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을 현대의 고전이라 일컫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품의 배경이 되고 있는 해방공간과 한국전쟁은 우리 민족의 비극이 송두리째 드러난 시기이다.
더 나아가 당시 인류의 비극도 엿보인다.
하지만 사랑을 빼고선 이 소설은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환각 또는 환상이 보여주는 세계.
'그 안에 무언가 진실이 있다' 단정하기에는 이 물화한 세계의 껍데기가 너무나 단단하다.
문제는 그 세계가 거짓 투성이라는 것이다.
최인훈은 그 환상 속에서 진실을 끌어올리고 있다.
"소설은 자아와 세계의 상호우위에 입각한 대결이 이루어지는 장이다."
조동일은 헤겔이 말했던 바, 부르주아의 산물이라던 소설의 역사를 한참이나 앞으로 끌어당기고 있다.
헤겔의 협소함은 여기에서도 드러난다.
동양의 고금간의 소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 책에서 난 무엇보다 보편성을 체득한다.
난해하게만 여겨지던 현대사상의 개념들을 쉽게 풀어놓은 책이다.
일본인이 정리한 터라 그렇겠지만 서구 철학을 깊이 있게 수용하고자 한 노력이 역력하다.
철학은 없고 사상만 있는 나라 일본(조동일, <우리 학문의 길> 가운데 '일본철학사가 있는가?')은 그 빈 공간을 메우려 오늘도 열심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 책이다.
우리는 어디쯤에서 자리를 틀고 있을까?
큰 나라의 큰 문학이다.
많은 것을 깊이 있게 이야기 한다.
그러나 근대에 들어서며 그들은 자꾸만 왜소해 간다.
그것은 우리나라와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 모두가 마찬가지 일테지만.
전체를 볼 수 있는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
공부할 것이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