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긋기)

 

"그러니 우리가 규정한 바 있는 철학적 품성은 적절한 교육을 받으면 필연적으로 성장하여 온갖 미덕에 도달하겠지만, 적절하지 않은 곳에 씨 뿌려지거나 심어져 양육되면 신의 도움이 없는 한 정반대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네. 아니면 자네도 대중처럼 젊은이들 가운데 일부가 소피스트들에 의해 타락한다고 생각하는가? 소피스트들이 사교육(私敎育)을 통해 젊은이들을 언급할 가치가 있을 만큼 타락시킬 수 있을까? 사실은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최악의 소피스트들이 아닐까? 그들이야말로 완벽하게 교육시켜 남녀노소를 자기들이 원하는 인간으로 만드는 것 아닐까?"

 

"그들이 언제 그렇게 한다는 거지요?" 하고 그가 물었네.

 

그래서 내가 대답했네. "그들이 민회, 법정, 극장, 군영 등 다중이 모인 공개석상에 함께 모여 앉아 떠들썩하게 고함을 지르고 박수를 치며 남의 언행을 침소봉대하여 비난하기도 하고 칭찬하기도 할 때 그런다네. 더군다나 비난과 칭찬의 소음은 바위들과 그들이 모여 있는 장소에 되울려 갑절로 크게 들리네. 이럴 경우 자네는 젊은이가 사람들 말마따나 심정이 어떨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사교육이 이에 저항할 수 있을까? 오히려 그것은 이런 비난과 칭찬의 홍수에 휩쓸려 그 흐름이 이끄는 대로 떠내려가지 않을까? 그리하여 그는 그들이 아름답다고 하면 덩달아 아름답다 하고 추하다고 하면 덩달아 추하다 하게 되어, 결국 그들과 똑같은 것을 추구하며 똑같은 인간이 되지 않을까?"

 

"소크라테스 선생님, 당연히 그렇게 될 수밖에 없겠지요" 하고 그가 말했네.

 

그래서 내가 말했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강제력 중에서 가장 중대한 것은 우리가 아직 말하지 않았네."

 

"그게 어떤 것인가요?" 하고 그가 물었네.

 

"이들 교육자들과 소피스트들이 말로 설득할 수 없을 때 행동을 통해 가하는 강제력 말일세. 누가 그들의 말을 듣지 않을 때, 자네는 그들이 시민권을 박탈하거나 벌금형을 부과하거나 사형에 처한다는 것도 모르는가?"

 

"물론 알고 있지요" 하고 그가 말했네.

 

"그렇다면 다른 소피스트나 어떤 개인적인 발언이 그런 압력에 맞서 싸워 이길 수 있을까?"

 

"아무도 싸워 이길 수 없을걸요" 하고 그가 말했네.

 

그래서 내가 말했네. "물론 없겠지. 그리고 그런 시도를 하는 것 자체가 아주 바보 같은 짓이지. 여보게, 그들의 교육과 반대되는 교육을 받음으로써 미덕에 관해 그들과 다른 견해를 갖게 된 성격이란 존재하지도 않고 존재한 적도 없으며 존재하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네. 여보게, 인간의 성격은 그렇다는 말일세. 신적인 성격은 사람들 말마따나 논외로 하세. 잘 알아두게. 이런 정체에서 살아남아 제대로 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신의 가호를 입어 살아남았다고 말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네."

 

"전적으로 동의해요" 하고 그가 말했네.

 

"그렇다면 그에 더하여 자네는 이 점에도 동의해야 할 걸세" 하고 그가 말했네.

 

"어떤 점 말인가요?"

 

"대중은 돈을 받고 개인적으로 가르치는 자들을 소피스트라 부르며 자신들의 경쟁자로 여기지만, 이들 각자가 가르치는 것은 대중의 의견, 즉 대중이 집회 때 갖게 되는 의견 외에 다른 아무것도 아니며, 이들이 지혜라고 부르는 것 역시 대중의 의견 외에 다른 아무것도 아니라는 점 말일세. 그것은 마치 거대하고 힘센 짐승을 사육하는 사람의 경우와도 같네. 이런 사람은 그 짐승의 기질과 욕구를 잘 연구해서 그 짐승을 가까이할 수 있는 방법이라든가 다룰 수 있는 방법, 어떤 경우에 가장 난폭하고 어떤 경우에 가장 유순한지 그리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네. 또한 무엇 때문에 여러 가지 소리를 지르는지, 반대로 어떤 소리를 내면 유순해지고 어떤 소리를 내면 사나워지는지 알게 될 것이네. 그는 오랜 접촉을 거쳐 이런 것들을 모두 배운 뒤 그것을 지혜라 부르며 하나의 기술로 체계화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가르쳐줄 것이네. 하지만 그는 그 짐승의 이러한 취향과 욕구들 가운데 어는 것이 아름답거나 추한지 또는 좋거나 나쁜지, 또는 올바르거나 불의한지 실제로는 알지도 못하면서 오직 거대한 짐승의 반응과 결부시켜 이런 용어들을 사용하고 있네. 말하자면 그는 그 짐승이 좋아하는 것은 좋은 것이라 부르고, 그 짐승이 싫어하는 것은 나쁜 것이라 부르네. 그는 이에 대해 달리 설명하지도 못하면서 필요불가결한 것을 올바르고 아름답다고 일컫지만, 필요불가결한 것과 좋은 것의 본성이 실제로 얼마나 다른지는 관찰한 적도 없거니와 다른 사람들에게 증명해 보일 수도 없네. 제우스에 맹세코, 교육자가 그런 사람이라면 참으로 이상한 교육자라고 생각되지 않는가?"

 

"나에게는 그렇게 생각되요"하고 그가 말했네.

 

"그런데 자네는 그림에서건 음악에서건 정치에서건 사방에서 모여든 잡다한 대중의 기질과 취향을 아는 것이 지혜라고 여기는 자가 있다면, 그가 이런 인간과 다소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어떤 사람이 대중과 가까이 지내면서 시(詩)나 다른 예술품이나 국가를 위한 봉사를 과시함으로써 필요 이상으로 대중을 주인으로 섬긴다면, 그는 이른바 디오메데스적인 필연성(주석)에 따라 대중이 칭찬하는 일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기에 하는 말일세. 한데 자네는 그들 가운데 누군가가 대중이 칭찬하는 것이야말로 진실로 좋고 아름답다고 칭찬하는 말을 듣고 가소롭지 않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없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 하고 그가 말했네.(343∼347쪽)

 

(주석)

Diomedeia ananke. 이 말의 유래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런데 주석학자들에 따르면, 그리스 장수 디오메데스가 오뒷세우스와 함께 트로이아 성에 안치되어 있던 아테나 여신의 신상(palladion)을 훔쳐 가지고 돌아오던 도중, 공을 독차지하기 위해 자기를 죽이려던 오뒷세우스의 양팔을 묶은 다음 칼로 그의 등을 두드리며 군영으로 데려갔다는 전설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 플라톤, 『국가』, <제6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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