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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전집 10 : 소네트·시 ㅣ 셰익스피어 전집 시리즈 10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2016년 4월
평점 :
셰익스피어의 설화시(說話詩) 『루크리스의 강간』은 제목만 봐도 '심각한 내용'을 담고 있으리라 누구나 능히 추측할 수 있다. 이 작품이 흥미로운 건 몇 가지 뚜렷한 이유가 있다. 첫째는 이 이야기가 사람들의 입에 영원히 회자될 만큼 아주 유명한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강간'이라는 '끔찍한 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내면 심리 묘사'가 몹시 탁월하다는 점이다. 셋째는 이 사건 이후로 '로마의 역사'가 크게 바뀌었다는 점이다.
셰익스피어는 이 이야기를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가 쓴 『로마 달력』제2권에 실린 이야기에서 빌려 왔다고 한다. 물론 이 역사적 사건은 로마 최대의 역사가였던 리비우스의 『로마사』제1권에도 기록되어 있었다. 셰익스피어는 두 원전에서 100행 정도 되는 이야기를 무려 1855행의 장시로 새롭게 창작했다.
세익스피어가 시(詩)로 쓴 작품의 공간적 배경은 '루크레티아의 침실'로 한정되다시피 하고, 시간상으로도 '강간 사건 전후'를 모두 포함해서 1박 2일 내지 2박 3일에 불과할 정도로 짧다. 그만큼 작품이 시공간적으로 몹시 압축되어 있다. 강간 사건의 배경, 동기, 발단, 진행 과정, 사건 이후 루크레티아의 자살로 이어지는 과정이 시간의 흐름대로 진행되지만, 셰익스피어의 묘사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내면 심리 묘사'에 극도로 집중된다. 그 긴박하고도 절체절명의 끔찍한 사건을 두고 '시간의 흐름'을 너무 오래도록 붙잡아 두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시인은 '두 사람의 내면 심리 묘사'에 필요한 시행을 조금도 아끼지 않는다. 그만큼 이 사건은 한 사람의 일순간의 욕정이 일으킨 결과가 엄청나고 중요했는데, 그 사건 때문에 '두 사람의 삶' 뿐만 아니라 '로마의 역사'가 송두리째 뒤바뀌었기 때문이다.
이 시에 등장하는 핵심 인물은 둘이다. 가해자 타르퀴니우스 섹스투스는 고대 로마 왕정 시대의 마지막 왕이었던 루키우스 타르퀴니우스의 막내아들이었다. 피해자는 가해자의 친척이자 귀족이었던 콜라티누스의 아내 루크레티아(영어로는 '루크리스')였다.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자신의 장인이 차지하고 있던 왕위를 찬탈한 루키우스 타르퀴니우스는 자신의 아들들과 로마 귀족들을 데리고 아르데아를 포위 공격하러 로마를 벗어나 있었다. 어느 날 저녁, 왕자인 섹스투스 타르퀴니우스의 막사에서 저녁 식사 후 담화에서 서로 '자신들의 부인의 미덕'을 칭찬하게 되었다. 그 때 로마의 귀족이었던 콜라티누스는 자신의 아내 루크레티아의 비할 데 없는 정절을 격찬했고, 왕자와 로마 귀족들은 곧바로 '현장 조사'를 위해 로마로 말을 몰았다. 과연 콜라티누스가 호언장담한 그대로였다. 다른 부인들은 모두 춤추고 흥청대거나 다른 오락을 즐기고 있었는데 오직 루크레티아만 밤이 깊었는데도 시녀들과 함께 실을 잣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루크레티아가 미덕만 갖춘 게 아니라 눈부신 미모까지 함께 지녔다는 점이었다. 섹스투스 타르퀴니우스는 그녀의 아름다움에 몸이 달아 올랐지만 자신의 격정을 억누르고 일행과 함께 진영으로 되돌아왔다. 그리곤 곧장 몰래 빠져나와 루크레티아에게 찾아가 아무런 의심도 사지 않고 '왕족 대접'을 받으며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그날 밤 그는 도둑고양이처럼 루크레티아의 침실로 숨어 들어가 끝내 난폭하게 그녀를 겁탈하였고, 아침 일찍 서둘러 떠났다. 루크레티아는 비탄에 빠진 채 자결을 결심한다. 죽기 전에 그녀는 심부름꾼을 시켜 친정 아버지와 남편을 급히 불러들인다. '검은 상복'을 입은 채 비탄에 빠진 그녀는 '증인들'을 앞에 두고 강간범 타르퀴니우스의 범행을 알리고 자신의 복수를 다짐받은 직후 칼로 자결한다.
이 때 '범행 고발 현장'에 있었던 사람 가운데는 유니우스 브루투스도 있었다. 그는 먼 훗날 로마 공화정 말기에 율리우스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했던 브루투스의 조상이었다. 강간범의 부친이자 왕이었던 루키우스 타르퀴니우스가 이미 '왕위 찬탈자'였고 폭정을 일삼았던 데다가 이런 끔찍한 사건까지 겹치게 되자 브루투스는 우연히 찾아온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자결한 루크레티아의 몸에서 손수 칼을 뽑으면서 '타르퀴니우스 가문 전체를 뿌리 뽑겠다'고 맹세하였고, 곧바로 루크레티아의 시신을 끌고 로마의 광장으로 가서 '독재 왕정의 폐단'과 '범죄의 만행'을 시민들에게 고발했다. 이로써 '로마 왕정'이 끝나고 로마는 '두 명의 집정관'이 통치하는 공화정이 시작되었다. 로마 최초의 집정관 두 사람이 유니우스 브루투스와 콜라티누스였다.
이 때가 기원전 509년이었고, 루크레티아는 '고결한 여성의 상징'이 되었고 훗날 '로마 공화정의 어머니'로 불리게 되었다. 브루투스는 '로마 공화정의 창시자'가 되었다. 브루투스는 시민들에게 "로마는 앞으로 어떤 인물도 왕위에 오르도록 허용하지 않겠습니다. 어떤 인물도 로마 시민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겠습니다" 라고 맹세했다. 그로부터 50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뒤에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다시 '왕관'을 욕심낸다는 소문이 로마에 파다했을 때 '브루투스'가 다시 나타나 그를 찔렀다. 브루투스의 목소리는 셰익스피어의 펜 끝에서 다시금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왜 브루투스가 카이사르에 대항하여 그를 죽였는지 이유를 요구한다면, 이것이 저의 대답입니다. 카이사르에 대한 나의 사랑이 결코 모자라서가 아니라, 내가 로마를 보다 더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카이사르가 죽음으로써 모두가 자유인으로 살기보다 카이사르가 살아서 모두가 그의 노예로 죽는 것을 원하십니까? 카이사르는 나를 사랑했기에, 나는 그를 위해 눈물을 흘립니다. 그가 행운을 타고났기에, 나는 그것을 기뻐합니다. 그가 용감했기에, 나는 그를 존경합니다. 그러나 그가 야심을 품었기에, 나는 그를 죽였습니다. 그의 사랑에 대한 눈물, 그의 행운에 대한 기쁨, 그의 용기에 대한 존경이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야심에 대해서는 죽음이 있습니다."
- 윌리엄 셰익스피어, 『줄리어스 시저』중에서
어느새 '고대의 성폭행 사건'에서 너무 멀리 벗어났다. 다시 『루크리스의 강간』으로 되돌아 가자. 셰익스피어는 이 시를 통해 '인간 욕망의 덧없음'을 집요하게 파고 든다. 그런데 그의 시를 감상하고 싶은 독자들한테 '이야기의 줄거리'만 간략하게 요약해 놓으면 그게 무슨 재미일까. 인류 역사에 지울 수 없는 '악명'을 깊이 새긴 강간범 타르퀴니우스의 '내면 심리 묘사'를 셰익스피어의 언어로 조금도 맛볼 수 없다면 말이다.
그래, 난 죽어도 이 추문은 살아남아
나의 금빛 문장에서 흉물이 될 것이다.
문장관은 무언가 역겨운 표시를 고안하고
내가 참 얼마나 어리석게 혹했는지 묘사하여
내 후손은 그 기록을 창피하게 여기고
내 유골을 저주하며, 내가 그들 조상이
아니길 바라는 게 죄라고 여기지 않을 거다.
내가 추구하는 걸 가진다면 난 뭘 얻지?
덧없는 기쁨의 한 꿈, 한 숨, 거품이지.
그 누가 순간의 환희 사서 일주일 울부짖지?
아니면 장난감 때문에 영원을 내다 팔지?
포도 한 알 때문에 누가 그 덩굴을 망치지?
어떤 바보 거지가 왕관을 만져만 보려다가
곧바로 홀에 맞아 나자빠지려 하지?
(204∼217행)
셰익스피어가 쓴 154편의 소네트 가운데서도 이처럼 '인간 성욕의 허망함'이 절절히 묘사된 작품이 있다. 그 시는『루크레티우스의 강간』(1594년)보다 훨씬 뒤인 1609년에 출간되었지만 서로 긴밀한 연관을 지닌 것처럼 읽힌다. 민음사에서 나온 『셰익스피어 전집10 』에 담긴 번역보다는 다른 책에서 읽은 '해설이 곁들여진 번역'이 이 글에 더 알맞을 듯하여 그 대목을 인용해 본다.
황폐한 수치심 속에 소모된 정신은
끓어오르는 육욕의 결과; 그처럼 끓어오르기 전에는
거짓되고, 살인적이며, 잔인한 수치덩어리.
야만적이고, 극렬하며, 무례하고, 잔인하며 믿을 수 없는 것;
즐기자마자 멸시받는 것;
정신없이 쫓다가 잡자마자,
정신없이 미워지는 것, 삼킨 자 더욱 미치게 하려고
일부러 놓아 둔 미끼를 삼킨 것처럼;
쫓을 때도 미친 짓, 얻고 난 후에도 마찬가지;
차지했을 때, 차지하고 있을 때, 차지하려 할 때, 언제나 극렬한 것;
할 때는 황홀경, 하고 난 뒤에는 비애감.
전에는 눈앞의 행복, 후에는 허망한 꿈.
이 세상 사람들 그 모든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것은
남자를 이 지옥으로 이끄는 천국을 피하는 일.
이 시의 맹렬한 에너지는 계속되는 욕망과 욕정의 파멸을 예언한다. 시에는 등장하는 인물이 없다. 잘생긴 젊은이는 먼 곳에 있고 거무스름한 여인은 암시에 의해서만 존재할 뿐이다. 이 소네트에서는 욕망이 암흑의 정신을 지닌 주인공이자 악당인 셈이다. 그리고 시의 마지막 부분에 지옥에 대한 남자들의 욕망을 묘사하는데, 지옥Hell은 엘리자베스와 자코비언 시대에는 여성의 성기인 '질'을 뜻하는 은어였다.
- 헤럴드 블룸의 『교양인의 책읽기』, <시>
방금 다른 책에서 인용한 세익스피어의「소네트 129번」에도 표현되었듯이, 이 세상 사람들이 모르는 것은 '남자를 이 지옥으로 이끄는 천국을 피하는 일'이다. 루크레티아를 강간한 타르퀴니우스도 마찬가지였다. 온갖 양심의 갈등이 그를 계속 '범행'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끈질기게 애원했지만 그는 끝내 '눈먼 욕정의 명령'에 굴복하고 만다. 온갖 변명과 허위 논리와 감언이설을 스스로에게 다시 늘어놓으면서.
이건 수치스럽다, 그래, 사실이 알려지면.
미움받을 일이다, 하지만 사랑엔 미움 없다.
그녀 사랑 난 애원할 텐데, 그건 남의 것이다.
이 일의 최악은 거절과 나무람뿐이다.
내 욕심은 강하여 이성으론 쉽게 못 없앤다.
경구나 늙은이의 격언을 두려워하는 자나
벽걸이 그림 보고 외경심에 빠질 거다."
이렇게 얼어붙은 양심과 불타는 욕심 새에
은총 없는 논쟁을 벌이고 있는 그는
선량한 생각은 면제를 받았다 여기고
나쁜 뜻을 언제나 유리하게 밀어붙이면서
순수하단 표시는 모두 다 한순간에
흩어지고 사라져, 매우 치사한 것이
덕행으로 보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239∼252행)
타르퀴니우스가 처음부터 '악의 화신'이었던 건 아니다. 그는 마치 '햄릿'을 연상시킬 정도로, 온갖 갈등을 다 겪으며 마음 속으로는 '범죄와의 전쟁'을 치르지만 끝내 자신의 욕망을 꺽지 못한다. 그가 마침내 극악무도한 악인으로 돌변하는 장면은 루크리스를 범하기 직전에 보이는 협박 장면에서 절정에 다다른다. 그는 전쟁터에서 적을 무찌르는데 써야 마땅할 칼을 뽑아 무방비 상태에 내몰린 루크레티아를 위협한다.
"루크리스." 그의 말, "난 오늘 밤 그대를
즐겨야겠는데 거절하면 폭력으로 막가겠소,
그대의 침대에서 그대를 없앨 작정이니까.
그런 다음 가치 없는 종 하나를 살해하여
그대의 명예를 그대 생명 파괴하며 허물 거요.
또 그대의 죽은 팔에 그를 놓고, 그를 품는
그대를 보고서 살해했다 맹세할 것이오.
그래서 살아남은 그대의 남편은
눈 뜬 사람 모두가 경멸하는 표적 되고,
그대의 친척들은 이 멸시에 머리를 떨구며,
그대의 자식은 무명의 서출로 얼룩지고,
그들의 체면 손상 장본인인 그대는
자신의 불륜이 가요에서 언급될 것이며
후세의 아이들이 노래 부를 것이오.
(512∼525행)
타르퀴니우스는 '자신의 욕망'을 위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데 더해서 루크레티우스에게 치욕과 불명예까지 뒤집어씌우려는 야비한 행위마저 서슴치 않는다. 강간이 저질러진 이후 비탄에 빠진 루크레티우스의 모습을 묘사한 대목들은 마치 고대 그리스 시인들의 비극시를 읽는 것처럼 장중하면서도 애닯다. 루크레티아는 때로는 필로멜라(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 등장하는 '밤꾀꼬리'로 변신한 아테네의 공주. 형부에게 끔찍하게 강간 당한 뒤에 '형부의 범행'을 누설하지 못하도록 '혀'마저 뽑혔다. 나중에 언니와 함께 복수한다. ☞ 프로크네와 필로멜라의 복수)에 비유되기도 하고, 때로는 트로이 전쟁에서 가장 비참한 여인으로 전락한 왕비 헤카베에 비유되기도 한다.
유명한 화가들도 이 사건을 주제로 많은 그림들을 남겼다. 자신의 '거품 같은 욕망'을 주체하지 못해 끝끝내 상대방은 물론 자신과 왕조마저도 파멸로 내몬 '인간 욕망의 비극'에 어느 누군들 왜 관심이 없었겠는가.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셰익스피어가 시를 통해 더욱 비극적으로 묘사한 『루크리스의 강간』이 세상에 나오기 전에도 이미 타르퀴니우스와 루크레티아가 여러 그림에 많이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시대가 바뀌어도 결코 쉽사리 변치 않을 '인간의 욕망과 비극'이 그만큼 여러 예술가들의 영감을 끊임없이 자극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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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덧붙이는 '참고자료들'은 또다른 글을 쓰기 위해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찾아낸 자료들이다.
셰익스피어는 『루크리스의 강간』을 제외하고도 특별히 '브루투스 가문'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작품을 조금 더 남겼다. 무엇보다도 '브루투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줄리어스 시저』가 눈에 띈다. 심지어『베니스의 상인』조차 여주인공(포르키아, 영어로는 '포샤') 이름이 '브루투스의 아내'에서 따왔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브루투스 가문 사람들'을 애기하지면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 나오는 여러 재미있는 일화들과 마키아벨리의『로마사론』에 담긴 일부 내용도 빼놓긴 아쉽다.
그런 내용들을 셰익스피어의 몇몇 작품들과 함께 버무려서 글로 정리해 볼까 싶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런 글을 쓰도록 부추긴 요소들 가운데는 '그림'의 역할이 가장 컸다. 그런 그림들을 이제 겨우 싹을 내밀까 말까 하는 다른 글 때문에 꼭꼭 숨겨둘 필요는 없을 듯하여 여기에 덧붙여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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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크레티아, 1685년
세바스티아노 리치(1659∼1734, 이탈리아)
타르퀴니우스와 루크레티아, 16세기경
베첼리오 티치아노(1488∼1576, 이탈리아)
루크레티아의 자결, 1518년, 뮌헨 알테 피나코텍
알브레히트 뒤러(1471∼1528, 독일)
루크레티아의 자살, 1640∼1642년, 카피톨리나 미술관
귀도 레니(1573∼1642, 이탈리아)
타르퀴니우스와 루크레티아, 1610년,
루벤스(1577∼1640, 독일), 에미르타주 미술관(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주 미술관에 걸려 있는 루벤스의 그림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306270103163207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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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투스(Brutus, Lucius Junius)
로마의 건국 신화에 나오는 로마 공화제의 전설적 창시자
로마7왕의 마지막 왕인 루키우스 타르퀴니우스 수페르부스의 누이인 타르퀴니아와 마르쿠스 유니우스의 아들이다. 역사상의 인물이라고도 하지만, 실재한 인물인지에 대해서는 의심스러운 점이 많다. 어렸을 때 아버지와 형제들이 독재 군주 타르퀴니우스 수페르부스에 의해 처형당하는 광경을 목격한 브루투스는 바보로 위장하여 목숨을 건졌다. 브루투스는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되어 왕실 주변에서 자라면서 복수할 기회를 엿보았다.
로마에 전염병이 번져서 왕자들이 델포이에 신탁(神託)을 물으러 갈 때, 여행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브루투스를 데려갔다. 왕자들이 델포이 신전에서 누가 왕위를 계승할 것인지 묻자, 로마에 가서 가장 먼저 어머니에게 입을 맞추는 자가 왕이 될 것이라는 신탁이 내렸다. 브루투스는 로마에 들어서자마자 땅에 입을 맞추었는데, 이는 신탁에서 말한 어머니는 인류의 어머니를 뜻하는 땅을 가리킨다고 해석하였기 때문이다.
한편, 타르퀴니우스 수페르부스의 막내아들 섹스투스 타르퀴니우스는 사촌인 루키우스 타르퀴니우스 콜라티누스의 아내 루크레티아를 겁탈하였다. 루크레티아는 남편에게 복수를 부탁하고 자살하였다. 그 자리에 함께 있던 브루투스는 본색을 드러내고 폭군을 몰아내자고 주도하였다. 브루투스는 무장 봉기를 지휘하여 로마를 장악하고 왕정(王政)을 종식시켰다.
브루투스는 타르퀴니우스 콜라티누스와 함께 집정관으로 선출되어 로마의 공화제가 시작되었다. 브루투스는 민중들이 타르퀴니우스 일족인 타르퀴니우스 콜라티누스가 집정관으로 선출된 일에 불만을 품자 사임하도록 종용하였으며, 그 결과 발레리우스 푸블리콜라가 새 집정관으로 선출되었다.
로마를 빼앗긴 타르퀴니우스 수페르부스는 왕위를 되찾기 위해 귀족 자제들과 손을 잡고 로마 내부에서 반란을 일으킬 음모를 꾸몄는데, 브루투스의 두 아들이 여기에 가담한 사실이 적발되었다. 브루투스는 냉철하게 두 아들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처형식에도 입회하였다고 한다. 이후 타르퀴니우스 수페르부스가 이끄는 에트루리아의 군대가 로마를 공격하였을 때, 브루투스는 그의 둘째아들 타르퀴니우스 아룬스와 1대1로 결투를 벌이다 모두 전사하였으나, 에트루리아 군대가 패배하여 물러감으로써 로마의 공화제는 지속되었다고 한다.
(출처 :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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