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리시스
제임스 조이스 지음, 김종건 옮김 / 생각의나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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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제 너의 눈을 떠라. 나는 떠야지. 잠깐. 그 아래로 모든 것이 다 사라져 버렸나? 만일 내가 눈을 떠도 영원히 검은 불투명 속에 잠겨 있다면. '바스타(됐어)!' 내가 볼 수 있나 봐야지.

 

자 보라. 네가 없더라도 거기 언제나: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있을 테지, 무극(無極)의 세계가.

 

(98쪽) 

 

 -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스』, <3. 프로테우스> 중에서

 

 


 * * *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 한 권에 문자 한 개씩을 표제(表題)로 삼아 네가 쓰려고 했던 책들. 자넨 그의 에프(F)를 읽었나? 암 읽었지, 그러나 난 큐(Q)가 더 좋아. 그래, 하지만 더블류(W)가 근사하지. 오 그래, 더블류. 초록빛 타원형 잎사귀에, 깊이깊이 몰두하여, 쓴 현현(顯現)(에피파니)들, 만일 네가 죽더라도 알렉산드리아를 포함하여, 세계의 모든 큰 도서관들에다 기증하게 될 너의 책들을 기억하라. 수 천년, 억만 년 후에도 어떤 이가 거기서 읽게 되리라. 피코 델라 미란돌라처럼. 하아, 바로 고래(鯨) 같은 이야기. 우리가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나 버린 저자(著者)의 이러한 신기한 책을 읽게 되면 그 저자와 자신이 한때 같이 있는 기분이 들지

 

(105쪽)


 -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스』, <3. 프로테우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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