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오랜 세월을 귀가 먹고 눈이 먼, 그리고 벙어리가 된 불구자처럼 살아왔다. 권력을 추구하는 잡것, 글이나 갈겨 쓰는 잡것 그리고 쾌락이나 쫓는 잡것과 함께 살지 않기 위해서였다.

 -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 *

 

틈날 때마다 들여다본 '뉴스'를 통해 알게 된 '미투 가해자'는 오늘까지 대략 얼마나 될까.

어디 한번 적어나 보자.

 

전 검사장 안태근, 고양지청 김某 부장검사,

수원교구 신부 한만삼, 성락교회 목사 김기동,

시인 고은, 연극연출가 이윤택, 극작가 오태석, 인간문화재 하용부, 극단대표 조증윤,

음악감독 변희석, 전 한예종 교수 김석만, 교수 겸 배우 故 조민기, 배우 조재현, 배우 오달수,

배우 최일화, 배우 한재영, 배우 최용민, 영화감독 김기덕, 만화가 박재동, 드러머 남궁연,

도지사 안희정, 국회의원 정봉주, 함평군수 안병호 등등등...

 

미투라는 이름으로 '나도 당했다'는 처절한 고백들이 터져 나온 이후로 아마도 오늘이 (잠정적으로는) '피크'가 아니었을까 싶다. 뉴스 시간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하나같이 '미투 가해자들'로만 이어질 지경이었으니까. 오늘 아침에 나온 세계적인 뉴스조차 미투 관련 뉴스에 파묻힐 정도였고, 시덥잖은 뉴스들은 뉴스처럼 들리지도 않을 지경이었다. 가증스런 인간들이 저지른 만행의 정도가 너무나 광범위하고 지속적이어서 놀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미투 덕분에 평소에 아무런 관심도 흥미도 없었던 인간들에 대해서 무수히 새로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제까지 드러난 인물들만 해도 일일이 나열하기 벅찰 지경인데, 이 정도는 어찌 보면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듯하다.(여의도에서는 조만간 메가톤급 미투 폭탄이 두엇 더 터져나올 조짐이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한다.) 세상의 모든 추악한 악행들이 어찌 한꺼번에 수면 위로 다 드러날수 있을까마는, 그래도 여태까지 드러난 것만 해도 참으로 경악스럽기만 하다.

 

그런데 피해자들이 절규하듯이 몸부림을 치며 한사코 피해 사실을 증언하는데도 끝끝내 거짓말만 앞세우는 인간들을 보면 치미는 분노를 좀체로 억누르기 힘들다. 저들도 인간일까 싶다.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이라 부르기조차 싫다. 인간 쓰레기라 불려 마땅하지 싶다. 도대체 이 세상에 왜 태어났냐고 묻고 싶을 지경이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자신의 잘못조차 뉘우치지 못한다면 그런 인간들을 어찌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들도 분명 알고 있으리라. 비록 잠시나마 일부 사람들을 속일 수는 있다고 하더라도 결코 자기 자신마저 속일 수는 없다는 사실을.

 

자기 자신을 속이는 사기꾼에 비하면 이 세상의 다른 사기꾼들은 모두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 찰스 디킨스, 『위대한 유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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