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산 -상 을유세계문학전집 1
토마스 만 지음, 홍성광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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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

 

이러한 병리학, 병에 관한 이론이며 육체의 고통을 강조하는 이 이론, 하지만 이것이 육체적인 것을 강조하는 동시에 쾌감을 강조하는 한에는, 병은 생명의 음탕한 형태였다. 그러면 생명 그 자신은? 어쩌면 생명은 물질의 전염성 질환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물질의 우연 발생이라고 일컫는 것이 어쩌면 하나의 질환에 불과하고, 자극에 의해 비물질이 조직을 증식하는 것에 불과한 것처럼 말이다. 악과 쾌감, 죽음으로 가는 제일보는, 미지의 물질이 침투하고 간지럽게 해서 처음으로 정신적인 것의 밀도가 증대하는 바람에 병리학적으로 조직이 왕성하게 증식하는 순간에 시작되는 게 분명했다. 즐거움과 거부감이 반반씩 섞인 이러한 증식은 물질적인 것이 생기기 직전의 단계이며, 비물질적인 것에서 물질적인 것으로 넘어가는 단계였다. 이것이 말하자면 원죄였다. 유기체의 질병이란 자신의 육체성이 취한 듯이 고조되고 방종한 형태로 지나치게 강조되는 현상이듯이, 무기물에서 유기물이 생겨나는 두 번째의 우연 발생도 물질성이 심히 고조됨에 따라 의식을 갖게 되는 것에 불과했다. 이처럼 생명이란 순결을 잃은 정신이 모험을 겪는 도상에서 그다음에 제일보를 내딛는 것이며, 순순히 자극을 받아들일 태세가 되어 있는 물질이 자극에 는뜨게 되자 부끄러워하며 열을 내는 것에 불과했다.(543∼544쪽)

 

 - 토마스 만, 『마의 산_상』, 《제5장》,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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