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산 -상 을유세계문학전집 1
토마스 만 지음, 홍성광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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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

 

"나는 알아, 내 몸의 열, 몹시 지쳐 있는 심장의 고동, 팔다리의 오한, 이런 것은 우연히 생긴 것이 아니라 다름 아닌 ……" 한스 카스토르프는 입술을 떨면서 창백한 얼굴을 더욱 깊숙이 그녀 쪽으로 기울였다. "이것은 다름 아닌 너에 대한 사랑 때문이야. 그래, 이 눈으로 너를 본 순간 내 마음을 사로잡은 사랑 때문이야. 아니, 그보다도 너라는 걸 알아본 순간 내 마음속에 다시 살아난 사랑 때문이야. 그리고 나를 이곳에 데리고 온 것도 그 사랑이야."

 

"말도 안 되는 망상이야!"

 

"아, 사랑이 망상이 아니라면, 무모한 짓이나 금단의 열매가 아니고 죄악 속의 모험이 아니라면 그것은 보잘것없는 것이겠지. 그렇다면 사랑은 평지의 한가하고 하찮은 노래에 알맞은 기분 좋게 진부한 것에 불과하겠지. 하지만 네가 그라는 것을 알고, 너에게 다시 사랑을 느낀 것은 …… 그래, 실은 내가 너를 옛날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이야. 너를, 이상야릇하게 기울어진 너의 눈을, 너의 입술을, 네가 말하는 목소리를 훨씬 전부터 알고 있었어. 오래전에도, 언젠가 학창 시절에 나는 너한테서 연필을 빌린 적이 있었지. 마침내 너와 세속적인 의미에서도 알고 싶었기 때문이야. 이성을 잃을 정도로 너를 사랑했기 때문이야. 그리고 베렌스가 내 몸에서 발견한 흔적, 내가 이전에도 병을 앓았음을 증명하는 흔적, 이것은 의심의 여지 없이 그 때문에 남아 있는 거야. 너에 대한 나의 해묵은 사랑이 남긴 흔적인 거지.".(649∼650쪽)

 

 - 토마스 만, 『마의 산_상권』, 《제5장》, <발푸르기스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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