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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는 그대 신을 벗어라
임광명 지음 / 클리어마인드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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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으로 삼은 "여기서는 그대 신을 벗어라"는 <출애굽기> 3장의 한 구절이다. 모세가 호렙산에서 떨기나무에 불이 붙었는데도 타지 않는 것을 보곤 놀라 다가가자 떨기나무 사이에 있던 신이 말한다. "이리로 가까이 오지 마라. 네가 서 있는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어라." 그리곤 모세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고 이스라엘 민족과 했던 약속을 상기시킨다. 또한 그에게 사명을 준다. 이 과정은 순차적인데 모세가 신을 벗은 후에야 신의 이름을 알 수 있었고, 약속을 확인함과 더불어 사명을 얻을 수 있었다.  

  고대 이스라엘 사회에서 신발은 꽤 깊은 상징을 지닌다. 사막에 살며 유목 생활을 하던 유대인들은 일종의 샌들을 신었는데 야외 활동을 하면 으레히 신발과 발이 더러워지기 마련이다. 유대인들은 외출했다 집에 들어오면 발부터 씻는다. 발이 가장 더럽기 때문이다. 이웃의 집을 방문했을 때도 그 집의 물로 발을 씻는데, 그 가정의 질서에 대한 순종을 의미한다. 향유를 깨뜨려 예수의 발을 씻었던 막달라 마리아의 일화도 있듯 발과 신발은 한 사람의 인격을 상징한다 할 수 있다. 모세에게 신을 벗으라고 한 건 이제까지 네 몸과 마음에 지닌 모든 것을 놓으라는 뜻이다. 그 후에야 너를 만나주겠다는 의미이다.   

  종교 건축물을 대하는 저자의 겸허한 자세는 신 앞에서 신발을 벗던 모세를 떠 올리게 한다. 기자이지만 종교전문기자답게 잠언투의 문장을 자주 쓰는데, 책의 갈래와도 잘 어울린다. 평소 여러 신문을 보지는 않지만 일간지에 종교전문기자 타이틀을 가진 이가 드문 걸로 아는데, 꽤 깊이 있는 종교적 사유를 풀어내는 기자를 알게 되어 우선 반갑다.  

  책은 다양한 종교의 건축물을 균형감을 갖고 보여준다. 불교, 원불교, 천도교, 이슬람교, 천주교, 성공회, 기독교의 건축물을 나는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저자의 직장이 부산인터라 부산, 경남의 건축물이 많기는 하지만 전국을 돌며 균형감을 맞추려 한 저자의 애씀이 눈에 들어온다.  

  책에서 나열되는 건축물을 대하며 종교의 평화적 공존을 생각했다. 이렇듯 다양한 종교가 큰 다툼 없이 지내는 건 뿌듯하고 기쁜 일이다. 종교 전쟁을 치르는 다른 나라를 보며 갖게 된 생각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종교간 다툼을 부추기는 세력들이 눈에 띈다. 실제 다툼도 많아졌고 말이다. 고등한 어떤 종교든 평화를 말하지 않는 종교는 없다. 이 책을 보면서도 종교의 근간은 평화라는 생각을 다시 확인했다.  세운 지 천년이 넘는 사찰이나, 십 년을 갓 넘은 교회도 다르지 않다. 그 모습들을 확인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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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0-08-31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에서 종교전쟁 일어나면 엄청난 세계대전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말이 있었습니다..이렇게도 땅덩이 작은나라에 오만가지 종교는 다 믿는다구요^^
'평화'를 기초로 유지되면 좋겠습니다~ 이미 38선만으로도 편가르기는 충분하니 말입니다--;

다이조부 2010-09-01 07:10   좋아요 0 | URL


절대공감 ㅎ

파고세운닥나무 2010-09-01 10:43   좋아요 0 | URL
종교와 종교인들이 성숙하다면 고민할 필요도 없는 사안이겠죠. 헌데 종교의 옷 속에 숨겨놓은 폭력성이 언제라도 폭발할 수 있으니까요. 그걸 조장하고 분위기를 만드는 현 정부의 못된 작태는 비판 받아 마땅하구요.
저도 기독교인이지만 부끄러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