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VS역사>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책 vs 역사 - 책이 만든 역사 역사가 만든 책
볼프강 헤를레스.클라우스-뤼디거 마이 지음, 배진아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저자 두 사람은 독일의 언론인이다. 서지사항을 살펴보니 정확히 말하자면 한 사람은 편집자, 또 한 사람은 저자이겠다. 역사 이래 역사를 만든 50권의 책을 갈무리 하는데, 삽화 및 자료들이 50권의 책을 더 돋보이게 하고 있다.  

  불만은 '왜 이 책 뿐인가?'이다. 저자들이 꼽은 책들은 대체로 서양의 사상과 역사를 만든 책들이다. 폭을 좀 더 좁히면 독일의 지금을 있게 한 책들이다. 서양과 그 안에서의 독일의 역할과 위상을 무시하는 말이 아니다. 일종의 선집으로서 균형감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갖는다. 동양의 책이라면 <사자의 서>(이집트), <논어>(중국), <꾸란>, <벽암록>(중국), <마오쩌둥 어록>(중국)이 전부다. 다섯 권 중의 네 권이 종교와 관련한 책이니 그저 동양은 종교만 있는 곳이라는 건가? 오리엔탈리즘을 꺼낼 수 밖에 없는데, 이런 모습은 좀체로 변하질 않는다. 서양이 자랑하는 지성인 러디야드 키플링(<킴>)과 에드워드 포스터(<인도로 가는 길>)가 동양을 그저 종교만 아는 곳으로 서양에 소개한 이래로 여태 변하질 않는다.  

  49번째 책으로 꼽은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은 저자들의 서양 편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내게 헌팅턴은 그저 백인중심 서구문명의 옹호자일 뿐인데, 저자들이 헌팅턴을 비판적으로 본다지만 싸움에 기름을 끼얹는 이 책을 왜 꼽았는지 모르겠다. 미국과 유럽이 손을 맞잡고 세계 평화를 지키자는 주장에 저자들이 공감했는지도 모르겠다. 독일어권의 책은 왜 이리 많나? 꼽은 책만 놓고 보면 인류 사상의 삼분의 일은 독일인이 만든 듯 하다.  

  전집이나 선집을 보며 항상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균형감각이다. 균형감각이 아쉬운 책이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교고쿠 2010-07-16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같은 생각을 하셨군요! 무슨놈의 독일어권 책이 그렇게 많은지...세계사를 모두 독일이 만든것도 아니고 솔직히 굉장히 아니꼬웠습니다. 중국의 수많은 문인, 지식인들을 억압한 문화대혁명의 배경이 된 <마오쩌둥 어록> 들어있는것도 기분나빴는데...
협찬받은 책이라 싫은소리를 많이 쓰기가 좀 어려웠는데, 앞으로는 그런거 신경쓰지 말고 옳은건 옳고 그른건 그르다고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파고세운닥나무 2010-07-16 16:06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저자들이 대체로 사회주의에 대해 반감이 있는 것 같더군요. 헤겔의 <정신현상학>도 그런 분위기로 독해하구요. <마오쩌둥 어록>과 문혁만 놓고 보면 마오는 '죽일 놈'이지만 글쎄요, 마오의 전생애를 놓고 보면 평가가 다르리라 봅니다. 중문학도 입장에선 생각이 좀 다르네요.
보기 좋게 잘 만들어진 책인데, 한 쪽으로 치우친 감이 많아서요.
재일문학을 공부하시나 보죠? 앞으로 도움 좀 구할게요^^

교고쿠 2010-07-16 16:11   좋아요 0 | URL
앗, 네 '_' 재일교포문학...저의 숙명(?)입니다. 제 네이버블로그에 오시면 재일문학에 대한 많은 서평 등의 자료가 있습니다. ^^
http://blog.naver.com/satsukinovel 비에도 지지 않고

다이조부 2010-07-16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봤습니다.

몇 글자 적어보면, 50권의 책 을 추렸는데 기계적으로 서양 25권 동양 25권

으로 구성되길 바라는것은 아니겠지만, 동양에 관한 책의 비중이 너무 적은걸

문제로 지적한것 같네요. 제 짧은 생각인데, 이 책을 쓴 사람들이 동양에 관하여

몰라서 불가피하게 책의 모양새가 이렇게 된 건 아닐까요? 물론 서양이 동양보다

우월하다는 편견이나 무의식이 작용했을 수도 있지만 말이죠. 비트겐슈타인 이

그런 말을 했다죠. 말 할수 없는것에 관하여 침묵하라고~

그리고 이 책의 독자를 설정했을때도 우선 독일사람을 타깃으로 여겼을것 같은데 말이죠.

사소한 문제지기 인데요. 주인장이 이야기 하는 서양과 동양의 구별도 서양에서

만들어진 개념 아닌가요?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동양은

아닌거 같은데 말이죠. 이집트가 동양으로 분류되는지 조심스럽게 물어봅니다.


파고세운닥나무 2010-07-17 14:06   좋아요 0 | URL
저도 댓글 잘 보았습니다^^ 개념 정리부터 해 볼게요. 우선 동양이라 말하는 'the east'는 본디 유럽을 중심으로 한 동쪽을 말한다고 합니다. 에드워드 사이드에 의하면 말이죠. 그런데 말씀하신 것처럼 아메리카를 발견하곤, 미국이 들어서며 미대륙도 서양에 포함되게 된거죠. 어찌됐든 아메리카는 유럽편에서 볼 땐 서쪽이니까 문제는 없구요. 이집트는 동양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생각입니다. 영화 <300>에도 등장하는 페르시아도 그리스 쪽에선 동양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꽤 역사가 길죠?
사실 東洋이란 말은 교토학파가 만들었다고 하죠. 제국주의가 물씬 풍기는 말인데, 마땅한 번역어가 없으니 그대로 쓰고 있구요. 개인적으론 서양이 만들었든 일본이 만들었든 기만적인 용어인 건 마찬가지지만 대안이 없을 땐 사용해야한다는 생각이구요.
책에 대해 얘기하자면 동양의 책으로 꼽은 5권의 책을 보면 이들이 동양을 잘 모르는 것 같진 않아요. 그런데 그 책들이 종교와 고대로만 편향돼 있어 불만인 거죠. 그 후 동양은 마치 아무 것도 안 하다가 뜬금없이 마오쩌둥이 등장해 학살을 한 것처럼 서양의 독자들이 받아 들일 수 있으니까요. 거기서 저는 오리엔탈리즘을 본 거구요.
독일의 독자들이 읽는다면 그런 의미에서 저는 더 문제라는 생각이구요. 책의 원제가 '책이 만든 역사'정도가 될 듯 한데 역사란 말이 너무 커다랗죠? 서양이나 유럽역사라면 모를까......

미지 2010-07-18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르네상스 이후 세계사는 서양사다'라는 것이 그들의 역사관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나중엔 고대 그리스로까지 소급하죠... 현재 전세계에서 통용되는 지식의 체계라는 것이 그런 전제 위에서 수립된 것임을 생각하면 참 ... 머리 쥐어뜯을 수박에 없는... 한국의 경우 중화에 일제에 미제에 글로벌자본으로... 자신의 역사나 자기 삶의 이야기의 화자가 거의 언제나 타자였던 것 같습니다(세종 때와 영정조 때는 제외하구요)... 크게는 동양이 서양에 대해 영원한 타자이지만, 동양에서도... 또... 현재 한국이 동남아를 착취하듯이...

파고세운닥나무 2010-07-19 10:49   좋아요 0 | URL
개인적으론 서구의 작품 속에 녹아있는 식민주의를 꼼꼼하게 찾아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 동양의 모습은 어떤지도 보고 있구요.
말씀하신 것처럼 이젠 우리가 동남아를 비롯한 저개발국가에 어떤 모습일지 심각하게 고민해볼 때도 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