모든 짐이 박씨에게 주어졌을 때 그는 도술과 같은 신이한 방법으로 해결해야만 했다.
한계라 말하기에 앞서 분노해야 할 일이다.
90년대 후반에 '처음'이다 싶게 이루어진 중국현대문학 기행이니 그동안 루쉰을 비롯한 현대 작가에 대한 연구가 얼마나 진척되었는지 알 수 있다.
내가 아카데미에서 살아있는 루쉰을 배운 건 얼마나 큰 행운인가!
이 산적한 문제들을 앞두고 나는 무엇을 해야 한단 말인가?
군대에서의 경험 가운데 잊지 말아야 할 하나는 어떠한 현실도 눈을 감아 버린다면 절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록 마음에는 비추일언정.
똑바로 바라보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