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대우고전총서 29
루크레티우스 지음, 강대진 옮김 / 아카넷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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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 일으키는 환각

 

그런데 이러한 질병들은 성공적이고 지극히 순탄한 사랑 속에서

발견되는 것이다. 반면에 불운하고 가망 없는 사랑 속에는,

그대가 눈의 빛을 가리고서도 파악할 수 있을,

헤아릴 수 없는 질병들이 있다. 그러니 미리 깨어 주의하고,

내가 가르친 방법에 따라, 걸려들지 않게 조심하는 편이 더 나으리라.

우리가 사랑의 그물 속에 던져지지 않도록 피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저 사냥망에 잡혔다가

빠져나오는 것, 베누스의 단단한 매듭을 끊고 나가는 것에 비하면.

하지만 그대가 얽히고 발이 묶였다 해도 그 적을

피할 수는 있다, 그대 스스로 자신을 막아서지 않는다면,

그리고 처음에 그대가 추구하고 원하는 그 여인의

몸이나 마음의 모든 흠들을 간과하지 않는다면.

왜냐하면 사람들은 대개 욕망에 눈멀어 이 일을 행하고,

여인들에게, 사실은 그들에게 속하지 않은 장점들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러 방식으로 변형되고 추한 여자들이

총애를 받고, 최고의 영예 속에 잘 사는 것을 우리는 본다.

하지만 사람마다 다른 이를 비웃고, 베누스의 마음에 들어보라고

촉구한다, 끔찍한 사랑에 괴루움을 당하고 있다 하여.

하지만 이 비참한 사람들은 자주 자신의 크나큰 질병은 돌아보지 않는다.

검은 여자는 '꿀 빛'이라고,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여자는 '꾸밈없다'고,

청회색 눈은 '팔라스의 눈빛'이라고, 뻣뻣하고 나뭇결 같은 머리칼은 '사슴 같다'고,

키 작고 왜소한 이는 '카리스 중 하나'라고, '알짜배기 순수 소금'이라고,

덩치 크고 우람한 이는 '감탄을 자아낸다, 위엄 있다' 한다.

말을 더듬고 잘 못하는 이는 '발음이 부정확한 편'이라고, 벙어리는 '얌전하다'고 한다.

밉살스럽고 성질 급한 수다쟁이는 '불같은' 것이 된다.

너무 말라서 살지도 못할 정도면 '호리호리한 내 사랑'이

된다. 기침으로 거의 죽은 여자는 '여리다' 한다.

통통하고 가슴 큰 여자는 '이악코스를 품에 안은 케레스 자신'이다.

들창코는 '여자 실레누스, 여자 사튀로스'고, 입술이 두꺼우면 '뽀뽀'라고 한다.

이런 종류의 다른 것을 다 말하려면 길고 긴 작업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녀에게 그대가 원하는 대로 용모의 영예를 갖추게 하라,

그녀의 온 지체에서 베누스의 힘이 솟아나도록.

그래도 진실로 다른 것들이 있다. 진실로 그녀 없이도 우리는 이전에 살아왔다.

진실로 그녀는 같은 것을 행한다, (우리도 그것을 안다), 못생긴 여자들이 하는 모든 것을.

또 그녀는 스스로 비참하게도 끔찍한 냄새를 피워낸다,

그래서 하녀들은 그녀를 피해 멀리 달아나고, 몰래 킥킥댄다.

하지만 내쳐진 구애자는 눈물을 흘리며 자주 문지방을

꽃들과 화환들로 덮고, 오만한 기둥들을

마요라나 향료로 문지르고, 불쌍하게 문들에 입을 맞춘다.

하지만 이제 허락을 얻어서 들어서는 그를 한 줄기

바람이 마주친다면, 그는 물러갈 예의 바른 핑계를 찾을 것이고,

오랫동안 궁리해온 가슴 깊은 데서 끌어낸 탄식은 추락해버릴 것이며,

거기서 자신의 우매함을 저주할 것이다, 자신이 그녀에게, 필멸의 존재에게

허용해 마땅한 것 이상의 많은 것을 부여했음을 그제야 볼 터이니.

이 사실을 우리의 베누스들도 모르지 않는다. 그런 만큼 더 그녀들은

최고의 노력을 경주하여 삶의 무대 뒤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숨긴다,

그들의 사랑 속에 붙잡아 묶어두기를 원하는 이들로부터.

공연스러운 일이다. 왜냐하면 그대는 정신으로써 모든 것을 빛으로

이끌어내고, 모든 웃음들을 탐색해낼 수 있으며,

만일 그녀가 예쁜 마음씨를 지녔고 혐오스럽지 않다면, 입장을 바꿔서

인간적인 흠들을 지나쳐 보내고 그것에 양보할 수 있을 터이니 말이다.

(340∼343쪽)

 

 - 루크레티우스,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제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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