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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학교다 - 함께 돌보고 배우는 교육공동체 ㅣ 박원순의 희망 찾기 2
박원순 지음 / 검둥소 / 2010년 6월
평점 :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 가운데 하나가 '아름다운 가게'를 가는 일이다. 내가 가는 곳은 주로 헌책을 취급하는 곳인데, 지닌 책을 기증하기도 하고 책 구경도 한다. 기증하는 책에 비할 때 사오는 책이 많아 집안의 책은 점점 늘어만 간다. 아름다운 가게를 드나들며 설립자인 박원순이란 사람에 대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한다.
<마을이 학교다>와 함께 출간된 <아름다운 세상의 조건>에서 저자는 자신이 시민운동가가 된 이유를 이렇게 고백한다. "나는 아주 가난한 농촌 마을에서 자랐습니다. 부모님은 평생 농사를 지어 우리들을 공부시켰습니다. 그야말로 찢어질 정도로 가난한 집안이었죠. ...... 저는 한때 일류학교를 나오고 사법고시를 합격하고 검사를 했습니다. 변호사를 개업한 뒤 제법 돈도 벌었고 집도 샀습니다. 탄탄대로가 열려 있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깨닫고 보니 그 길은 의미가 없어 보였습니다. 내 집을 키워가고 좋은 자동차를 타고 별장을 사고 은행에 두둑한 통장을 두는 것은 하나의 탐욕의 길이었습니다. 그것보다는 가난하고 억울하고 약한 사람들과 함께 그들을 부축하고 그들을 돕는 것이 훨씬 보람있고 재미있는 길이었습니다."
박원순을 생각할 때면 늘 조영래 변호사가 겹친다. 두 분은 막역한 사이이기도 한데, '망원동 수재 사건', '부천서 성고문 사건' 등을 함께 변론하며 조영래 변호사의 마지막 10년을 동행했다. 조영래 변호사에 대한 추모글('그가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면')에서 저자는 이렇게 얘기한다. "5공의 엄혹한 군사독재정권과 민주화의 이행기라는 시대 상황은 조영래를 전설적 인물로 만들었다." 만약 역사의 신이 존재해 학비가 없어 중학교 시절부터 친구들을 가르치며 그 돈으로 학교를 다니던 조영래를 '법을 아는 전태일'로 사용했다면, 이젠 그의 후배 박원순을 역사의 신이 사용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마을이 학교다>는 박원순의 발품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교육의 대안과 미래를 꿈꾸는 교사, 학생, 활동가들을 만나고 얻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책이다. 교육에 정말 희망이 있는 걸까? 이 질문은 한국 현대 사회에서 던질 수 있는 가장 어려운 질문 중 하나이다.
"이랑이 고랑 되고, 고랑이 이랑 된다"란 속담이 있다. 교육을 고리로 한 신분 이동이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고랑은 앞으로도 고랑일 뿐이고, 이랑은 대대로 이랑일 뿐이다. 조영래, 박원순 변호사 모두 고랑에서 나 이랑이 된 격이다. 이들의 삶이 가치 있는 건, 애써 얻은 이랑의 삶을 마다하고 고랑의 삶들과 함께 하고 스스로 고랑의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마을이 학교다>는 교육의 희망을 일구려 고랑의 삶을 마다하지 않는 교사, 활동가들과 그 안에서 자라나는 학생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다. 책을 덮으며 이들 학교에선 조영래, 박원순 같은 이들이 다시 나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겐 이 책이 희망의 역할을 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